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루터교회는 3월 14일까지 예배당을 폐쇄한다. 교인들은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중앙루터교회는 3월 14일까지 예배당을 폐쇄한다. 교인들은 '가정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교회가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가운데,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는 2월 23일부터 '가정 예배'를 권했다. 온라인 예배도 검토했지만, 이번 기회에 가정 예배의 소중함을 체험하자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최주훈 목사는 교인들에게 "깊은 묵상과 돌아봄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예전을 중요시하는 루터회 소속 교회가 가정 예배를 택한 것은 의외다. 교회가 나눠 준 가정 예배 예식서에는 △오늘의 기도 △시편 교송 △찬송 △죄의 고백 △사죄 선언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파송 등 약식 순서가 담겨 있다. 3월 5일 후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주훈 목사는 "평소 예전의 40% 정도만 반영했다.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다. 교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최주훈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목사 중심으로 예배가 이뤄졌다면, 이번 계기로 교인 한 명 한 명이 '단독자'로서 예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교회가 시행해 온 '제자 훈련'에 아쉬움을 표했다.

"제자 훈련은 '작은 예수 만들기' 아니었나.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니 다들 인터넷만 쳐다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스스로 가족 예배를 집례할 수 있어야 한다. 개신교는 '만인 제사장'을 추구한다. 제자 훈련 받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삶의 기초 단위인 가정에서 가족과 말씀을 나누며 거룩한 사귐을 가져야 한다. 제자 훈련이 잘 정착된 교회일수록 가정 예배를 독려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장 예배든 온라인 예배든 가정 예배든, '왜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최주훈 목사는 "헤겔은 근대를 '질문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질문이 없는 교회는 아직 중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왜 온라인 예배를 해야 하는지, 왜 가정 예배를 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하는데, 질문은 없고 답만 있다. 자기 성찰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주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코로나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주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코로나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주훈 목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회 역할과 예배 본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무슨 일을 선택하든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재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후세와 사회에 이득이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 사태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와 사회를 위해, 미래 후손을 위한 가치를 택해야 한다. 지금 당장 예배당 문을 닫는다고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교회의 예배는 개인 구원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은 물론 세상도 위해야 한다. 교회 문을 열고 닫는 것도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와서 예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의 삶이 예배가 되게 해야 한다. 예배의 일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외적인 변화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가 교회 대처 모습을 보면서 존재 이유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봤다. 교인 감소율은 가속할 것이고, 미자립 교회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다만 본질을 붙잡는 교회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는 말씀과 성찬, 거룩한 사귐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본질을 붙잡은 교회는 급변하는 사회에도 적응한다. 2000년 역사가 보여 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거룩한 사귐을 좇고,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모임과 예배가 세상과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는지, 연결은 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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