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아 돌로로사 - 아시아에서 따라간 일본 제국주의의 흔적> / 타카미츠 무라오카 지음 / 강범하 옮김 / 겨자나무 펴냄 / 264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일본의 악행과 범죄를 사죄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일본 제국주의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을 돌면서 자비량으로 강의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독교인 노학자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의 속죄 여정을 담았다. 1938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히브리어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맨체스터대학, 호주 멜버른대학, 네덜란드 라이든대학에서 히브리어와 셈족 언어를 가르쳤다. 2003년 라이든대학교 은퇴 이후 자비를 들여 1년에 5주 이상(시간의 십일조, 1년의 1/10)을 아시아 국가 신학교·대학교에서 자신의 학문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책에는 한국·싱가포르·홍콩·필리핀·중국·대만 등을 방문한 후 저자가 남긴 기록이 담겨 있다. 참된 용서와 치유를 위해 과거를 어떻게 직면하고 사죄할 것인지,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실현하는 '고난의 길'(비아 돌로로사)이 무엇인지 살필 수 있다. 저자가 쓴 △일본 그리스도인 학자가 바라본 한국의 광복 70주년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성명서에 대하여가 부록으로 실렸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성서 언어의 기술적인 정보보다는 평화, 정의, 화해,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제 생각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에 나타나는 저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성서적이고 기독교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늘 그런 태도가 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된 이슈들은 다양한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낸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인들과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의 국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제가 자비량으로 가르치는 성서 언어 수업은 태평양에 떨어진 동전만큼 미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저 앉아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주기도문으로 반복해서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말, 10쪽)

"서울의 세 교회에서 저를 설교자로 초청했습니다. 저의 설교를 들은 청중은 거의 한국인이었는데 이들 중 한 교회가 일본의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그 가운데 몇몇은 선교사로 일본에 갈 가능성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선교를 생각 중인 이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저의 조국 일본이 한국과 한국인에게 했던 일 그리고 일본이 아직도 역사를 마주 대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일본에 선교사로 갈 때에 그들 또한 이 고통스러운 역사를 직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일본에서 진실된 역사를 이야기하면 일본 교인들은 예배에 나오지 않고,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종용당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와 화해의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서 어떠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11장 '다시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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