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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30년 만에 대중 모금…평신도 운동의 '우산' 꿈꾼다
[인터뷰] 배종석 공동대표 "2년간 준비, 당당하게 손 내민다"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4.29 18:14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정현구·정병오)은 한국교회와 사회의 도덕적 쇄신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1987년 12월, 고 장기려 박사를 포함해 손봉호·이만열·강영안 교수 등 기독교인 38명이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누리는 반면, 도덕과 윤리의 중요도는 추락하고 물질주의가 팽배한 모습에 심각성을 느꼈다. 사회의 부패와 타락에 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지난 30년간 기윤실의 목표는 '윤리적 삶을 사는 정직한 그리스도인', '신뢰받는 교회',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였다. 이를 위해 공명선거 운동, 깨끗한 총회 캠페인, 세습 반대 운동, 교회 갱신 운동, 스포츠 신문 바로잡기, 도박 산업 규제 운동, 교회 재정 건강성 운동, 사교육 바로잡기, 교회의 사회적 책임, 목회자 성 윤리 포럼, 전월세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러한 운동을 계기로 교회개혁실천연대,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공의정치실천연대, 크리스천라이프센터, 대한민국교육봉사단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윤실은 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2012년부터 매년 여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평화 순례에 동참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뉴스레터'를 회원들에게 발행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서명을 받았다. 2016년 12월에는,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이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윤실 공동대표 배종석 고려대 교수는 "기윤실이 신앙은 보수적이지만 사회 개혁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래서 양쪽이 모두 지지하기도 하고, 거꾸로 비판하기도 한다. 기윤실 내부에서도 정체성과 확장성을 놓고 긴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2017년 임원진을 교체하면서 내부 쇄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교계와 사회에서 받는 신뢰와 기대가 높은 반면, 실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내부 구성원의 열망과 외부 평가는 귀한 자산이지만, 동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기윤실'이라는 이름은 30년간 계속됐지만, 구성원들의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전문성과 운동성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기윤실은 지난 2년간 조직을 정비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바른 가치 세미나 △사회적 책임 투자 △부채 해방 운동 △자체 휴강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이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자금이 필요했다. 기윤실이 30년 역사상 처음 대대적으로 대중 후원을 요청한 이유다. 4월 5일부터 후원자 모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윤실의 활동을 듣기 위해 4월 18일 배종석 공동대표를 만났다. 배 대표는 기윤실의 궁극적 목표가 '플랫폼 기반 운동'이라고 말했다. 몇몇 인사의 영향력과 인지도에 의존해서 전개한 과거 운동 방식과 달리, 오늘날에는 여러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운동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윤실이 이러한 평신도 운동을 지원하고 필요 자원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배종석 대표와의 일문일답.

배종석 공동대표는 기윤실이 '플랫폼 기반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기윤실이 발족한 지 30년이 지났다. 대표적인 활동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초기에는 정직·절제라는 개인 도덕과 윤리에 집중하다가, 2000년대 이후 정치·사회·문화 영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도덕과 윤리와 관련한 책무를 개인뿐 아니라 교회와 사회에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활동이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공명선거 운동이다. 부정선거 근절과 투표 참여를 위한 포럼을 열고 자료집을 발간했다. 유권자들과 함께 개표 감시 활동도 했다. 이외에도 건전하고 깨끗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박 산업과 음란물 규제 등을 촉구했다.

근래에는 한국교회 신뢰도를 조사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 차례 진행했고, 다음 여론조사는 2020년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는 발표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교회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한국교회 신뢰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왜 사람들이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지, 교회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 분석과 대안을 함께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좋은나무>라는 웹진을 발간했다. 우리는 한국교회에 공공신학의 부재와 결핍이 심하다고 본다. 목회자들이 정치·사회 문제를 읽는 눈이 부족하다. <좋은나무>는 목회자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쟁점을 파악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균형 잡힌 해석과 분석,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교회 신뢰도가 좋지 않다. 대표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교회가 그동안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깊이 있는 성장은 하지 못했다. 미국 칼빈대학 철학과에 재직 중인 제임스 K. A. 스미스가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에서 지적하는 내용이 한국교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믿음이 삶에서 실천되지 않고 지식으로만 남아 있다.

공공신학 결핍도 문제다. 사회는 점점 복잡하고 고도화하는데 신앙은 여전히 나이브하다.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옛날에는 목회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어느 정도 권위를 가졌다. 교회학교도 제도권 학교 못지않게 유익하다는 시각이 있었다. 자신을 목사 혹은 장로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신뢰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사람들은 기독교인이 더 엉망이고 교회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목회자 개인의 윤리와 도덕적 가치가 추락하고, 금권 선거, 횡령, 세습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교회가 한국 사회의 짐을 떠안고 더 희생하면서 공동선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회의 짐이 되고 있다. 우리가 세상에 진 빚이 크다. 그러니 사람들이 교회를 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윤실은 손봉호 교수(사진 가운데)를 포함해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다. 사진은 2017년 토론회. 뉴스앤조이 최승현

- 최근 상황을 보면 한국교회 극우화 현상도 심각한 것 같다.

기윤실이 탄핵 시기에 좌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한 패널이 이렇게 말했다. "현재 기성세대는 상실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태극기 부대로 분류되는 이들은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친 분들이다. 그런 이들이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 모드, 산업의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상실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우파'로 분류되는 사람들도 반공 우파, 경제 우파, 가치 기반 우파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한 그룹으로 묶을 수 없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박근혜 탄핵 사태와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서로 동질화한 것 같다.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의식이 강화됐다.

특정 이슈와 단체를 비판하자, 그 단체와 연합하는 기관들이 대신 공격하는 경우를 본다. 지난해 11월, 기윤실이 포럼을 개최해 한 기독교 단체의 가짜 뉴스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그곳은 대표적인 반동성애 단체였다. 포럼이 끝나자, 같은 진영에 있는 다른 단체들이 왜 동성애 반대 단체를 공격하느냐면서, 엉뚱한 이유로 기윤실을 비난한 적이 있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특정 단체, 특정 정당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깊이 들어가면 사안에 따라서 그 단체와 정당이 맞을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이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토론이 필요한 건데 쉽지 않다.

가짜 뉴스 문제도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다. 가짜 뉴스가 생성·유통되는 방식이 있다. 대다수 가짜 뉴스에는 '한국교회를 파괴하기 때문에 OOO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가짜 뉴스를 접하는 이들에게 이 소식을 주변에 빨리 알리지 않으면 사회가 교회가 완전히 세속화하고 기독교인들이 핍박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부추긴다.

- 기윤실은 강정 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등 사회 현안에도 적극 목소리를 개진했다. 그 이유는?

기독교 윤리는 개인과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도 적용된다. 기윤실은 보수적인 신앙을 지향하지만 사상이나 사회 개혁은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양쪽이 우리를 다 비판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놓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부침이 있었다. 기윤실의 정체가 무엇이냐며 떠나가는 이들도 있었고, 진보적인 그룹은 우리가 너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체성과 확장성을 놓고 계속 고민 중이다.

반면, 내부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기윤실에는 △자발적불편운동본부 △교회신뢰운동본부 △좋은사회운동본부 △바른가치운동본부 △청년운동본부 등 5개 본부가 있다. 각 본부가 어떤 이슈에 대해 성명을 내거나 사업을 진행할 때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다. 기윤실이 엄연히 '시민운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윤실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현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해 왔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기윤실이 이번에 대대적으로 특별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모금 요청 편지에는 '2년의 준비, 이제 당당하게 손을 내밉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공동대표가 되고 나서 기윤실의 30년 역사와 활동을 돌아봤다. 그동안 기윤실의 귀중한 자산은 '신뢰'가 아니었을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기윤실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그래도 기윤실이라면 믿을 수 있다"거나 "적어도 기윤실이라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언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교계나 사회에서 받는 신뢰와 기대는 귀한 자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운동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임원진이 지난 2년간 조직을 정비하고 사람을 모으고 비전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이제 그 작업이 끝났다. 현재 기윤실에는 회원 550여 명과 교회 50여 곳이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재정이 더 필요하다. 인력을 확충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매달 약 500만 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특별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 앞으로 주력할 사업은 무엇인가.

기윤실이 새롭게 전략을 바꿨다. 플랫폼 기반 운동이다. 초기에는 손봉호·이만열·강영안 교수 등 영향력이 있는 분들의 인적 역량과 신앙적 명성을 기반으로 운동이 전개됐지만, 플랫폼 기반 운동은 다르다. 다양한 기독교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이전에는 기윤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회원들에게 참여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회원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교회 청년들이나 일반 교인들이 어떤 사회문제나 이슈에 대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우리는 다른 회원들에게도 참여를 권장하고 장소나 활동비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제는 개인이 주도하는 운동은 어렵다고 본다. 여러 형태의 개방적이고 참여형 운동이 중요하다.

부채 문제나 양극화 현상 등 경제문제도 더 다루려고 한다. 최근 시작한 청년 부채 해방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채무 문제만 해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한 재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내달에는 윤리적 투자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얼마 전,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은 사건이 있었다. 기독교인들은 자기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야 할 책임이 있다. 윤리적 투자 운동은 정치·사회·환경 등 사안에 따라 각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좋은 기업을 키우고 나쁜 기업을 퇴출하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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