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청년이행복한교회는 2016년 7월 24일 첫 예배를 열었다. 자신을 '설교하는 청년'으로 정의한 서재선 목사(43)를 포함해 20~30대 청년 13명이 함께했다.

이름처럼 청년이 행복한 교회를 꿈꿨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 목사는 예배를 더 세련되게 꾸미고, 교제를 강화하고, 관리를 촘촘하게 한다고 해서 예배당을 등진 청년들이 돌아오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청년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3대 원칙을 세웠다. △청년이 주체인 교회 △청년이 목적인 교회 △청년이 일하는 교회. 청년들이 교회 운영에 직접 참여하게 했다. 운영·교제·예배·선교·교육 등 분야별 담당자를 정했다. 매년 반기별 워크숍과 월별 운영 회의를 열어, 예배와 교육, 교제 프로그램을 정하고 실제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평가했다. 목회자 사례비도 청년들이 결정했다.

청년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구조를 수평화했지만, 교회는 점점 힘이 빠졌다. 예배를 나오지 않는 이들이 생겼다. 교제와 선교, 구제 활동이 위축됐다. 청년들 간 갈등이 발생했다. 교회는 조금씩 삐그덕하기 시작하더니 밑바닥에 구멍 난 배처럼 서서히 가라앉았다. 결국 개척한 지 3년 만에 문을 닫기로 했다. 2019년 5월 26일 마지막 '청산 예배'에는 서재선 목사를 포함해 5명이 함께했다.

매년 수백 개 교회가 문을 열고 닫는다. 청년이행복한교회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서 목사와 청년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교회는 비록 실패했지만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가나안 성도 200만 시대, 청년이 주체가 되는 교회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바통을 이어 달라는 바람에서 <청년이행복한교회 청산 백서>를 출간했다. 주보·기도문·회의록·사진 등 약 3년간의 기록과 청년들의 평가, 회고가 담겼다.

서재선 목사와 교인이었던 윤은혜·김종건 씨를 7월 1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났다. 이들에게는 청산 예배 이후 한 달 반 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과 기쁨이 표정에 묻어났다. 기성 교회와 달리 청년들을 운영 주체로 세웠는데도 교회가 잘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청년들의 고된 삶, 처음 경험해 본 교회 운영, 개인별 공동체 비전 부재 등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서재선 목사(사진 왼쪽)와 김종건 청년. 청년 교회 개척과 청산 과정을 담은 백서를 출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백서에는 주보, 기도문, 회의록, 사진 등 약 3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치고 상처받은 청년들
이름부터 예산, 프로그램,
목회자 사례비 책정까지
모든 청년이 교회 운영 참여

개척 멤버는 모두 상처투성이였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간 갈등으로 교인들이 양분된 분쟁 교회 출신, 하나님에게 불만이 가득 쌓여 있는 청년, 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 등. 2016년 초, 청년 목회를 생각하고 있던 서재선 목사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이들을 하나씩 불러 모아 교회를 시작했다.

교회 이름은 청년들이 지었다. 은혜 씨는 "청년들에게 교회 이름 짓기는 처음 해 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길 찾는', '내려가는' 등 다른 이름도 나왔다. 대부분 교회에서 갈등을 겪고 힘들어했던 이들이라 그런지 '행복'이라는 말에 더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종건 씨는 "마치 교회 이름이 '불행한 청년들 여기에 오세요'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도 대부분 교회를 싫어하거나 목사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이 이름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청년은 교회 운영자였다. 서재선 목사는 자신을 '설교하는 청년'이라며, 전체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대해 달라고 했다. '청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목사가 제시했지만, 세부 내용은 청년들이 결정했다. 1년 예산과 집행 계획을 세우고, 책 모임과 교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기독교인들을 예배에 초청하고 직접 방문하는 '동행 프로젝트'도 실행했다.

"청년이행복한교회는 청년이 주체가 되는 교회입니다. 교회를 운영하고 교회의 역할을 결정하고 교회의 목적을 현실화하며 교회의 존재에 대한 책임을 청년이 지는 교회를 말합니다. 부적절한 서열화가 가장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교회 안에서 청년들은 정책적 의사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 가장 끝자리에 밀려나 있으며 동시에 여전히 어린 세대로서 권한과 책임에 있어 유예된 세대입니다." (청년이행복한교회 주보 창간호에서)

은혜 씨는 교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기억 중 하나로 목회자 사례비 책정을 떠올렸다. 그는 "청년들이 제일 재밌어했던 시간이다. 목사님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우리들끼리 사례비를 어느 기준에 맞춰 지급해야 하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교회가 서 목사에게 지급한 사례비는 월 20~30만 원이다. 그마저도 나중에 인원 감소로 헌금이 줄자 지급을 중단했다.

종건 씨는 백서에 이렇게 적었다.

"개인적으로 가정과 교회 두 곳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런 줄 알아라'는 식으로 교육받은 내게 (청년이행복한교회는) 신세계였다. 묻고 싶었던 걸 묻고 또 묻는 그런 매주가 좋았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사회참여에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달라졌다고 했다. 종건 씨는 "국정 농단이 터졌을 때 교인들은 촛불 집회 같은 곳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고 성소수자 교인들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교회가 더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 교회였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구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청년이행복한교회 2017·2018년 예산은 약 780만·470만 원. 예산에서 30% 정도는 구제 헌금으로 썼다. 교회는 노숙인 지원 단체 노느매기와 국제민주연대를 정기 후원하고, 동행 프로젝트로 방문한 단체에 성금을 전달했다.

청년들은 교회에서 주체가 되는 과정을 배웠다. 사진 제공 청년이행복한교회

기대와 달리 활력 잃은 예배
"청년들, 서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 없고
개인 사정, 외부 환경으로 교제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기대와 달리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이 예배나 모임 참여율이다. 지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배 시작이 수십 분 지연됐다. 약속한 교제 모임이나 정기 나들이가 개개인 사정으로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일이 잦아졌다. 은혜 씨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달랐고,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기에는 고된 삶을 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교제를 담당한 종건 씨는 "다들 목사님과 개인 관계로 교회에 온 거라서 서로 친하지 않았다. 작은 교회, 청년 모임이라고 해서 잘 모이고 빨리 친해질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달라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서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어떻게 보면 핵심은 간단하다. 서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교제를 이끌어 갈 주체성이 없고 서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청년들에게, 교제는 어느 정도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다. (중략)

청년들은 각자 분주한 상태였다. 주말마다 지방에서 올라와야 했던 청년,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일도 해야만 했던 청년, 연애와 가사 그리고 직장 일을 두루 돌봐야 했던 청년 등. 이토록 분주한 청년들 모두에게 공통으로 비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동시에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개인주의 성향 또한 청년들의 마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개인 사정과 외부 환경 때문에 교제는 순탄하게 진행될 수 없었고 서로 마음이 가까워지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청년이행복한교회 청산 백서>, 68~70쪽)

한 청년은 백서에 이렇게 썼다. 

"신앙을 유지하는 것도 돈이 든다. 직장을 그만두고 수험생이 된 나로서는 매주 내는 헌금 1~2만 원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정말로 생활비가 없어서 대출도 받고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었기에 정말 한 달에 만 원이 아쉬웠다. (중략) 결국 교회도 유지하려면 돈이 드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교회를 이루거나 깊이 참여하기 어렵다." (<청년이행복한교회 청산 백서>, 114쪽)

종건 씨는 청년들이 막상 원하는 자유를 얻으니까 오히려 혼란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권한이 주체성 부여하지 않아
주체 되는 게 뭔지 모르고,
되어 본 적도 없는 청년들

담당자로 세우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한다고 청년들이 주체가 되는 건 아니었다. 모든 청년이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점점 무책임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재선 목사는 "청년들이 결정은 내리지만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책임에는 암묵적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이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멈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건 씨는 "청년들은 주체가 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 맨날 교회에서 시키는 대로 신앙생활하는 게 답답하고 싫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원하는 자유를 얻으니까 오히려 혼란스럽더라. 정작 우리가 어떤 교회를 원하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은혜 씨는 "목사님이 청년들에게 주체가 되라고 판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정작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주인공'이라는 말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어떤 역할인지 배워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행복한교회에서 겪었던 경험을 청년이 주체가 되어 가는 교육이자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재선 목사는 백서에서 이런 평가를 남겼다.

"책임적 결정에 책임적 이행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것에는 우리 모두 크게 아쉬워한다. 각자 어떤 특정 역할을 맡는다든지, 혹은 함께 결정한 약속을 실행하는 차원에 있어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것에 우리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예배 시간을 정하고 지키기로 수차례 약속했지만 청산을 결정하기까지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문화의 날 행사를 결정하고도 참여나 관심이 부족해서 미뤄지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물론 역량을 고려한 역할 배분에 실패했다거나, 개별 청년들의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 결정 이후 발생한 예측하지 못한 장애물 등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결정한 것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청년이행복한교회 청산 백서>, 50쪽)

서 목사는 비록 청년이행복한교회가 문을 닫았지만 '청년 교회' 의미가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재선 목사와 청년들은 2018년 9월 교회 청산을 결정했다. 무기력한 상태로 교회를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고민한 결과였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서로 실망하고 상처만 남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만 걸음을 멈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 목사는 "수많은 실패 중 가장 가벼운 실패였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행복한교회 발걸음이 멈췄다고 해서 '청년 교회'를 위한 도전이 그 의미마저 상실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청년이행복한교회가 걷다가 멈춘 길을 다른 교회들이 이어서 가길 바란다고 했다.

"길인 줄도 길 아닌 줄도 모른 채 부지런히 걷다 보면 어느 발자국은 길이 되고 어느 발자국은 그저 기억이 된다. 그 느리고 불안한 걸음이 길이 되려면 따라 걷는 이들의 걸음이 필요하다. 단단하게 일정하게 길이 형성되기 전까지 여러 번 밟고 지나치는 이들의 수고가 필요한 법이다. 무엇보다 먼저 걸은 이들의 선택이 알맞을 때 따라 걷는 이들이 생기는 거다.

누군가 우리의 발자국을 보며 그 방향을 보아 주었으면 한다. 교회 안팎에서 지독한 분열을 겪고 있는 기독 청년들이 체념이나 자기 합리화나 혹은 무의식적인 투항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다시 예수에게로, 그래서 다시 사람에게로,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되 우리가 살아 가는 시대를 덮고 품을 수 있는 새로운 교회는 새벽 이슬 같은 기독 청년에게 시작할 거라고 기대한다." (<청년이행복한교회 청산 백서>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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