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씨가 2006년 5월 20일 열린 극동방송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전 씨는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전두환 씨가 11월 25일 수원중앙침례교회(목사 고명진)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예배에 참석해 약 10분간 축사를 했다. 전 씨는 이 교회 김장환 원로목사와 친분이 매우 두텁다. 이런 인연으로 전 씨는 지난 2006년 5월 2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극동방송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한 바 있다.

전 씨는 부인 이순자 씨와 수행원 등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교인의 박수 속에 등단한 그는 주로 김장환 목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전 씨는 "김장환 목사와 나는 매우 깊은 관계다"며 "내가 어려울 때 모든 것을 희생하고 도와준 사람이 바로 김 목사다"고 말했다. 그는 "백담사에서 보낸 2년 2개월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김 목사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지금이야 백담사 가는 길이 도로가 좋아 금방 가지만 당시만 해도 4~5시간씩 걸렸는데, 김 목사 내외가 방문을 했다는 얘기다.

"김 목사와 나는 매우 가까운 사이"

전 씨는 또 "침례교회(세계침례교회연맹을 지칭-편집자 주)에서 총재를 선출하는데, 백인 말고 유색인으로서 처음으로 김 목사가 총재에 당선됐다"며 "이 어른이 평소에 하나님을 얼마나 잘 섬기(는지 알겠다)"고 말해 교인의 박수를 받았다.

전 씨는 "내가 올해 77살이고 김 목사가 73살인데, 내가 먼저 죽고 4년 뒤에 김 목사가 죽으면 내가 가서 자리 잡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이 양반(김장환 목사)이 먼저 암에 걸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전 씨는 "김 목사가 암을 고치기 위해 미국에 가서 6개월이 돼도 소식이 없어 부고가 올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완쾌했다는) 연락이 와 우리 내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전 씨는 "(김 목사의 암이 완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늙은 사람들은 어디서 얻어 먹을 때도 없는데, 추수감사절 예배에 초대해준 김장환 목사와 고명진 목사 그리고 교회 관계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 씨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말을 맺었다.

'각하는 수원중앙침례교회에 잘 어울린다'

전 씨의 축사가 끝나자 고명진 목사는 "조금 전 대기실에서 잠깐 뵈었는데, 우리 각하 내외분은 백담사에 어울리는 분이 아니라, 중앙교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전 씨가 단에 오르기 전 그를 소개하며 "오늘 예배에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역사를 만드셨던 분들(수행원들을 지칭-편집자 주)이 예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이어 "단일 교회로 정·재계 인사가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교회가 수원 시골에 있는 중앙교회인 줄 아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며 "(제가) 현직 (국회)의원님이나 장·차관님 등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이유는 한 분 한 분의 영향력이 한 시대를 밝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극동방송 홈페이지에는 전두환 씨 축사와 관련 2건의 항의 글(11월 26일 오후 11시 현재)이 올라와 있다. 아이디 '화납니다'는 "전두환은 광주항쟁 때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 주범이다"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회에 나와서 설교를 하고 교회 목사라는 사람이 전두환 각하, 형님 각하라고 칭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아이디 '양소영'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예배에 참석한 것을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그를 왜 강대상에 세웠냐"며 "대체 우리가 주일 예배에서 주의 말씀보다 '각하의 연설'을 더 먼저, 우선순위에 놓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며 따졌다. '양소영'은 이런 내용의 글을 수원중앙침례교회 홈페이지에도 올렸는데, 삭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라미'도 댓글을 통해 "저도 방송을 듣다 도저히 들을 수 없어 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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