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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배경으로 읽는 복음서> / 다니엘 보야린 지음 / 이학영 옮김 / 감은사 펴냄 / 256쪽 / 1만 6500원
<유대 배경으로 읽는 복음서> / 다니엘 보야린 지음 / 이학영 옮김 / 감은사 펴냄 / 256쪽 / 1만 6500원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주범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대교인들은 기독교를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후 그를 스승으로 따랐던 이들이 만든 종교로 이해한다. 예수를 선생님·선지자·성인, 좋게 봐야 훌륭한 인간으로 여기는 것이다. 기독교와 유대교를 전적으로 분리된 원수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성경을 봐도 유대교는 예수를 이단자·신성모독자로 고발한다. 유대교에 충실했던 바울은 유대교 신앙을 훼손하고 신성모독을 일삼는 예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예수 믿는 자들을 연행하기 위해 자기 생애를 걸고 추적하기도 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구원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어떤 면에서 유대교와 기독교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은 우리 고정관념을 깨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유사성·통일성을 찾아낸다. 저자는 기독교가 예수의 십자가 사건 이후에 생성된 신흥종교가 아니라 십자가 이전부터 존재했던 유대교 내 한 분파였음을 증명한다. 보통 유대교가 다윗 왕 같은 정치적·군사적 메시아만을 기다렸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제2성전기 문헌과 초대교회 자료들은 유대교 또한 신이자 인간인 메시아를 대망했음을 보여 준다.

예수는 유대교에서도 간절히 기다린 메시아였던 것이다. 물론 모든 유대인이 예수를 믿지는 않았다.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다며 예수를 부정하고 죽이려 했던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유대인뿐 아니라 예수를 인류가 그토록 고대한 하나님이 보낸 '사람의 아들'로 믿었던 자들도 분명 있었다.

예수 자신부터가 유대인이었다. 그는 율법을 부정하고 폐기하지 않고 스스로 율법을 지켰다. 물론 예수는 율법을 성취하고 그 이상으로 인간에게 자유와 믿음을 줬다. 예수는 유대교 전통에 속한 율법을 무시하고 단번에 없애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과 장로들이 율법을 확대 해석하여 적용해 놓은 인간의 유전을 비판했을 뿐이다.

책에서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 묘사된다. 다니엘서·이사야서·제2성전기 문헌 등을 보면 사람의 아들은 인성이 아닌 신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보통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면 인성을 지닌 인간으로 생각하는데 유대교에서 이 문구는 신성을 나타내는 언어였다. 예수는 자신이 사람의 아들로서 하나님에게 세계를 통치할 권세를 받아 이 땅을 구원하고 다스릴 왕임을 알았다.

예수는 자신이 고난받는 메시아로서 제사장과 로마 군인에게 고난받아 죽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메시아의 죽음'이라는 개념을 부정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유대교도 이사야 53장을 통해 이 땅에 올 메시아가 고난받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독교와 동일한 메시아관을 가진 유대인도 있었다는 점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연속성·통일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유대교 이해를 새롭게 한다. 보통 삼위일체를 예수의 죽음 이후 그리스도인 예배에서 생성된 개념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유대교 내에서도 이미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이위일체적 이해가 존재했다. 기독교가 같은 뿌리를 지닌 유대교 내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자라났음을 인정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 아닐까.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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