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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소스' 의존한 외신 보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사자 도움으로 목숨 구한 목사, 중국 십계명 제1계명 삭제 등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1.31 23:33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계 언론에서 해외 소식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믿기 힘든 기적이나 극렬 무슬림의 만행, 신앙을 지키다 불이익을 받은 기독교인, 특정 국가의 개신교 박해 기사 등은 교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뻗어 나간다. 간혹 믿기 힘든 이야기에 '사실일까'라는 생각이 언뜻 들기는 하지만, 언론사에서 기사로 나왔다는 사실이 신뢰의 근거가 된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일요일에 교회 가야 하기 때문에 일할 수 없다고 밝힌 직원을 수년간 괴롭히다 해고한 호텔이 직원에게 약 241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내용은 플로리다주 지역 신문뿐만 아니라, 전국구 단위의 <USA투데이>·<워싱턴포스트>·<뉴욕포스트>, 폭스 뉴스 등에서도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러 관점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 가능한 사건이다.

외신은 특성상 해외 언론 보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직접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여러 언론이 한 사건을 보도한 게 아니라면 사실상 크로스 체크가 불가능하다. '원 소스'(One Source)여도 공신력 있는 언론사가 보도했다면 신빙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 언론 중 어디가 공신력이 있는지 보통의 독자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교계 언론이 보도하는 외신 중에는 '원 소스'에 의존한 기사가 더러 있다. 중동 지역이나 중국, 제3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현지 언론이 아닌 영미권 개신교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인용한다. 내용을 추적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언론사가 출처나 확인이 불가능한 사건을 보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이 십계명 제1계명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뉴스는 페이스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십계 영상 갈무리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가장 최근 회자됐던 '중국 공안의 십계명 제1계명 삭제' 사건이다. 엘정책연구원(이정훈 원장)은 1월 9일 '중국 공안, 교회서 십계명 제1계명 제거 논란'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재림주 의혹을 받는 장재형이 세운 언론사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칼럼을 간추린 것이다. 중국의 한 지역에서 교회를 수색하던 공무원들이 "시진핑 주석의 뜻"이라며 예배당 벽에 있던 십계명 제1계명을 지워 버렸다는 내용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중국의 종교 자유에 대해 보도하는 <비터윈터 Bitter Winter>에 따르면"이라고 썼다. 그 외 출처는 없다. <비터윈터>는 세계신흥종교연구소(CESNUR)라는 단체와 연관 있는 언론사로 "중국의 종교 자유와 인권에 관한 온라인 매거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언론은 한국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정한 중국의 전능하신하나님교회(동방번개)를 향한 박해도 '기독교 박해'로 분류한다.

<뉴스앤조이>는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선교사에게 '십계명 제1계명 삭제'에 대해 문의했다. 현지 선교사들도 잘 모른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A 선교사는, 허난성은 기독교인이 많아 정부 허가를 받은 삼자교회라 해도 관리를 심하게 하는 지역이고, 그렇기에 지역 공안들이 교회를 사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 선교사는 그 정도로 노골적인 기독교 박해가 있었다면 대만·홍콩 등 인근 지역 기독교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 말 없는 것을 보면, 정부가 주도해서 발생한 일 같지는 않다고 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중국은 헌법에서 종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B 선교사는 만약 종교 교리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면 기독교 언론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현지 선교사들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 한국 크리스천들에게는 기정사실인 것처럼 퍼져 나갔다. 엘정책연구원의 뉴스 브리핑을 극우 성향의 한 기독교 사이트가 기사 형태로 만들어 페이스북에 게시했고, 개신교인들은 이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한 교계 언론도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또 다른 사례는 기적 체험과 관련한 기사다. 역시 장재형이 세운 한국 <크리스천투데이>는 2017년 5월 '중동에서 또 한 번 일어난 '다니엘의 기적''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내용 출처는 중동에서 성경을 보급하는 단체 '바이블포미드이스트'(Bible4Mideast)다. 무슬림을 위해 사역하던 목사가 사자 세 마리의 도움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바이블포미드이스트는 이외에도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를 여러 개 생산했다. 죽은 줄 알았던 무슬림 소녀가 살아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외쳤다든지, 총격을 받고 사망했던 복음성가 가수가 30분 만에 살아났다는 내용 등이다. 이 같은 이야기는 사건이 발생한 나라의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영미권의 개신교 언론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한정된 무슬림 국가에서 발생하는 일은 크로스 체크가 어렵다. 이 약점을 이용해 원 소스에 의존한 기적 체험 기사들이 개신교인들의 환심을 산다.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일을 언론이 사실인 것처럼 묘사하고, 교인들은 채팅방에 이를 공유한다. 이 같은 내용은 근거 없는 이슬람포비아를 양산한다.

중동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활동하고 무슬림 관련 팩트 체크를 전문으로 하는 김동문 목사는, 이런 종류의 기사들은 특정 집단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렇게 '원 소스'에 의존한 기사는 특정 집단·이슈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 경우다. 이런 뉴스는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감과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맹목적 지지와 연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사를 읽으면서 현실적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주의해서 읽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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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 이호인 2019-02-06 12:04:13

    1. 원소스 문제는 기독교뿐만이 아닙니다.
    2. 현지 선교사들이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가짜 뉴스라는건 아닙니다.
    3.한겨레가 여타 가짜뉴스를 보도했다고 해서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7391 한겨레 신문기사가 전부 가짜라는 이야기는 아니죠. 매체의 문제점과 기사의 사실여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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