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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폭력 피해자, 담임목사에게 말했더니 "여자는 몸조심해야"
피해자 측 "거짓말과 말 바꾸기, 사임으로 책임져야"…이 목사 "하나님이 목회 허락, 못 물러나"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7.13 00:48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신앙생활에 열심이었던 소영 씨(가명)는 청소년 시절부터 광주ㅁ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중등부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담당 전도사 조 아무개 씨와 친해졌다. 조 씨는 소영 씨가 자신을 영적으로 의지하는 점을 파고들어 성폭력을 가했다. 범행은 반복적이었다. 당시 소영 씨는 만 15세였고, 조 씨는 39세에 자식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이후 조 씨는 다른 교회로 옮겨 갔다. 소영 씨는 괴로웠다. 자기 잘못 때문에 몸이 더럽혀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이 아무개 담임목사를 찾아갔다. 사건 발생 후 3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소영 씨는 이 목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하나님과 가까운 사람일 것 같아서 그에게 갔다고 했다.

담임목사에게 조 씨에게 당한 일을 털어놓았다. 소영 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반복적이었다는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분명 조 씨와 성관계가 있었다고 이 목사에게 말했다"고 했다. 소영 씨가 기억하는 이 목사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그 말이 수년간 소영 씨를 더욱 짓눌렀다.

"내 말을 들은 이 목사는 '조 전도사와 하도 붙어 다니길래 그런 것 같았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그 뒤로도 또 (다른 남자와)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몸 간수 잘하고 조심하라고 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목사와 상담 후 소영 씨는 더욱 자신을 탓하게 됐다. 조 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이지만, 이 목사 말대로 '몸 간수 제대로 하지 못한'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몇 년간 모든 일을 함구하게 됐다.

불면증·우울증·공황장애까지
7년 만에 조 씨 고소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징역 4년 선고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영 씨 속은 문드러졌다. 교회 가기가 힘들어 한동안 교회를 멀리하기도 했다. 강간당하는 꿈을 수시로 꿔 불면증에 시달렸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찾아왔다.

소영 씨는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를 옮기게 됐다. 그곳에서 소영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당 교역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소영 씨가 성폭력을 당한 것이며, 이는 전적으로 조 씨 잘못이지 소영 씨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청년부 간사들과 친구들에게도 고백했다. 모두 함께 울며 소영 씨에게 공감해 주었다.

피해자와 부모는 광주ㅁ교회 담임목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하길 바라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때는 2018년, 서지현 검사 폭로로 '미투 운동'이 시작됐을 시점이었다. 소영 씨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늦게라도 조 씨를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범행이 있고 난 뒤 7년 만이었다.

소영 씨 부모는 고소 하루 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 길로 휴가를 내고 딸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고소당한 조 씨는 범행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그사이 목사가 돼 교회를 개척한 조 씨는 사건 조사가 시작된 뒤 교회를 사임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올해 5월 10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조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향후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는 것도 금했다.

이 목사, 상담 사실 함구하고
피해자 부모 도움 요청도 거절
부모들 "성폭력 알고도 일언반구 없어,
목회 자격 없어, 교회 사임해야"

가해자는 처벌받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사건을 알고 있었던 광주ㅁ교회 담임 이 목사의 부적절한 대처다.

조 씨는 2018년 7월 소영 씨에게 고소당하자, 소속 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소영 씨 부모는 조 씨가 정당하게 처벌받기 원했다. 부모는 그해 12월 이 목사를 찾아갔다. 자신들이 한때 광주ㅁ교회 교인이기도 했고, 이 목사와 조 씨가 같은 노회에 속해 있었기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소극적이었다. 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영 씨가 당한 일은 안됐지만 자신이 나서서 조 씨의 면직 청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부모가 직접 나섰다.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확인서를 떼어 노회장과 서기 목사를 만나 전달했다. 노회 징계는 더뎠다. 결국 사회 법정에서 유죄판결이 난 후, 노회는 조 씨를 면직했다.

부모들은 이 목사의 대응이 아쉬웠지만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딸이 수년 전 이 목사와 상담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 목사가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소영 씨가 아니라 광주ㅁ교회 전 교인들에게 우연히 듣게 됐다. 교인들은 이 목사가 '소영이가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다', '조OO은 내 말 한마디면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한 적 있다고 전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도 딸이 이 목사와 상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모는 분노했다. 소영 씨 어머니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 씨 면직 요청 때문에 만났을 때, 이 목사는 우리 딸이 조 씨에게 성폭력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 것처럼 말했다. 딸과 상담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 않았냐'고 묻자, '성폭행당한 건 몰랐고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며 말을 바꾸더라"고 전했다.

소영 씨 어머니는 "어떻게 목회자가 범죄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부모에게 아무 말 하지 않을 수 있나.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매주 제일 앞자리에서 설교 듣고 헌금하고 목사님을 존경했다. 귀띔이라도 해 줬다면 우리 딸이 혼자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음 아파하고 병까지 얻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목사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것까지는 알지 못했고, 가해자도 이미 교회를 떠났기에 다 끝난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소영 씨와 부모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 목사가 목회자 자격이 없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소영 씨 어머니는 "그때 이 목사의 말 때문에 딸이 저렇게 됐는데, 이 목사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목사로 계속 강단에 서고 설교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런 일로 사임할 수 없다고 맞섰다. 사건이 공론화하기 전, 광주ㅁ교회 당회원 몇몇이 소영 씨 부모와 이 목사 사이를 중재하기도 했지만 양쪽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부모는 공론화에 나섰다. 5월 5일 주일예배 직후 광주ㅁ교회를 찾아가 교인들 앞에서 그간의 일을 밝혔다. 이 목사가 사임하지 않으면 외부에도 이 일을 알리겠다고 했다. 교인들은 안식월을 떠난 이 목사가 돌아오는 6월 중순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안식월에서 돌아온 이 목사는 6월 17일 이 일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피해자와 부모에게 사죄한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하겠다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 △책임지라고 한다면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임에 대해서는 "누구의 말에도 움직일 수 없고 하나님이 사인을 주시면 오늘이라도 내려놓겠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 목사 "성폭력 몰랐다
앙심 품은 전 교인들이 음해
다른 사람 요구로 사임 않는다"

이 목사는 7월 11일 광주ㅁ교회 친교실에서 기자와 만나 "나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소영이는 조 씨가 자신을 좀 어두운 곳에 데려가더니 껴안았다고만 했다. 껴안는데 자기 배꼽 쪽에 딱딱한 게 닿았다고 하더라. 난 그것 외에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나를 믿고 찾아왔는데 부모에게 알릴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이미 조 씨가 교회를 떠난 뒤였기 때문에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회에 조 씨 면직을 청원해 달라는 부탁도 이미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면직 과정을 밟고 있다는 걸 직접 노회에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찰회 목사들과 식사하러 간 자리에서 조 목사가 사임했다는 말을 들었다. 노회에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 목사는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광주ㅁ교회를 떠난 교인들이 지어낸 말에 소영 씨와 부모가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로·권사가 되지 못해 교회를 떠난 이들이, 이 목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부모에게 전달했고, 그 후 부모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외부 요구로 사임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법 한도 내에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있다면 책임지겠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세우셨고 목회를 허락하셨는데, 다른 사람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멈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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