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 권지성 외 지음 / 기독교문서선교회 펴냄 / 294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교회 내 여성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고 여성 억압적 구도를 뿌리내린 기독교 역사를 성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신학자 10명이 의기투합해 책을 펴냈다. 10명 중 5명이 여성 신학자다. 1·2부는 구약과 신약에 나타나는 성폭력과 이를 둘러싼 문화를 논하며 기존 가부장적 해석을 지적하고 성폭력과 젠더 관련 내용을 새롭게 살핀다. 3부는 한국교회 내 성폭력 문화의 사례들과 기독교 역사 속 여성 차별적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다윗의 범죄와 암논의 범죄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암논의 성범죄는 결국 다윗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윗은 자신이 범죄했을 때 하나님께 제대로 죄를 지적받고 회개하고 처벌받으면서 회복의 기회를 얻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암논이 자신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하나님께서 자신을 판단하고 처벌하신 방식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인 암논의 죄를 지적하고 처벌했어야 했다. 그것이 왕으로서 아버지로서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자녀들과 백성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길이었다.

하지만 다윗은 가해자인 암논의 편에 서서 이 모든 책임을 무시했기에 결국 그의 자녀들은 누구도 회복되지 못하였고 다말은 큰 절망에 빠졌고 암논과 압살롬은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2장 '왜 다윗은 다말의 부르짖음에 침묵했을까?', 62쪽)

"칼뱅이 다른 종교개혁가들에 비해 진보적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음을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고,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퀴나스와 달리 여성의 생물학적 능동성을 인정하였으며, 또한 여성의 임직을 반대할 때도 육체적 성질에 근거해 논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와 다른 방식이라 할지라도 여성의 남성에 대한 종속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신학이 그 당시의 가부장적 체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론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의 신학 속 여성관이 두 신학자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진보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가부장제적 인식과 구조를 수용하였고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시대적 한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아우구스티누스와 칼뱅의 여성관에 접근해야 한다." (10장 '아우구스티누스와 장 칼뱅의 신학과 가부장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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