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의 상상력'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독경영연구원·기독법률가회·좋은교사운동 등 평신도 단체들이 연합해 주최하는 행사다. 6월 22일 두 번째 시간에는 '평신도 신학'을 주제로 대화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에서 목사는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주의종'이기 때문에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를 따르지 않고 대적할 경우 저주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교인들도 있다.

기독경영연구원·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독법률가회·좋은교사운동은 6월 22일 '평신도의 상상력' 두 번째 세미나에서 목회자에게 '영적 권위'가 있는지, 교인들이 목사 말에 왜 무조건 순종하는지, 평신도가 교회를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서교동 창비빌딩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목사와 평신도, 기능 차이만 있다
목사 권위는 실력과 성품에서 나와야

발제를 맡은 송인규 교수(한국교회탐구센터)는 평신도 개념에 대한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종속적 신분' 내지 '목사를 돕는 보조자'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평신도의 원래 뜻은 '하나님의 백성 전체'를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만인사제론 근거가 되는 베드로전서 2장 9절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에서 백성을 '평신도'로 읽어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평신도는 안수를 받은 목회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또 장로·집사 등 특정 직분을 갖지 못한 이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송 교수는 "고대 도시국가 체제에서 지배층을 말하는 클레로스가 성직자를 뜻하는 성직자(clergy)로, 평민 또는 문외한을 뜻하는 라오스가 평신도(lay)로 변형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초대교회에서 안수받은 이들이 특별한 계층으로 분리되고, 성찬 집례자와 참여자가 구분되면서 이분화가 고착된 것으로 봤다.

송인규 교수는 "목사든 교우든 하나님 앞에서는 함께 그리스도인이고, 형제자매일 뿐이다. 다만 목회자는 '리더십', '말씀 가르침', '목양'의 은사를 받아 공동체 내에서 다른 기능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신도 개념을 오해하는 이유는, 말씀을 가르치고 목양하는 '기능'의 차이를 '신분'의 차이로 이해하는 데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구약의 제사장 개념을 목사에게 적용하고, 목사가 하나님을 달래거나 길흉화복을 중재하는 샤먼 역할을 하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또, 유교적 문화에 기반해 목사를 보스로 생각한다. 또 이름을 부르는 서양과 달리, 꼭 호칭을 붙이는 문화 때문에 평신도와 신분이 다르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목사 역시 이런 인식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송 교수는 "목사도 자신을 형제, 자매, 그리스도인, 신자, 하나님의 자녀, 성도, 그리스도의 지체로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당회장, 담임목사, 교구목사, 교육목사, 부목사, 성직자 등으로만 부른다. 원칙·이론상 교우들과 동등한 신분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실제적으로는 일반 그리스도인과 다른 신분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송인규 교수는 목회자가 가져야 할 권위는 '직분적 권위'가 아니라 '실질적 권위'라고 했다. 직분적 권위는 어떤 직위나 위치, 경력에 따라 자동적으로 행사하게 되는 권위다. 직분적 권위는 '그 사람은 이사장, 신학 박사, 대표회장이다'와 같은 직위를 언급할 때 쓴다. 반면 실질적 권위는 '그 사람은 어떠한 분야의 권위자다'라고 표현할 때 쓴다. 송 교수는 '설교의 권위자'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이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실질적 권위보다 직분적 권위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들, 학위나 경력 등을 내세우다 보니 엉터리 박사 학위, 졸업장 위조, 논문 표절 등 비윤리적 행색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경력이 너무 많으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직분적 권위 대신 '실질적 권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성품적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인들을 섬기고 인격적으로 감화되게 하는 성품과 실력을 갖춰야지, 외형적 직책과 경력을 내세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권위를 내세워 교인 삶에 함부로 간섭하는 등,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했다.

송인규 교수는 목회자들이 학위나 경력만 내세우지 말고, 말씀과 섬김에서 실력을 갖춰 '권위자'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품적 권위'도 갖추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발제가 끝난 뒤 박제우 이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형재 교수(기독경영연구원), 백현수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송하영 교사(좋은교사운동), 박정민 형제(청년)가 나와 참석자들과 함께 평신도 신학의 앞길에 대해 대화했다.

참석자들은 "목사는 코치, 평신도는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데 코치가 모든 것을 대표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목사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교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더 다양해져야 교회가 병들지 않는다", "목회자와 교회의 헌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목회자 중심의 교회 정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송인규 교수는 "물론 잘못된 목사나 공동체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목사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만인제사장과 함께 직분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장로교에서는 성례와 설교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 직분을 인정하되 목사를 항상 주도자로, 평신도를 항상 보조자로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모이는 공동체'와 '흩어지는 공동체'를 구분하자고 했다. 그는 "모이는 공동체에는 예배와 교제 등을 주도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에 합당한 실질적 권위는 대개 목회자가 가질 것이다. 반대로 흩어지는 공동체에서는 평신도가 주도하고, 목회자는 보조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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