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목사장로기도회 중 최초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시행됐다. 백희정 강사는 목회자들이 교회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설교 중 수시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이 교단 역사상 최초로 목사장로기도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교단 내에서 발생한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대책 차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초 서울과 대구에서 지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데 이어, 목회자·장로 3000여 명이 모이는 최대 행사 목사장로기도회에서도 연 것이다.

이번 교육은 기도회 둘째 날인 5월 14일 오후, 3개의 트랙 강의 중 하나로 열렸다. 백희정 강사(한국양성평등진흥원)가 '미투 현상과 언어 및 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강의했다.

백희정 강사는 성폭력 사건이 사회 지도층이나 연예인 등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정준영 동영상이 등장한 적 있다. 왜 그런가. 동영상이 있다고 밝혀지니 다들 구할 수 없느냐며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누가 검색했나. 바로 우리다. 우리 역시 동영상을 보고 싶어 한다는 방식으로 동조하지 않았나. 내가 정준영은 아니었나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백 강사는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성폭력 발언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좋은 의도로 말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중단을 요구했을 때 '왜 사사건건 예민하게 구느냐'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는지도 돌이켜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목회자들에게 "목사님들은 교회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다. 사람들은 평안을 누리려고 교회에 오는 것 아니냐. 그런 그들에게 성폭력이 벌어지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1차적으로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또 말씀 중에도 성폭력 근절에 대한 의지를 계속 말씀하시고 밝혀 주시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에 따라 제삼자도 성폭력 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신고의무자로서의 역할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백희정 강사는 "전에는 (신고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방관자였다면, 이제는 여러분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관심 가질 수 있다. 기간 내 신고해서 문제를 해결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백희정 강사는 "내가 하는 말이 좋은 의도였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성폭력 발언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짧은 기간에 젠더 폭력과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 성평등 지수 불균형 등 많은 내용을 다뤘지만, 참석자 100여 명은 비교적 집중해서 강의를 경청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백희정 강사의 '젠더 폭력'이라는 단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강하게 항의했다. 강의 후 질문 시간, 한 장로는 "젠더 폭력이라는 용어는 쓰면 안 된다. 젠더에는 소수 성애, 동성애 등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백희정 강사는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상대에게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가정폭력·성폭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목회자는 "어떻게 우리 교단에서 만드는 교재에 젠더라는 용어를 쓸 수 있나. 양성평등 관련 일을 하시니 성폭력에 대해 얘기하시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젠더라는 용어를 쓰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게 된다. 다른 데 가서는 어떻게 강의해도 좋지만, 우리 교단에서는 젠더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는 동조하며 박수를 쳤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