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청춘 반환 소송. 신천지 피해자들을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에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한 심정은 '너무 낭만적인 것 아닌가'였다. 소송은 이기는 게 중요한데, 청춘을 돌려 달라는 명목이라니. 만약 지게 되면 이단 신천지가 더욱 기고만장해지는 것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아무 근거 없이 청춘 반환 소송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통일교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한때는 통일교 때문에 젊은 여성이 많이 사라져 사회문제가 됐을 정도다. 통일교 피해자들은 사기성 포교로 세뇌되어 노동 착취와 강매에 시달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과 법조인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이 청춘 반환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다.

신천지를 비롯한 이단에 빠져 있다가 탈퇴한 사람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이단 특성상 교주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살도록 만들기 때문에, 그곳을 떠났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굴종과 맹신의 삶을 지속한 사람이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도 모른다. 일상생활이 안 되니 당연히 일을 찾고 돈을 벌기도 어렵다.

속고 살았던 지난날을 배상하라는 소송이지만, 어떤 것으로 그들의 청춘을 대신할 수 있을까. 청춘 반환 소송은 배상액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는 이단 집단의 반사회성을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에 직접 건너가 통일교 피해자 사례를 연구할 만큼, 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사람들은 절실하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예상치 못한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한국 개신교는 우리 청춘을 돌려 달라", "창조과학회는 내 청춘을…" 등이었다. 댓글 드립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한 대형 교회 교인은 우리 기자에게 전화해 "우리도 그 소송을 하고 싶다. 기사 쓴 기자 좀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진지했다.

굴종과 맹신은 이단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정통'이라고 하는 교회에서도 목사에게 '속았다'고 배신감을 느끼는 교인들이 있다. 물심양면 교회에 헌신했는데, 목사는 세습하고 부동산 사고 친인척 챙기고…. 뒤통수 맞은 교인들은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가. 지금 한국교회는 청춘 반환 소송에서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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