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여성신학연구소·기독교학과·신학대학원는 10월 6일 'Me too, With you: 기독교와 페미니즘'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에서 '미투 운동'은 여전히 불편한 주제다. 혼전 순결, 결혼 외 성관계, 낙태, 동성애 등 다른 성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 온 기독교가 유독 '목회자 성폭력'에는 조용하다. 교회가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진단하고, 앞으로 교회는 어떻게 피해자들 목소리에 연대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학술 대회가 10월 6일 이화여자대학교대학교회에서 열렸다.

이화여대 여성신학연구소·기독교학과·신학대학원이 공동 주최한 'Me too, With you: 기독교와 페미니즘' 학술 대회에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미투 운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20대 여성이 많이 보였다.

학술 대회는 채수지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이 현장에서 목격한 성폭력 사례를 소개하면서 시작했다. 채 소장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교회 성폭력을 남녀 관계 문제로 축소하고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면, 교회는 오히려 피해자를 '목사를 홀린 더러운 여성'으로 마녀사냥하거나 교회가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위장했다고 말했다.

교회 성폭력 사례를 보면, 가해자는 남성 목회자이고 피해자는 여성 교인인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에는 여성이 더 많으니 여성 피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성 교인들이 피해자 여성을 '꽃뱀'이라고 부르고, 화간과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한 채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이 잦다.

채 소장은 교회의 왜곡된 성 의식이 교회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교회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 법에 성폭력을 범죄로 명시해 가해자를 처벌할 규정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성평등한 교회 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령 교수(왼쪽)는 주류 개신교 성 윤리학에서는 혼전 순결, 낙태, 동성애 등을 정죄하는 반면 성폭력 같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채수지 소장은 교회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 등 타인의 성 문제에 민감한 개신교인들이 왜 유독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는 무감각할까. 김혜령 교수(이화여대)는 전통적 개신교 성 윤리학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한국교회 주류 성 윤리학에서는, 성관계를 혼인 관계 및 이성애 여부만으로 윤리성과 비윤리성을 판단하는 데 집착했다.

김 교수는 "주류 개신교 성 윤리학에서는 성매매와 성폭력이 기독교 윤리적으로 왜 나쁜 행위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성매매와 성폭력이 왜 하나님과 피해자 앞에 얼마나 심각한 죄를 범한 것인지 설명하는 일을 포기했다. 개신교인들은 성매매를 불륜과 혼동하고 성폭력을 화간과 구별하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를 보인다. 성 윤리 의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성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숙진 교수(성공회대)는 한국교회 여성들이 그동안 '순종'이라는 개념을 체화했기 때문에, 성폭력 같은 문제에 있어서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뿌리내린 초창기에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교회가 제도화하면서, 정책을 결정하고 설교하는 행위는 남성이 맡고 여성은 보조자로 머무르게 만들었다. 저항과 해방 대신 순종만이 한국교회 여성이 지녀야 할 신앙 덕목인 것처럼 포장해 가르쳤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가부장적 교회 권력은 여러 제도적 장치, 교리 공부, 예배 등을 통해 왜곡된 젠더관을 퍼트리고, 교회 전반에 여성 혐오가 만연하도록 만들었다. 오랫동안 이 같은 가르침에 노출돼 있던 여성들은 교회 권력의 부도덕한 모습에 눈을 감고, 사학법 개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 교회가 주도하는 각종 정치적 집회에 "자발적으로 동원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이숙진 교수는 교회를 떠나는 젊은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지금까지는 인내와 순종, 희생과 봉사를 강조하면서 성차별적 교회 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미투 운동이 한창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은미 교수(왼쪽)는 교회 설교와 교육에서도 여성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숙진 교수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신앙인의 덕목으로 '순종'을 강요해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교회가 여성을 혐오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교인도 많다. 여성을 싫어하지 않는데 여성 혐오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백은미 교수(이화여대)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성서와 기독교 역사에서 나타난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해와 편견을 '교리'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례로 다윗과 밧세바 서사를 든 백은미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다윗이 밧세바에게 성폭력을 가한 점은 무시하고, 성폭력 피해자 밧세바가 솔로몬의 어머니가 되는 영광의 서사만 조명해 왔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것이 바로 여성 혐오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백은미 교수는 교회의 여성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적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이제는 설교나 교육에서 성 불평등과 여성 혐오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해야 한다. 단순한 순결 교육이나 성폭력 예방 교육 차원을 넘어,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적 주체화 과정을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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