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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에 음모론 꺼내 든 서울실용음악고 교장·교감 부자
"타 단체가 학부모·교사 선동"…학부모 281명, 사기 혐의로 교장 고소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11.30 10:08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교비 배임·횡령 의혹을 받는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장학일 교장과 그 아들 장 교감이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행정 미흡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경쟁 단체가 꾸민 음모라고 해명했다. 한 기독교 단체에 소속된 일부 직원이 부정한 목적으로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교사와 학부모들을 선동한다고 했다.

예수마을교회 담임목사 장학일 교장과 그 아들 장 아무개 교감은 11월 8일, 두 사람 명의로 작성한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나 학교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의혹과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그 윤곽이 드러났다"며 "이제는 실체를 밝힘으로써 더 이상의 왜곡된 기사나 선동으로부터 학교의 혼란을 막고 학생들의 원만한 수업과 진학 지도를 충실히 수행"하려 한다고 썼다.

이들은 B 단체 소속 전·현직 직원들이 지난 7월 말, 야간에 학교 행정실에서 서류와 문서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가정통신문에는 엘리베이터와 행정실 CCTV에 찍힌 전·현직 직원들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직원들이 경찰 고발, 교육부 민원 내용에 맞추고자 학교 회계장부를 임의로 변조하고, 학교 공문을 없애거나 내용을 임의로 고쳐 손괴했다고 주장했다.

"B 단체가 설립할 국제예술고의 경쟁 상대인 이 사건 학교(서울실용음악고)를 고발하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인가를 취소시키는 등으로 독점적 내지는 우위적 지위를 차지하고 아울러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교사들 및 학생들을 빼 가고" 있다며, 금전을 미끼로 교직원과 학부모들을 거짓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내부 고발자로 의심되는 현직 직원을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실용음악고 이사회(이관희 이사장)도 11월 16일, 해당 직원에 대해 문서 절취와 횡령 등의 사유로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의했다.

교비 횡령 의혹에 교장·교감 부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생·학부모·교사
"교장·교감 음모론, 신뢰할 수 없어"
학생들, 서울시교육청에 청원
1100여 명 동의 얻어

교장·교감의 가정통신문은 오히려 화를 더 키웠다. 학내 구성원들은 이들의 주장이 음모론에 불과하고 책임 회피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교사 A는 11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장·교감이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 교사들이 지난 8월 말부터 계속해서 해명과 근거 자료를 요구했지만, 교장과 교감은 확답을 피한 채 계속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B도 "교장·교감을 향한 불신이 교직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사건이 잊혀질 때까지 뒤에서 시간을 계속 끌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서 만난 학생 C는 11월 26일 기자에게 "학생들은 가정통신문을 보고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우리는 대부분 언론 보도를 믿지 않았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구체적인 비위 정황이 드러나고 학교가 어정쩡하게 넘기려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학부모회를 구성해 교장에게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학부모회 이승준 대표는 11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장과 학부모들이 공청회를 열었는데, 교장은 의혹을 부인하기만 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행정 처리가 미흡해 생긴 문제를 언론이 왜곡해서 보도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무책임한 교장의 태도에 몹시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종교 단체 이야기는 10월 초 학부모 기도회 모임에서 처음 거론됐다. 학교 관계자가 모임에서 몇몇 직원을 특정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부모는 괘씸하다고 보고 있다. 학교가 사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음모론으로 본질을 훼손하며, 논란을 유야무야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부모회는 가정통신문을 수령한 다음 날, 교장·교감에게 내용증명으로 질문 30개를 보냈다. △이사회가 매년 예결산을 심의·의결했는지 △학교와 뮤직서울 사이 약속한 내용이 무엇인지 △왜 학교 외부 강사 비율이 70%나 되는지 △학교 예치금 20억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직원들이 '교직원과 학부모들에게 금전을 미끼로 거짓 선동한다'고 했는데 그 '미끼'와 '거짓 선동'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교장·교감이 거론한 B 단체도 가정통신문 내용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단체 관계자는 11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실용음악고가 재능이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때부터 교회가 귀한 사역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단체가 학교를 음해하기 위해 회원들을 위장 취업시켰다는 주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B 단체가 국제예술고를 설립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 단체는 작은 선교 단체이지, 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규모가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징계 대상이 된 직원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장 일가의 문제가 드러나자 이사회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나를 징계하려는 것 같다. 이번 일과 아무 연관도 없는 선교 단체를 끌고 와 문제 삼는다. 내가 서류를 외부로 가져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감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학생 청원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갈무리

학생들은 장학일 교장과 그 아들 교감이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판단해, 11월 16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교장·교감의 횡령과 비리에 관한 진실을 밝혀 학생들의 인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학생 청원'을 올렸다.

학생들은 "교장과 교감은 많은 사태를 일으키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혔는데도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하고 학생들을 위한 대처에도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겠다는 사과가 아닌,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 허위라며 해당 사실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듯한 문제(사이비 종교 단체가 서울실용음악고에 위장 취업을 하여 학교를 망가뜨리기 위해 고소를 했다는 내용)를 제기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들 앞에서 너무나도 태연하게 행동하거나 병가 등의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을 선생님들께 덮어씌우려고 하는 무례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실용음악고 학생들의 청원은 1100여 명 동의를 얻고, 최다 추천 청원으로 상정됐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11월 초, 장학일 교장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졸업생·재학생 학부모 281명이 고소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학교가 정규 과목인 '전공실습'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뮤직서울과의 관계를 학부모들에게 충실히 설명하지 않았으며, 교장·교감이 학생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얻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사장 "학부모, 교사 등으로
학교운영위 구성한다"

학교 옆에는 장학일 교장이 시무하는 예수마을교회가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학일 교장은 현재 이번 논란에 책임을 느끼고 학교에 사임서를 제출한 상태다. 장 아무개 교감은 논란 이후 학교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실용음악고 이사회는 예수마을교회 장로 중 한 사람을 교장직무대행에 임명했다.

<뉴스앤조이>는 11월 28일 이관희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언론에서 제기된 교장 일가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말하기 곤란하다. 학교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부 장로와 외부 인사들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외부 기관에 회계감사를 맡기고, 학부모·교직원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학부모와 직원들이 교장과 교감을 고소·고발한 일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학교를 향한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신뢰가 거의 깨진 상태다. 이사회는 수사나 감사 진행 상황을 최대한 투명하게 밝혀 학교 구성원들과 신뢰를 회복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B 단체가 직원들을 통해 학교를 음해한다는 교장·교감의 주장에 대해, 이관희 이사장은 "그런 내용으로 가정통신문이 발송되긴 했지만 이사회 공식 의견은 아니다. 확인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학교 자료를 반출한 직원을 징계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이유에 대해서는 "장 교장이 정식으로 징계를 요구했다. 직원이 학교 문서를 외부로 반출했고 재정을 횡령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직원을 소환해 설명을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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