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 고통과 기억의 위로> /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 홍종락, 이문원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191쪽 / 1만 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목사 프레드릭 비크너(Frederick Buechner, 1926~)의 에세이집. 비아토르 '프레드릭 비크너 선집' 세 번째 책으로, 고통과 기억 문제를 다룬 강연 원고와 에세이를 묶었다. △고통, 그리고 하나님의 기이하고 거룩한 은혜 △기억의 마법 △비밀, 은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방법에 대한 사색으로 구성됐다. "우리가 겪은 괴롬, 즉 상처와 슬픔, 심각한 실수, 치명적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자살을 비롯한 아픈 가족사를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고통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가 시애틀의 호텔에 머물면서 아픈 딸을 날마다 만나러 가던 그 기간에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첫째, 난데없이 두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빌 웰치와 폴 비먼, 이들의 이름을 칭송할지라.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목사였고 저희 가정에 일어난 일을 소문으로 듣고 불쑥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꿈처럼 말이지요. 두 사람은 숨이 막힐 것 같은 훌륭한 말씀을 전하거나 꽤 착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이유를 진부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 주었습니다. 우리를 데리고 나가 점심을 사 주었고 시애틀 성당에 관해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그 성당에서 열린 훌륭한 저녁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고, 우리 목숨을 구해 주었으며,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이 그 둘을 직접 그리로 옮기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의 신비로운 공기 가운데 있는 무엇인가에 실려 그 두 사람이 그곳에 왔다는 뜻입니다. 공기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니까요." (1장 '고통, 그리고 하나님의 기이하고 거룩한 은혜' - '고통의 문', 34쪽)

"- 신앙이 없어도 늘 자신감과 목적의식, 기쁨이 가득한 사람
- 신앙이 있어서 늘 기쁘고 하는 일마다 잘되고 에너지가 넘치고 늘 충만하게 사는 사람
- 부모에게 받은 상처나 아픈 기억이 없는 사람
- 사랑하는 사람, 형제, 친구, 부모를 먼저 보낸 적이 없는 사람
-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후회가 없는 사람
- 삶이 편안하고 삶의 짐도 느껴지지 않아 사는 것이 깃털처럼 가벼운 사람

이런 사람은 비크너를 읽어서는 안 된다. 비크너가 하는 말이 공감도 안 되고 그의 글이 아무 울림도 주지 못할 테니. 그런 사람은 좀 기다려야 하리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공허함과 고통, 슬픔과 무기력, 상처와 아픔, 사랑하는 이와의 작별, 과거에 대한 후회, 삶의 고단함과 무게가 느껴질 때까지. 걱정 마시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옮긴이의 말 '비크너를 읽을 시간', 188~189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