봄이다프로젝트 '교양인을 위한 성경'. 현재 구약 3권, 신약 3권이 출간돼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봄이다프로젝트 '교양인을 위한 성경'. 현재 구약 3권, 신약 3권이 출간돼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성경책이 나왔다. 봄이다프로젝트 출판사에서 펴낸 '교양인을 위한 성경'이다. 성경 66권을 25개 덩어리로 나누어, 한 손에 쥐어도 부담 없는 크기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있다. 세련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세상의 모든 처음 - 창세기>·<영광의 탈출, 새로운 삶을 향하여 - 출애굽기>·<지혜와 삶과 사랑 - 잠언·전도서·아가>·<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 마가복음>·<성취된 약속, 왕으로 온 메시아 - 마태복음>·<행진, 담대하게 거침없이 - 사도행전> 등 제목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구약 3권, 신약 3권이 나온 이 시리즈 성경은 구약 17권, 신약 8권으로 2021년 2월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경 원문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번역한 새번역을 본문으로 채택했고,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신약학자 권연경 교수(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에게 해제를 맡겼다. 두 학자는 성경 각 권 서론을 썼고, 봄이다프로젝트 편집부에서 페이지마다 달아 놓은 질문에 Q&A 형식으로 답을 달았다. 편집부는 교회 밖 사람들이나 성경을 막 읽어 나가려 하는 그리스도인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에 초점을 맞춰 질문을 준비했다.

<뉴스앤조이>는 해제자로 참여한 김근주 교수와 권연경 교수를 인터뷰했다. 두 학자는 각각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성서유니온), <네가 읽는 것을 깨닫느뇨>(SFC) 등 대중이 성경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저작을 여러 권 펴냈다. 두 사람에게 '교양인을 위한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오독을 줄이고 신앙 성숙을 이룰 수 있을지 물었다. 5월 26일 서대문구 한 중식당에서 만나 1시간 30분 넘게 대화한 내용을 정리했다.

'교양인을 위한 성경' 해제자로 참여한 권연경 교수와 김근주 교수를 만났다. 사진 제공 봄이다프로젝트
'교양인을 위한 성경' 해제자로 참여한 권연경 교수와 김근주 교수를 만났다. 사진 제공 봄이다프로젝트

- 봄이다프로젝트 '교양인을 위한 성경' 해제자로 참여했다. 결과물을 보니 어떤가.

김근주 / 책 자체가 트렌디하고 예쁘다. 다만 신구약을 다 갖추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웃음) 성경을 통독하기에 좋은 책이 나온 것 같다. 사실 나는 해설 성경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한국의 경우 엠마오, 톰슨, 대한성서공회 독일 해설 관주 성경 빼고 나머지는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교인들에게 성경에 달린 해설을 읽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내가 이번에 성경 해제를 쓰게 됐다.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모르면 모른다, 불확실하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인 것 같아요", "그럴 것 같습니다", "여겨집니다"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해설을 과격하게 쓰지는 않았으니 읽기 편할 듯하다. 성경 각 권에 서론을 썼는데, 각 권에 대한 전반적 조망이 하나의 시각으로 들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 같다.

권연경 / 일단 디자인이 쌈박하다. '질문-답' 형식으로 썼는데, 지면과 분량상 성경 각 권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과 답을 한정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근원적 아쉬움은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 편집부에서 질문을 받아 Q&A로 '교양인을 위한 성경'의 해제를 썼는데, 질문을 받아 보니 어떻던가.

김근주 / 구약이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본문을 두고 '무슨 뜻인가요?', '말이 되나요?' 하는 식의 질문이 많았다. 구약 어느 책이든 오늘날 우리 삶에서 납득이 되게끔 쓰려고 했다. 왜 지금의 눈으로 봤을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지, 구약 속 비과학적 이야기가 지금 우리와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오늘날과 연결하는 데 포인트를 뒀다.

사사기 해제를 쓸 때 특히 어려웠다. 딸을 서원하는 입다를 비롯해 지금 눈으로는 사리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 돌아보면, 사사기를 특정 본문으로 설교할 수 있지만, 전체를 사리에 맞게 설명하는 일은 어려웠던 것 같다.

권연경 / 신약이라 그런지 예상이 되는 질문이 많았다. 학자들끼리는 막연하게 해도 통하는 말을 일반 독자들에 맞게 쓰려고 하니까 쉽지 않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 궁금증을 풀어 주려면 바닥까지 내려오는 수준으로 매우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하니까. 사유가 끝난 상태로 구체화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더욱이 신약은 조직신학적 고려를 하면서 답을 쓸 수밖에 없으니 쉽지 않았다. 뻔한 답은 되도록 피하려고 했다. 강변하면 간단히 끝나겠지만, 독자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교양인을 위한 성경'을 펴낸 봄이다프로젝트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출판사로, 기독 출판계에 번역·집필·편집 등으로 수십 년간 몸을 담아 온 최종훈 대표와 이나경 편집주간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양인을 위한 성경'을 펴낸 봄이다프로젝트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출판사로, 기독 출판계에 번역·집필·편집 등으로 수십 년간 몸을 담아 온 최종훈 대표와 이나경 편집주간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두 분에게 성경은 어떤 책으로 다가오는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경을 읽어야 할까.

김근주 /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 나는 이 구절을 정말 좋아한다. 구약에 대한 가장 명확한 표현이다. 성경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가 다 들어가 있다.

권연경 / 저 구절은 성경이 '완벽하다'는 말이 아니라 '유익하다'는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니까 열심히 가르치라는 말이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남의 글'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의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나를 위한 글로 성급하게 읽으려다 보니 성경 말씀의 소통 방식 자체를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기억하고, 차분하게 봐야 장기적으로 유익하게 성경을 읽을 수 있다.

김근주 / 성경은 우리 보라고 쓴 책이 아니다. 구약은 최소 2500년 전 사람들을 두고 썼다.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시대와 연결한다. 고대적 표현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성경을 '살아 있는 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본문에 대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바로 우리 현실로 가져와도 괜찮은 말씀과 그렇지 않은 말씀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특정 본문만 고대의 것으로 해석해 버리면 일관성이 깨진다. 어떤 말씀이든 일단 거리감을 두고 읽어야 한다.

권연경 /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인식이 글의 본질을 훼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은 사람의 글이고 언어로 소통하는 것인데, 이 과정을 훼손하는 교리적 신념은 성경 읽기에 도움이 안 된다. 쓴 사람의 시대, 읽는 사람의 시대와 정황이 있다. 본래 글의 정황을 되살리면서 언어적 소통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 맥락도 의식해야 한다. 다른 글은 문맥 따라 잘 읽는데, 성경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른 글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사람의 글로 잘 읽어야 하나님의 글로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언어는 의미의 표피밖에 전달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제한적이다. 읽으면서 내용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창세기만 해도 에덴동산과 아담의 모습을 상상해서 읽게 되지 않나.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가 채워 넣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내가 다 채워 놓고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기만 한 것처럼 우길 수 있다.

김근주 / 어렸을 때 내 신앙은 보수적이고 전투적이었다. 서울로 대학 간다고 했더니, 목사님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견고한 진을 파하라는 축복 기도를 해 주셨다. 1980년대 중반, 마르크시즘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성경을 공격하는 사람들과 논쟁하고 싸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허접하고 죄인이고 성경은 진리이고 영원하다. 그렇다면 내가 성경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 내가 할 일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성경을 읽으며 질문하고 따져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성경을 읽을 때 주관적으로 읽고 적용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성경을 주관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은데, 이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연경 / 내용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는 게 먼저다. '어떻게 적용할까' 묻기 전에 '무슨 이야기일까' 질문할 필요가 있다. 배경을 따져 묻기도 하면서. 한국교회는 말씀에 대한 적용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큐티 같은 경우 단어 하나 잘 만나면 5분 만에 끝난다. 이는 성경과의 소통이 아니라 점을 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읽거나 변호사의 글을 읽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남의 글'로 읽으면 적용할 게 별로 없다. 적용할 게 없으면 하지 마라.

성경을 읽으면서 장 담그듯이 내용을 마음속에 담아 둬라. 그다음에 다른 말씀을 읽으며 잘 이해하고 담아 두고. 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 이야기 나누고, 이해하고, 마음속에 담아 두지 않나. 관계는 그렇게 깊어진다. 성경도 그 세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적용 강박증이 고개 드는 상황은 대부분 원하는 답, 욕망이 있을 때다. 적용이 내 욕심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차분하게, 이해하기 위해 읽자.

김근주 / 모든 사람의 해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기 욕심 때문에 필요해서 성경을 읽을 때다. 성경을 읽을 때는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고, 옆 사람 혹은 공동체에 나눠 보는 일이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성경을 읽으며 바울에게서 배우게 되는 게 논증이다. 바울을 보면, 말씀을 선포하지 않는다. 설득한다. "앉아 봐. 대화하자." 이야기·토론·논쟁하는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성경 읽기는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김근주 교수는 주관적 성경 적용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공동체적 성경 읽기를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근주 교수는 주관적 성경 적용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공동체적 성경 읽기를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공동체가 함께 성경 말씀을 놓고 적나라하게 질문하고 논쟁하는 경우는 드물다. 목사·교사가 가르친 내용만 반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권연경 / 본문 자체를 차근차근 읽는 경험을 많이 축적한 교사가 가르치면 좋을 텐데, 한국교회는 정답을 정해 놓고 가르치는 느낌이 강하다. 교인들이 막상 직접 읽을 때 생기는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어느 교회에서 성경 공부 모임을 인도한 적이 있다. 교역자가 아니라 외부 인사이고, 신약학 박사라고 하니까 교인들이 편하게 질문하더라. 평소 질문을 왜 안 하느냐고 하니까 두 가지 대답이 많았다. 첫 번째는, 계속 질문하면 목사님이 자꾸만 믿음이 없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답이 정해져 있으니 질문 자체가 죄책감을 들게 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질문했더니 잘 대답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 죄송해서 질문 안 한다고 했다.

적나라한 질문까지도 주고받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성경에 불필요한 아우라를 크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여차하면 깨질 수 있으니, 튼튼한 방탄유리 상자에 넣어 놓은 것처럼 대한다.

김근주 / 나는 일산은혜교회라는 지역 교회에 속해 있다. 청년부 예배 때 설교하는데, 설교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다. 어떨 때는 활발하게 1시간 동안 질의응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질문하라고 하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는 듯하다. 청년부나 교인들에게 수십 번 쓸데없는 질문을 던져야 괜찮은 질문 하나 나온다고 하니, 이제는 온갖 질문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바로 질문하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단 안심시키고 경계심을 가라앉혀서 질문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난감한 질문은 새겨 놓았다가 다음번에 답변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불면 꺼질라, 잘못하면 날아갈라' 걱정하면서 성경을 너무 조심스럽게 대한다. 말씀을 주로 선포만 하고, 질문을 적게 하는 분위기도 이런 영향이 크다.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선포하고, '아멘' 하면서 빠르게 달리려고만 한다. 질문을 많이 하면 사실 교회 일이 잘 안된다. 흐름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딴소리 없이 목표 세워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이게 맞는지 묻기 시작하면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느리게 가는 것은 공동체가 성경을 바로 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결과 아닐까.

- 성경을 많이 읽어도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성경 읽기와 삶의 성숙이 동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연경 / 글에는 힘이 없다. 글이 사람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글 자체가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다. 성경을 잘 읽는 것과 그 사람 인격은 관계가 없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성경과 그 사람의 관계 문제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있고, 경제학의 특정 아이디어가 정말 흥미로워서 더 깊이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 성경도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느냐에 따라 다르다.

성경이 하나님을 만나는 매개체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마술적 힘은 없다. 책으로 주어진 성경을 최대한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나님이 성경 읽기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물음은 어느 정도 신비의 영역이다. 읽은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근주 / 성경 읽기는 내 세계관, 생각의 근본 틀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행동으로 나오지 않아도 성경을 읽으면 마음에 새겨지는 게 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성경을 읽으면서 세계관이 바뀌고 세상을 살아가는 원리가 바뀌는 것이지 않을까. 성경의 세계관이 말하는 것과 내 삶이 계속 충돌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움을 겪으며 바뀌어 간다.

이럴 때 기도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된다. 성경을 읽고 행동하려면 기도가 필요한 것 같다. 기도하면, 속엣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생긴다. 성경 읽기, 묵상, 공부가 기도 가운데서 천천히 삶의 변화로 나타난다.

권연경 / 신약성경의 근본적 정서는 지금 함께하시지 않는 주님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이다. 많은 신앙인이 임재를 갈망한다. 거의 물리적 현상에 가까운 임재의 감각을 얻고 싶은 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초대교회는 이 부분에 매우 현실적이었다. 부재 의식이 강해 어떤 면에서는 임재에 대한 기대가 없다.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임재를 미리 당겨 올 수 없다. 신약성경에서 주님과 함께함에 대한 언어는 믿음의 언어지 감각의 언어가 아니다.

우리는 부재의 시간을 살아간다. 성경 말씀을 읽고서 기대하는 일도 생생한 임재보다 삶에서 말씀으로 인도받는 것 아닌가. 성경을 잘 읽으면 구체적 삶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강해진다. 마태복음에서 임마누엘 비전은 지금 현실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돌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요한복음에서 포도나무와 가지 본문은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이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본문을 죽 읽어 보면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방법은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임재의 언어가 순종의 언어와 연결되는 게 요한복음 특징이다. 순종은 함께하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마태복음은 '이웃'으로, 요한복음은 '형제들'로 표현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간접적으로 주님의 임재가 구현된다.

김근주 / 권 교수 말대로, 요한복음 15장에 나오는 주님 안에 거하라는 말씀은 주님 편에서 내 사랑 안에 거하고 내 계명을 지키라는 것이다. 계명의 결론은 "서로 사랑하라"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가 "주님 안에 거하라"는 구절만 보고 성경을 덮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고 생각한다. '주님 안에 거하는 것은 뭘까?' 그다음에 '주의 사랑 안에 거하라는 것은 뭘까?' 하면서 하나님이 이제까지 나한테 베푸신 은혜를 몇 개 적어 보자는 식으로 적용한다.

이것은 성경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덮어 놓고 멈춰서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이다. 이러니까 그 본문 아래에 있는 "서로 사랑하라"는 결론에 가서는 힘이 다 빠져 버리고 만다. 잘 읽어야 한다. 성경은 이웃에 대한 사랑만이 하나님 사랑을 구현할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권연경 교수는 신약성경, 특히 바울서신을 읽을 때 본문의 논증을 따라가면서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성경을 장과 절로 구분해 놓은 것이 오용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단·사이비가 성경 구절로 짝을 맞추는 일을 많이 하지 않나. 성경 각 권을 한 번에 다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권연경 / 장과 절 구분이 없을 수는 없다. 본문을 찾아야 하니까. 하지만 장과 절을 무시하고 읽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읽기 필요하다. 신약은 논증을 따라가며 읽어야 하는데, 한국교회에 형성된 성경 읽기 문화가 이를 방해한다. 껌을 씹듯이 한 절 씹고 단맛을 다 뽑으면 뱉은 후 그다음 껌을 집어넣지 않나. 그러니 1절과 2절이 연결되지 않는다.

내가 고등부 때 전도사님이 로마서를 50번 읽으라고 해서 순진하게 다 읽은 적이 있다. 로마서 50번 읽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 줄 아는가? 아무 일도 안 생긴다. 시간만 아깝다. 왜 그런가? 본문의 생각을 따라가며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근주 / 나도 어렸을 때 신약성경을 열심히 읽었지만, 논리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주께서 말씀하실 거야'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넘어가면서 앞에 읽은 내용이 지워지고, 또 넘어가면서 지워지니까. 옛날에 통독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전체 흐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진도 나가는 일이 돼 버렸다.

- 구약학자와 신약학자로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읽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준다면.

김근주 / 김근주의 <구약의 숲>(대장간).(웃음) 구약을 읽는 데 참 좋은 책은 구약 개론서다. 유튜브에서도 내가 두 권으로 요약했지만, 좋은 개론서를 여러 번 읽는 게 가장 좋다. 버나드 앤더슨의 <구약성서 이해>(크리스천다이제스트사)를 추천하고 싶다. 3~4번 읽어도 좋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권연경 / 개론서가 좋다는 이야기는 기본으로 깔고, 개론서 종류도 여러 가지니까 취향마다 다르겠다. 복음서는 리처드 버릿지의 <복음서와 만나다>(비아)가 입문서로 좋다. 각 복음서의 개별적 특징을 알면 읽기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바울서신은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데, 굳이 추천하라면 내가 쓴 책 <갈라디아서 산책>·<로마서 산책>(복있는사람) 등을 권하겠다. 해설 성경이 문제가 많지만, 대한성서공회 독일 해설 관주 성경은 권할 수 있다. 보수적 독자라면 ESV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배경이 궁금하면 <IVP 성경 배경 주석>(IVP)도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번역으로 본문 자체를 반복해서 읽는 것 자체를 대체하는 책은 없다고 본다. 객관적 데이터와 전문가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모르고서도 웬만한 장은 넘어간다. 더 중요한 것은 책별로 내적 일관성을 파악하며 반복해서 읽는 일이다.

'교양인을 위한 성경'은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양인을 위한 성경'은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봄이다프로젝트에서 출간하는 '교양인을 위한 성경' 시리즈를 통해 성경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김근주 / 계속 출간돼 나올 텐데, 다 사서 읽으면 좋겠다. 본문을 열심히 읽고, 페이지마다 아래에 해제가 붙어 있으니 읽어 보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져 보면 되겠다. 해설이 생각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으니 편안하게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면서 넘어가면 좋겠다.

권연경 / 일단 페이지마다 붙어 있는 질문과 해설을 무시하고 읽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은 결국에는 자기가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지 않으니까. 자기가 생각한 것과 겹치는 질문도 있고 안 겹치는 질문도 있을 텐데, 질문을 보면서 어떻게 대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답하는 방식 자체가 성경 읽기 과정을 전제하고 있다. 정답을 얻기 위해서 보지 않고, 답하는 방식에 집중해서 '문제를 이렇게 보고 답하네?' 하면서 읽으면 유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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