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의 사계 - 비밀의 정원에서 창조 영성을 일구며> / 김순현 지음 / 늘봄 펴냄 / 236쪽 / 1만 6000원

저자는 여수 돌산도 바닷가에 자리한 갈릴리감리교회 담임목사다. 10여 년 전 남녘 끝자락으로 내려와 "나무 한 그루 심어져 있지 않은 황량함이 싫어서 예배당 울녘에 부지런히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리고, 가꾸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가꾼 정원은 2016년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 소개됐고, 하루에 서너 팀 넘게 탐방하러 오는 곳이 됐다. 어엿한 정원사가 된 그는 이 책에서 단아한 문장과 사진으로 정성스레 가꾼 정원과의 연애담, 삶으로 길어 낸 창조 영성을 풀어내며 독자들을 정원사의 길로 초대한다. 조금 촌스러운 겉옷을 입긴 했지만, 책장을 넘기고 나면, 추천사를 쓴 김기석 목사 표현처럼 "꽃과 시와 고전과 묵상과 아름다운 언어가 이루는 만화방창의 세계"가 펼쳐진다. 목사이자 정원사인 저자는 숱한 기독교 양서를 우리말로 옮긴, 출판계에 이름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 바닥이 되어 업어 준 덕분에 우리는 지금 빛나는 존재로 살고 있다. 이 무렵의 대지는 그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침묵의 언어로 곡진히 말한다. 바닥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고, 그대도 바닥이 되어 누군가를 업어 주어야 한다고, 빛이 닿으면 그늘진 곳이 환해지듯이, 빛나는 그대가 누군가를 업어 주면 그 사람도 환해지고 따스해진다고, 세상의 빛(요 8:12)으로 오셔서 그대를 업고 계신 예수님이야말로 그대의 진정한 바닥이라고." (1장 '겨울' - '신성의 겨냥을 받는 대지', 29쪽)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손수 창조하신 아담을 데려다가 에덴에 두시고, 그곳을 맡아 돌보게 하셨다(창 2:15). 인류의 대명사 아담에게 부여되었던 것이니만큼, 정원사의 소임은 모든 인간이 1차적으로 회복하고 맡아야 할 소임이라고 하겠다. '아담은 낙원을 떠나면서 낙원 한 조각을 가져갔다. 인간의 영혼 속에는 아담이 가져갔던 낙원 한 조각이 메마른 이 세상에 대한 기억보다 훨씬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비겐 구로얀, <정원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복있는사람, 71쪽) 나는 정원사의 소임을 이렇게 새긴다. 이를테면 우리가 딛고 선 삶터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하나님이 맡겨 주신 주님의 밭으로 여기고, 그 밭을 정성껏 일구고 보살펴, 낙원을 얼핏 보여 주는 정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에스겔 예언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황폐한 땅을 보며 지나다녔으나, 이제는 그곳이 묵어 있지 않고, 오히려 잘 경작된 밭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황폐하던 바로 그 땅이 이제는 에덴 정원처럼 되었다고 할 것이다.'(겔 36:34-35) 우리는 정원사의 소임을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로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맺음말 '광대한 하늘을 우러러', 226~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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