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회연구소가 주최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 '교회 - 차별 = ?' 마지막 강의가 6월 29일 진행됐다. 유연희 교수가 강사로 나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평화교회연구소가 주최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 '교회 - 차별 = ?' 마지막 강의가 6월 29일 진행됐다. 유연희 교수(감신대 외래)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뤘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한국교회 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상상력과 대안을 제시하는 강의가 열렸다.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는 6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안전한 교회를 위한 신학 특강 '교회 - 차별 = ?' 마지막 강의를 열었다. 지난 1강과 2강에서 각각 성소수자장애인에 대한 교회 내 차별 문제를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유연희 교수(감신대 외래)를 초청해 '구약성서, 새로운 가족을 말하다'를 주제로 교회 내 공고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짚었다.

유연희 교수는 한국교회가 성별 이분법과 가부장·이성애 중심적 정상 가족을 창조질서로 규범화하는 수단이 되는 창세기 1~3장 본문을 다뤘다. 페미니즘·퀴어신학적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본문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논했다. 유 교수가 미국에서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목사로 목회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소개하기도 했다. 궂은 날씨에도 11명이 참석했고, 강의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국 현실과 맞지 않는 '정상 가족' 고수
비정상으로 분류된 가족 형태 교인들 소외
누구나 소수자 될 수 있다는 점 깨달아야"

인터넷에 '가족'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진은 한국인 아빠·엄마·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일색이다. 유연희 교수는 이것이 한국 사회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가구 중 30%가 1인 가구인 한국 사회에서, 가부장·이성애 중심적 정상 가족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 핵가족은 산업화와 더불어 생긴 현상이지 절대적 가족 형태로 규범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가족에 대한 교회 메시지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목사들이 본인이 경험한 정상 가족을 기본 값으로 두고 설교하고 가르쳐 많은 교인이 상처 입고 있다. 정상 가족을 하나님이 세운 질서로 규범화하니 이혼한 사람들은 교회에 발붙이기가 힘들다. 1인 가족도 소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연희 교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교회가 과거 담론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연희 교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하며 교회가 과거 담론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 교수는 사회가 계속 변해 가는데 교회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학교 교재에 등장하는 진부한 성경 해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재 디자인이나 교육 방법들은 점점 좋아지는데, 정작 성경 해석은 30~40년 전과 똑같다. 여전히 정상 가족을 기본 값으로 두고 이혼을 죄악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대신 '양육자'라는 표현을 쓰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한 그림을 삽입하는 등 시대에 맞게 수정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 교육이 과거 담론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비정상'으로 분류된 가족 형태에 속하는 사람은 이중으로 배제된다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으면 없는 존재로 취급당하고, 드러나면 비정상이라고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에 부합하는 사람은 없다. 성별이든 가족이든 사회적 지위든 어떤 영역에서든지 '나 또한 소수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일은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차별, 정상성을 토대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욕망에 직면하게 한다. 자유롭고 품 넓은 인간으로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세기 1~3장 이성애·결혼·출산을
절대적 창조 규범으로 보는 것은 잘못
성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 열려야"

교계 반동성애 진영은 창세기 1~3장을 근거로 이성애·결혼·출산을 절대적 창조 규범으로 내세우며 소수자들을 정죄한다. 유연희 교수는 이러한 단일한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최근 논의되는 페미니즘·퀴어신학적 성경 해석을 소개했다.

그는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만드셨다(창 1:1)고 했을 때, '하늘과 땅'은 단지 하늘과 땅이 아닌 온 세상 우주 만물을 가리킨다. 퀴어 해석은 '남자와 여자'라는 말도 남자나 여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의 모든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수사학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창세기 1장 인간 창조 이야기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규범적이고 자명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연희 교수는 절대 불변의 가족 형태는 없다면서, 특정 성경 구절을 근거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 소수자를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연희 교수는 절대 불변의 가족 형태는 없다면서, 특정 성경 구절을 근거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 소수자를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 교수는 창세기 창조 기사의 강조점은 이성애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퀴어 해석은 하나님은 이성애 관계를 만드신 게 아니라 인간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섹슈얼리티에는 절대적이고 고정된 하나의 관점이 없다. 창세기가 이성애를 규범으로 정해 두었다는 생각은 부정확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퀴어 해석은 성별 이분법이 아닌 창조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확언하며,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전통적 이성애 규범주의를 해체한다. 이러한 시도는 섹슈얼리티와 젠더, 결혼, 성관계 등에 관한 창세기 본문의 모호함과 불일치를 부각해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연다"고 평가했다.

퀴어 해석에 따르면 출산 문제도 뒤집어 볼 수 있다. 유연희 교수는 "교부 어거스틴 등이 이성애적 성관계와 출산을 통해 인간의 죄가 유전된다고 봤다면, 퀴어는 그 죄를 다음 세대에 전할 일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퀴어신학적 성경 해석들을 소개하며, 그동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식의 전복적 성경 읽기도 가능하다고 했다. "모든 해석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해석이다. 지난 2000년 동안 남성들이 신학 해석을 지배했고 여성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이 새로운 해석을 제공해 왔다. 이성애자들이 지배해 온 신학 해석에도 퀴어신학자들이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는 이미 다가온 현실
교회가 나서서 수용하고 지원해야"

유연희 교수는 연합감리교회에서 안수받고 목회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사례를 소개했다. "50대 여성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은 새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셋이 친구로 잘 지냈다. 이혼했는데도 시누이와 계속 같은 교회를 다니고, 삶을 나누는 친구이자 가족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게이비 붐(Gayby Boom) 현상도 소개했다. 동성애자 커플들도 입양·출산을 통해 아이를 기르고 있다. 2000년에는 동성애자 커플에게 900만 명의 아이가 양육됐다. 1990년 대비 266%나 증가한 수치다. 게이 가족, 레즈비언 가족을 소개하고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 총 4명이 공동으로 양육하는 아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앞장서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 교수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앞장서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유 교수는 "가족 범주는 시대마다 변한다. 현대 한국 사회는 변화 속도가 더더욱 빠르다. 젊은이들은 취업, 거주, 출산, 경력 단절 등과 맞물려 결혼보다 동거를 택한다. 느슨한 형태의 동거가 결혼을 추월할 듯하다"며 교회가 여러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무언가 새롭게 하는 것보다, 섣부르게 단정 지은 채로 '하지 말라'고 말하는 일을 그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죄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과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교회는 사회적 정상성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 형태를 긍정하고 축하해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가정을 파괴하고 교회를 망친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교회가 차별적·배타적 태도를 버린다면 교회를 찾아올 사람이 많다. 동성애자를 환영하는 교회에는 동성애자만 오는 게 아니다. 배타적 모습을 보고 떠난 이도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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