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권력이 되어 버린 교회를 진단하는 북 토크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검찰과 언론 그리고 교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권력과 친밀하다. 하지만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될 때가 많다. 창비는 한국 사회에서 성역으로 지목돼 온 검찰·언론·교회를 분석하는 작업을 차례로 해 왔다. <권력과 검찰>·<권력과 언론>에 이어 최근 <권력과 교회>를 펴냈다.

<권력과 교회>는 도발적이다. 교회를 '적폐의 성역'으로 규정하면서 지금이라도 개혁하라고 주문한다. 교회 안에 똬리를 튼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문화, 성소수자와 이슬람에 대한 배타성, 인맥 공장으로 변한 대형 교회, 반지성주의를 바탕으로 한 광신도 현상, 성직·성장·승리주의 등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비판한다.

이 책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강남순(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박노자(오슬로국립대학교)·한홍구(성공회대)·김응교(숙명여대)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다.

책은 "교회는 한국 사회가 지닌 지독한 문제들이 집약된 한국 사회의 축소판(강남순)", "교회는 네트워크 자본, 연줄 자본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장소(박노자)", "교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형성과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광기의 중요한 행위자(한홍구)", "교회 바깥으로 분노의 정치를 실행할 투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신자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할 일(김응교)"이라는 비판과 권면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창비가 <권력과 교회> 출간을 기념해 '교회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보수·권력이 되었나'라는 주제로 북 토크를 열었다. 5월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빌딩에서 진행한 북 토크는 1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몰렸다.

<권력과 교회> 저자 김진호 실장과 <한국 기독교 흑역사>(짓다) 저자 강성호 작가가 패널로 나섰다. 사회는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가 맡았다. 이날 북 토크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북 토크에 앞서 양희송 대표가 패널들 성향(?)을 물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양 대표는 김진호 실장은 진보 성향인데, 강성호 선생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강 작가가 "모두 까기"라고 답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양 대표는 "나는 스스로 중도라고 생각하는데, 종북 좌파 소리도 듣는다. 극단적 입장이 아닌 중간 울타리 범위 내에서 한국 개신교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교회, 특권층 안식처로 전락
작은 교회 운동으로 사회와 담 허물어야
혈통 세습 흐름은 쇠퇴할 것"

패널뿐 아니라 방청객들의 공통된 인식은, 한국교회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김진호 실장은 한국교회에서 '소수'에 해당하는 대형 교회가 변하지 않으면 교회는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실장은 대형 교회가 전체 교회의 1.5%에 지나지 않는데, 나머지 98.5%에 해당하는 중·소형 교회가 대형 교회의 문화와 제도를 모방하면서 대형화를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왜 대형화를 추구할까. 김진호 실장은 대형 교회가 제공하는 문화적 혜택을 예로 들었다. 대형 교회는 사회의 파워 엘리트가 모이는 장이 됐고, 청년들에게는 결혼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김 실장은 "대형 교회에서 중상위 계층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등 '웰빙 보수주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회가 특권층의 안식처가 됐다는 것이다.

특권층을 위한 교회는 사회 일반과 멀어졌다. 김진호 실장은 교회가 '작음'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사회와 담을 허물고 지낼 수 있다. 교회의 단이 낮아지고, 성직자와 비성직자의 경계·장벽이 허물어진다. (불필요한) 제도와 양식들을 걷어 낼 수 있고, 교회는 이웃과 연결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대형 교회가 세습을 완료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명성교회가 세습을 강행하면서 교회의 혈통 세습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목사의 권력이 세습을 낳은 게 사실이지만, 이런 흐름은 쇠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진호 실장은 "교회 전체적으로 혈통 세습은 0.45%(350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보다 세습하는 교회가 늘 수 있지만, 이제 상당수 목사가 권력을 세습할 정도로 힘이 있지 않다"고 했다.

<권력과 교회> 저자 김진호 연구실장은 타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혐오'다. 주요 교단들은 성소수자·이슬람을 반대하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 혐오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게 좋겠느냐는 양희송 대표의 질문에, 강성호 작가는 "한국교회가 인간 중심 사고를 위험하게 생각하고 경계를 많이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인간 중심 사고가) 부족해서 한국교회에 병리적 현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진호 실장도 강 작가의 말에 동의하면서 '배타성'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중신학에서 '예수는 민중이다, 여성이다, 흑인이다'고 말한다. 이 뜻은 서양이 제도화해 온 서양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리스도를 비판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를 배제하는 그리스도교는 우리의 구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역사를 훑는 과정에서 서북 기독교 이야기도 나왔다. 해방 무렵 서북 지역 기독교인들은 진보, 중도, 보수 등 다양한 성향을 지녔다. 이 중 남한으로 이주한 서북 출신 기독인들은 친미, 극우, 반공주의 성향이 강했다. 영락교회와 서북청년회, 4·3 사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언급됐다. 영락교회 교인들이 4·3 사건에 적극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강성호 작가는 이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진호 "모든 타자, 하나님의 백성으로 간주해야"
강성호 "교회 먼저 기득권 내려놓아야"
양희송 "더디지만 교회와 세상은 변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여러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고등학생, 신학생, 목회자 등 질문을 던진 이들 모습도 다양했다. 방청객들은 교회 내 이념·세대 갈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포함, 작은 교회에서도 가치만 소비하고 떠나는 교인들에 대한 회의감, 상식과 동떨어진 교회 문화에 대한 걱정, 그리스도인으로 갖춰야 할 태도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패널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했다. 김진호 실장은 자신 역시 보수 성향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어 그 폐쇄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개방성과 견디는 힘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교회는 타자를 위해 (문을) 열어야 한다. 모든 타자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교회 안에는 좌도 있고 우도 있다.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폭발하지 않게, 적대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게 필요하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교회 변화가 더뎌도 일찍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양 대표는 "명성교회가 작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거하게 세습했는데, (세습 문제가)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더디지만 세상은 변하는 것 같다. 너무 패배주의적으로만 보지 말고, 옳고 그름에 대해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실천 방안 등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호 작가는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태도로 내려놓음을 강조했다. 그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데서 여러 문제가 온다고 봤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 상대적으로 말이 많은 편인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한다고도 했다.

대형 교회로 시작한 이야기는 대형 교회로 마무리됐다. 김진호 실장은 개신교가 쇠해도 대형 교회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여전히 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형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치밀하게 읽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권력과 교회>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인은 단순히 개인 신앙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고, 교회가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창비가 주최한 북 토크의 반응은 뜨거웠다. 100명 넘게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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