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육부가 400억 원대 토지를 매각하지도 못하고 중개 수수료만 거액을 쓴 목원대학교(권혁대 총장) 이사·교수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학교법인 감리교학원에 대한 민원을 조사했다. 이후 4월 2일, 전 총장 박노권 교수(신학과) 해임 및 기획예산처장 징계 등 45명을 인사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소속으로, 개방이사 2명과 총동문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전부 감리회 목사로 구성된 목원대는 비리 사학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감사에 적발돼 2010년에는 임시이사 18명을 받아들인 경험도 있다. 2011년에는 '부실 대학'으로 불리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이번 감사는 학교가 소유한 대덕과학문화센터 매각 관련 두 번째 조사다. 앞서 교육부는 2018년 5~6월 실시한 감사에서, 학교법인이 대덕과학문화센터를 매각하려 하면서 학교에 심각한 재정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사학 기관 재무·회계 규칙 등을 위반하고 매각을 추진한 점 △매각에 실패했는데도 중개 수수료만 15억 원을 쓴 점 △재판에서 패소해 억대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등 재정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당시 박영태 전 이사장(중촌교회)과 박거종 전 이사장(삼천교회 은퇴)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목원대학교가 대덕문화센터 문제로 두 번째 감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박노권 전 총장 등 3명을 중징계하라는 결과를 내놨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대덕과학문화센터에 대한 문제점들을 자세히 적시했다. 목원대는 2003년 롯데그룹에서 대덕과학문화센터를 약 260억 원에 인수했다. 대전 지역 주민에게 '호텔롯데대덕'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대덕연구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알짜 땅이었다. 그런데 규제상 이 땅에 교육 시설을 지을 수 없다며 10년 가까이 방치하다, 2012년에 이를 되팔기로 했다.

목원대는 2012년 부동산 중개 업체라는 ㅁ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1월 당시 설립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는 ㅁ사의 제안서를 받아,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 보고 없이 '토지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자격'을 줬다. 교육부는 이 업체와 맺은 수수료 3% 지급 계약은, 통상 0.9%를 주는 업계 평균치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한 점은 부동산 중개업자 선정만이 아니었다. 이 땅을 사려는 1순위 입찰 업체와 2순위 입찰 업체가 담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부동산 거래 용역을 맡은 ㅁ사가 2016년 6월 공고를 내자, ㅂ사가 500억 원을 써내 1순위, ㅎ사가 470억 원을 써내 2순위가 됐다. 그런데 1순위로 선정된 ㅂ사의 천 아무개 대표는 갑자기 1순위 지위를 포기하고, 돌연 ㅎ사의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정황상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매매는 계속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470억 원에 부동산을 사겠다던 ㅎ사는 계약금 일부만 냈을 뿐, 잔금 납부일까지 433억 원을 입금하지 않았다.

계약도 어그러졌는데, 매각대행사 ㅁ사는 목원대에 용역 비용 청구서를 내밀었다. 용역비로 총 15억 5000만 원을 청구했다. 목원대가 7억 7000만 원만 주고 나머지 절반을 주지 않자, ㅁ사는 소송을 걸었다. 목원대는 소송에서 패해, 잔금은 물론 이자 1억 5000만 원까지 총 17억 원을 지급했다.

1·2순위 업체의 담합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7년 3월, 1순위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자동적으로 2순위자가 이를 이어받는다는 규정을 이용해 두 업체가 속칭 '짬짜미'(담합)를 했다고 봤다. 검찰은 ㅎ사 이 아무개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회사를 옮긴 천 씨도 기소했다. 두 사람은 입찰 방해죄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1년을 선고받았다.

교육부는 목원대가 "매각 대행 실적이 전무한 ㅁ사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사회 의결 및 관할청 허가 없이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또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수수료를 일부 삭감해 지급한다는 등의 안전장치를 두지도 않았다고 했다.

목원대가 2003년 매입한 호텔롯데대덕(현 대덕문화센터) 부지 전경. 목원대는 10년 후인 2012년 이 땅을 400억 원 이상에 팔려 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아 되레 17억 원 이상의 비용만 지출해야 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목원대는 매각 대행사 ㅁ사에, 우선 협상 대상자에게 토지 사용 권한까지 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ㅎ사는 '토지 사용 승낙서'를 근거로 구청에서 건축 허가를 받고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나섰다. 목원대는 ㅎ사가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부동산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건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목원대는 건축주 명의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매매 계약은 무효일지 몰라도 토지 사용권은 ㅎ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 소송비용으로 3400만 원을 지출했다. 땅 주인은 목원대, 건축물 사용권은 ㅎ사에 있는 이상한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렇게까지 된 데 이사회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학교가 계속해서 손실을 입는데도 감리교학원 이사들이 위약금이나 지연이자,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등 적극적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도리어 소송비용만 지출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덕과학문화센터 문제의 책임자였던 박노권 전 총장을 비롯해, 박 아무개 전 기획예산처장, 정 아무개 전 기획예산처부처장을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현재까지 이 땅은 이렇다 할 개발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대덕과학문화센터 문제 외에도 △교내 편의점 등 4개 업체와의 임대차계약을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맺은 점 △이 아무개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했다가 재판에서 패소하자 손해배상금을 법인 재정이 아니라 교비에서 끌어다 쓴 점 △이 교수의 재임용 거부 재판에서 해당 교수의 호봉을 36호봉이 아닌 29호봉으로 잘못 기재한 점 △승진 최저 소요 연수에 미달한 직원을 승진시킨 점 △전 관리처장이 통학버스 기사에게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점 등도 적발해 모두 징계를 요구했다.

대부분 '징계 시효 경과'
"이사들 고발하고 임시이사 받아야"

교육부는 이번 조사로 총 45명에 대해 59건을 적발했으나, 실제 징계받는 이는 10명에 그친다. 이사 대부분은 이미 임기가 만료된 상태이고, 다른 사안으로 문제가 된 교직원들 역시 대부분 정년 퇴임하거나 징계시효 경과로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징계가 요구된 사람은 박노권 전 총장 등 전임자 3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엄격한 처벌을 원했던 학내 구성원들은 교육부 감사가 박노권 전 총장 등 일부만 잡아 내는 솜방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아무개 교수는 4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이사들에 대해서는 임기 만료 등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 일은 형사 처벌할 사안이라고 본다. 학생들 등록금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게 말이 되나. 땅을 팔려다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을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가 목원대 이사들을 전원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송해야만 부동산 문제 등 사학 비리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교육부에 공개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학교법인은 아직 교육부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정양희 이사장에게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노권 전 총장은 4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상은 학교나 교육부에 물어봐 달라"고만 짧게 답했다. 감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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