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시대 예수와 이후 발전된 기독교를 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초기 유대교의 맥락과 정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유대교를 기독교적 편견으로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예수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복음서를 대했을 수도 있다. 히브리 성경, 제2성전기 유대교, 역사적 예수 등에 관한 전문가 프레더릭 J. 머피(Frederick J. Murphy, 1949~2011) 교수는 객관적 방식으로 제2성전기 유대교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그의 세밀한 노력은 ＜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 - 제2성전기 유대교와 역사적 예수의 상관관계＞(새물결플러스)에서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예수가 매 순간 자신을 언약 가운데서 토라에 순종하는 유대인으로 이해했음을 강조한다. 유대교를 그 자체의 가치와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2성전기를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헌과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제한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당시 역사적 정황을 면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제2성전기뿐만 아니라 유대교를 형성한 이스라엘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제1장 '제2성전기 이전의 이스라엘'과 제2장 '회복'은 구약 정경을 일차 자료로 활용하고 있기에 기독교인들에겐 매우 익숙한 내용이다. 구약 전체를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훑어보며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어 유익하다. 곳곳에서 소개하는 고대 유대 사회의 개념과 특징들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제3장 '헬레니즘, 유대교, 마카비 가문'과 제4장 '묵시 사상'은 마카베오1, 마카베오2, 집회서, 다니엘, 에녹1서 등이 1차 자료다. 익숙하지 않은 외경을 시대 정황과 역사 흐름에 따라 살펴볼 귀한 기회다. 성경은 하나의 큰 이야기(meta-narrative)다. 제2성전기 역사는 성경을 전체로 이해할 때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는 제3장과 제4장을 통해 구약과 신약의 중간기라고 말하는 제2성전기 역사를 배우고 예수 운동과 기독교 형성의 기초 문맥을 이해하게 된다.

제5장 '쿰란과 사해사본'의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한 가치가 있다. 처음 사해사본(Dead Sea Scrolls)이 발견되었을 때, 미디어와 개인 저술가들은 미공개된 문서에 충격적인 내용이 있으며 이것이 기독교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건실한 학자들은 오히려 사해사본에서 제2성전기에 대한 더욱 풍성한 1차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수의 사본이 극소수 학자에게만 공개되었고, 두루마리 손상으로 출판이 늦어졌으며, 초기 사본들을 배당받은 학자들이 자기 제자들에게만 그 작업을 인계해서 사본에 접근하기에 매우 어려웠다. 이후 사해사본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제2성전기 중후엽에 대한 이해와 초기 유대교·기독교 연구를 위한 값진 자료가 되었다. 저자는 발견된 두루마리 자료들을 토대로 쿰란 공동체 특징을 상세히 소개하고 분석한다.

제6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은 복음서와 요세푸스 저작 등을 통해 제2성전기 말 이스라엘 유력 집단들을 비교·분석한다. 제7장 '로마인의 등장'과 제8장 '로마의 통치'는 복음서 이외의 1차 자료들을 통해 복음서의 배경을 연구한다. '로마의 급변하는 정치의 흐름은 어떻게 이스라엘의 역사에 영향을 미쳤을까? 유대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 앞에 어떠한 대응과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제9장 '유대인 예수'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개관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E.P. 샌더스의 ＜예수와 유대교 Jesus and Judaism＞와 증보판인 앨리슨의 ＜Jesus of Nazareth: Millenarian Prophet＞을 참조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 ＜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이 2002년  출간되었기 때문에 이후 연구 자료들은 다른 저서나 논문을 봐야 한다(예를 들어, 2010년에 출간된 앨리슨의 ＜Constructing Jesus: Memory, Imagination and History＞, 제임스 던, 래리 허타도의 저서 등). 예수가 제2성전기 말엽에 갈릴리와 유대를 오간 유대인이었음을 전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예수를 유대 사회 맥락 가운데서 이해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강조한다.

제10장 '이스라엘의 반란'은 로마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파괴한 기원후 70년 전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로마 정치와 사회적 변화는 유대인들에게 긴장과 갈등을 촉발했다. 토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대교의 근본적 성격은 성전 파괴 사건을 통해 기록된 토라와 해석이라는 새로운 유대교로 변화하게 되었다.

제11장 '그리스도에 대한 신약적 이해의 유대교 근원'은 마태복음, 누가복음, 사도행전, 히브리서, 요한계시록 등의 유대교적 성격과 배경을 고찰한다. 저자는 결국 예수와 그의 추종자들이 모두 유대인이었다는 점과, 우리가 역사적 예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1세기 갈릴리와 유대 맥락에서 예수와 그 운동을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이 책은 비교적 두꺼운 책이기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더 깊게 음미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순서대로 읽는 방법(from cover to cover)이 좋다. 전반부를 읽어야 후반부 등장하는 단어나 문장들에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9장 '유대인 예수'에서 "예수가 생존한 당시의 갈릴리의 지배자는 헤롯 안티파스였고, 유대는 로마가 직접 관할하는 구역이었다"(596쪽)라는 문장이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문장의 사회 문화적,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려면 제3장 '헬레니즘, 유대교, 마카비 가문'과 제8장 '로마의 통치'를 읽어야 한다.

"예수가 활발히 사역한 곳은 갈릴리였으므로, 그가 접촉한 '서기관들'은 갈릴리 촌락의 서기관들 혹은 헤롯의 관료들이었을 것이다"(597쪽)의 문맥을 이해하려면, 제6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의 내용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제10장 '이스라엘의 반란'은 제8장 '로마의 통치'를 꼼꼼하게 읽어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이 책의 전체 내용과 순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전체를 통으로 읽는다면 책 내용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불어 매우 쉬운 문체로 썼고, 번역도 매끄러우며, 편집도 훌륭하여 방대한 양이지만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제2성전기 전후의 다양한 원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원자료를 독자들이 직접 대할 수 있게 한 저자의 배려다. 우리는 저자의 해석에 의지하지 않고 기존 텍스트에 그대로 접근하여, 저자와 함께 해석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은 각 챕터 마지막 참고 문헌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 인용된 방대한 자료들 중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여러 자료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2002년 이 책의 원서 출간 이후 다양한 저자들이 낸 발전된 논의와 연구들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은 그러한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이 신구약 성경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무엇보다 성경 자체가 의도하는 의미대로 이해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기 바란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모중현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