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 교수는 예수 운동과 페미니즘 은 '모두가 인간이다'는 명제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남순 교수는 예수 운동과 페미니즘 은 '모두가 인간이다'는 명제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얼마 전,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재학생이 반발했다. 트랜스젠더는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이 아니기에, 여성들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학생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생물학적 여성만 '진짜 여성'이라고 보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자처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양성평등'만 외치는 반동성애 진영과 뜻을 같이한다. 양쪽 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 - '젠더'는 허구이며 '생물학적 성별'만 진짜라고 주장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페미니즘 이름으로, 후자는 기독교 이름으로 자신들 논리를 정당화한다는 사실이다.

신학과 철학, 동시에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강남순 교수(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신학대학원)는 이들의 주장이 전부 틀렸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2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랜스 차별을 정당화하는 '페미니즘'이란 없다"는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다른 '인간'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강남순 교수는 2월 15일 한국YMCA가 주최한 '젠더 정의 아카데미 - 페미니즘과 예수 그리고 새로운 기독교의 이야기'에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었다. 이 강연은 한국YMCA가 내부 교육용으로 기획했으나, 공공연한 트랜스 혐오에 더 많은 사람과 문제의식을 나누고자 공개 강연으로 전환했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50여 명이 강의실을 채웠다. 두 시간 예정되었던 강의는 세 시간이 다 되어서야 끝났다.

사람 취급 못 받던 여성
인간으로 취급한 예수 잊고
'구원 클럽' 된 교회
"예수 이름으로 예수 배반"

강남순 교수는 예수와 페미니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레너드 스위들러의 <예수는 페미니스트였다>(신앙과지성사)를 언급하며, '여성'을 향한 예수의 시각과 페미니즘이 시작된 '여성도 인간이다'는 명제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예수는 여성이 인간 대접받지 못하던 시기를 살았다. 여성은 사람 수를 셀 때 포함되지 않았다. 강남순 교수는 "예수는 '비존재'로 취급받는 여성을 사람으로 대했다. 성서에서 예수가 가장 오래 대화한 사람이 누구인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가 어떤 대화보다 길었다. 유대인도 아니고,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천한 계급의 여성. 그런 이와 대화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다"고 말했다.

강남순 교수는 심판자 자리에서 판단하고 정죄하는 교회를 가리켜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남순 교수는 심판자 자리에서 판단하고 정죄하는 교회를 가리켜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남순 교수는 예수의 수많은 어록과 행동을 결국 사랑·환대·연민·책임·연대라는 키워드로 축약할 수 있다고 했다. 성서에 나온 예수는 인간 취급받지 못하던 한 여성을 인간으로 대했다. 그뿐 아니라, 그가 남긴 지상 최대 명령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사랑한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는 게 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신을 알 수 없다. 연인 사이 사랑만 사랑이 아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가. 여기서 누가 나의 이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 교회, 내 가족, 내 친구들, 기독교인만 이웃인가. 성서를 많이 읽는 게 아니라 한 장을 읽어도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소수자 집단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주류 개신교를 비판했다. 강남순 교수는 종교철학자 존 카푸토 말을 인용하며 "교회는 예수가 남긴 키워드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겸손함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교회는 '구원 클럽'이 되어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서 자기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한다. 이는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혐오 작동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작동하는 '트랜스' 혐오
"페미니즘은 포용 범위 확장하는 것"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다'는 명제로 시작했다. 강남순 교수는 최근 숙명여대 사건 때문에 급부상한 터프(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 트랜스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주장에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눠 우열을 가리고 혐오하는 사유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비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사이에는 수많은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한쪽을 혐오하는 이들은, 유사성은 다 생략하고 차이만 부각한 다음 우열을 나누고 지배 논리를 정당화한다. 트랜스 혐오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무수한 '만약'을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범죄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집단만을 열등하고 위험한 잠재적 범죄자로 부각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 혐오 등 각종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강남순 교수는 '존재'로서 트랜스젠더를 만나면 그들을 배척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직접 만나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배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페미니즘을 진짜 받아들인 사람, 예수를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여성도 인간이다'는 명제에서 '여성'의 자리에 이주민·난민·어린아이·동성애자·트랜스젠더·무슬림 등을 다 대입할 수 있어야 한다. 페미니즘이란 결국 타자를 포용하고, 그 포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순 교수의 강의는 토요일 오전임에도 50여 명이 참석했다. 강의가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남순 교수의 강의는 토요일 오전임에도 50여 명이 참석했다. 강의가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래디컬 페미니즘과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활동은 명확하다. 자신들의 신념을 바탕으로 타인을 혐오하고 배척한다. 강남순 교수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 페미니즘을 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 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나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보다 평등하고 포용하는 세계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차별 문제에 개입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중간에 여성이라는 존재에 더해 다양한 존재가 겹치는 현상을 발견한다. 여성은 피해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해자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계급, 인종 등 정체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분법으로만 세상을 나누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결국 페미니즘은 '모두가 인간이다'는 명제까지 도달해야 한다. 페미니즘이 위험한 도구가 아닌 다양한 사람을 살리고 포용하는 도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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