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가 11월 28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자 입학을 제한하고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를 징계한 대학과 소수자 차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교육부를 규탄했다.

QUV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한 학생들을 징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 입학 요강에 '동성애자 입학 제한'을 명시한 호남신학대학교(최흥진 총장)의 성소수자 차별·탄압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각 대학이 차별적 학칙·행정을 바로잡고, 성소수자 및 지지자에게 내린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연대 발언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 '무지개행동' 심기용 집행위원은 "여러 대학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그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검열·징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입생들에게는 '동성애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마치 태생과 가문에 따라 입학에 제약이 있던 조선 시대, 유색인종은 입학할 수 없던 50년 전 미국 대학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개인의 신념과 거부감을 공적 공간인 대학에 표출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심기용 위원은 "차별을 공적 공간에 드러내며 성소수자에게 상처를 주고, 또 숨어 지내라고 강요한다면 이는 사회문제가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차별할 자유를 용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 심기용 집행위원(오른쪽)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차별할 자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기자회견에는 최근 '성소수자 전환 치료 강연'으로 논란 중인 감리교신학대학교(김진두 총장) 성소수자 인권 모임 '무지개감신'도 참여했다. 무지개감신 소속 한 학생은 "각 대학 당국은 학생의 양심을 검열하고 보편적 인권을 탄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교육부는 대학이 학생을 겁박하고 검열하는 것을 방관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동대 징계 당사자 A도 연대 발언했다. A는 대학이 차별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배경에 구시대적 학칙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동대에는 '학내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학칙이 있다. 집회도 학교 허가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 한동대는 헌법·실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인가. 독재 정권 당시 호헌 철폐를 외치는 학생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학칙이 대학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학칙은 성소수자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다. 사학의 자율성은 차별할 자유를 포함하지 않는다. 대학의 자치권은 헌법과 법률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동대 장순흥 총장은 징계 직후 학생들 앞에서 A에게 내린 징계를 '본보기'라고 말한 바 있다. A는 "모든 대학 구성원과 여기 있는 이들, 사회에서 밀려나는 이들 중 누구도 '혐오의 본보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는 "(성소수자와 지지자에 대한) 차별이 장신대·한동대·호남신대에서 이미 벌어졌고,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일이다. 평등이라는 말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기 위해, 대학과 종교의 차별적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차별 행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QUV는 기자회견문에서 "민주주의를 선도해야 할 대학이 재단의 결정을 따라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대학이 종교의 앞잡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공공 교육이라는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누구도 장애나 인종, 성 정체성 등 다양성을 이유로 공적 업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했다.

대학의 소수자 차별을 방관하고 있는 국가기관 책임도 크다고 했다. QUV는 "학칙과 입학 요강 개정에 대한 교육부의 묵인이 학생을 재판대에 세우는 지금의 소수자 혐오를 조장했다. '사립대의 운영에 간섭할 수 없다'는 핑계로 차별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성소수자 입학·고용 차별 및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 징계 대학 규탄 기자회견문

1963년 미국에 흑인의 입학을 거부한 대학이 있었다면, 2018년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대학교가 있다.

지난 5월 17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7명이 각자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예배 수업에 참석한 뒤 SNS에 자신들의 사진을 게시했다. 이 행동을 두고 장신대 측은 '동성애와 관련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결정 사항과 교칙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7월 26일, 위의 재학생 중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5명에게 각각 정학과 근신·사회봉사, 엄중 경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징계의 부당성을 스스로 증명하기라도 하듯, 장신대는 조사 기간 중에 신학대학원생 징계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7월 5일, 학교 공지사항에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시하며 사건 당사자들에게 조직적인 압력을 가했다. 장신대에서 밝힌 학생들의 징계 사유는 다음과 같다.

'교수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고 교내 불법행사를 개최하여
 수업의 연장인 예배를 방해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킴'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주장인가? 무지개를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은 것은 학생 개인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교수의 지도가 불필요한 일이다. 장신대에서는 학생들의 복장까지 학교의 통제 아래에 두어야 하는 것인가?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이날 예배 수업에 참석하기만 했을 뿐, 이를 방해하는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예배를 마친 후 야외에서 사진을 찍는 것 외에 단체 행동은 전혀 없었으며 이를 '불법 행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부당 징계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이다.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장신대가 아니라, 사건과 관련하여 장신대 안팎에서 언어폭력과 SNS 게시물의 무분별한 도용·유포를 경험한 학생들이다. 장신대는 실추된 명예를 감히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실추된 명예에 상응하는 수준은 장신대 스스로 보여 주었음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한동대학교 역시 지난 12월 14일, 학교 교육 이념과 맞지 않는 교내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교내 학술 동아리 '들꽃' 회원으로 활동한 학생 1명에게 무기정학을 통보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 학생이 '동성애'와 '폴리아모리'를 수행한다는 것이 한동대가 밝힌 부당 징계의 이유였다. 이에 더해 한동대는 조사 기간 동안 징계 피해 학생의 정체성에 대한 아웃팅을 학교 메일을 통해 공공연히 자행했고, 이에 '들꽃' 회원들은 학교를 상대로 고립된 채 교내에 만연한 혐오 범죄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최근에도 이 피해 학생이 한동대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의 첫 재판을 앞두고 SNS와 기독교 카페 등에 이 학생의 실명과 성적 지향을 거론하는 글이 무작위로 배포되었다. 부당 징계 이후 개인을 향해서 조직적인 폭언과 폭력이 끊이지 않음에도,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의 시발점이 된 한동대학교는 부조리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만 일삼고 있다.

성소수자를 목표로 한 대학의 공개적인 인권 탄압과 학습권 침해는 비단 재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호남신학대학교는 2019년도 입학 요강 중 '신학대학원·상담대학원·사회복지대학원 등의 석사 응시 자격'에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가 아닌 자'라고 밝힘으로써 성소수자의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시 2018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반동성애 입학 서약'을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의 정체성이 탄로 나거나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표현함으로서 서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언제든지 입학 취소와 함께 학습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징계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대학교의 교내 월권 행사는 성소수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에만 그치지 않고 교직 및 교직원 고용 환경에까지 차별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102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는 총회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올해 9월 103회 총회에서는 연속으로 "동성애자와 동성애 행위를 조장하거나 교육하는 자는 교단의 목사 고시를 치르지 못 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상정되었다. 총회가 교단 소속 7개 대학교로 결정 사항을 지시하고 총회의 말이 곧 교칙이 되는 상황에서 이 결정 사항들 역시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특정 대학교가 지속적으로 동성애를 문제 삼는 것은 소수를 배척하면서 자신 공동체의 허물을 감추고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선도해야 할 대학교가 재단의 결정 사항만을 따라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대학이 종교의 앞잡이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대학은 학문과 교류를 위한 곳이다. 고등교육법상 대학교는 공공 교육이라는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그 누구도 장애나 인종, 성 정체성과 같은 다양성을 이유로 이러한 공공성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따라서 대학이 개인의 성적 지향을 입학과 제적의 기준으로 두는 것은 평등권을 훼손하는 명백한 차별 행위이다. 또한 신입생에게 '반동성애 입학 서약'을 강요하고, 이를 어겼을 때 징계하겠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성소수자에게 자기 자신을, 민주 시민에게 양심에 따른 신념을 검열하도록 하는,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대학교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 행정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대학이 학생 위에 군림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교 학칙과 입학 요강 개정에 대한 교육부의 묵인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이념으로 학생을 재판대에 세우는 작금의 소수자 혐오를 조장했다. 대학과 종교는 헌법 위에 있지 않다. 대학의 교육 이념이나 재단의 결정 사항을 이유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침해하고 인권을 위협하는 행태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를 교육부는 그동안 '사립대학의 운영에 간섭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방관해 왔으며 이는 국가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누구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이 어떤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행동을 대학의 입맛대로 제한하고 결정 사항을 강요할 수도 없다. 개인의 성적 정체성과 인권은 어떤 대학이나 종교, 국가도 제한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에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자는 전체주의적인 사고에 굴복하여 민주 정신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인권은 그 자체로 보편적인 개념으로 소수에 대한 권리 침해는 민주 시민에 대한 선전포고이기도 하며, 장신대와 한동대, 호남신대가 자행해 온 차별은 이미 헌법을 초월하는 월권을 휘둘러 민주주의의 평등 정신을 유린하는 행위이다.

우리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성소수자의 입학과 고용을 거부하고, 인권 지지자들에게 낙인을 찍으며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와 한동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규탄한다. 각 대학들은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행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당 징계를 철회함과 동시에 피해 학생들에게 사죄하라.

또한 우리는 부당함으로 점철된 대학교의 오만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는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비민주적인 학칙과 부당 징계, 대학교 내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인권 탄압을 모조리 타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법치주의를 선언한 위 헌법 조항이 위배되는 일이 없도록 두 기관은 앞으로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땅히 배움과 포용의 장이 되었어야 할 위치에서 한낱 종교재판장으로 전락한 대학교와 그 방관자들의 미래에는 오로지 역사의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2018년 11월 28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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