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서울 송파구 A중학교 학생들이 10월 3일, 이란으로 강제송환될 처지에 놓인 친구를 위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같은 학교 친구 알리(가명·15세)가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무슬림 국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한 난민 심사를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알리는 7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이란인이다. 그는 어릴 때 친구를 따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란은 개종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나라다. 알리는 국내 체류 기간이 끝나 가면서 본국으로 갔을 때 핍박을 받을 것이 걱정됐다. 2016년 5월, 아버지와 함께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알리는 재심을 신청했고, 10월 5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알리의 친구들은 이틀 후 재심사를 받을 알리를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우리는 멀고 큰 산을 오르는 가족을 배웅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이란 친구가 (이틀 후) 심사받을 때 우리는 학교에 있다. 가까이서 손잡고 응원해 줄 수 없다"며 "알리가 긴장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훌륭한 심사를 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생들은 난민 심사가 편견과 차별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알리가 150여 차례 이상 언론에 노출되면서 박해받을 위협이 더욱 커졌다.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기만 한다면 알리가 반드시 난민 심사를 통과할 것이다"고 했다. 

또 "귀한 목숨이 심사관의 손에 달려 있다. 부끄럽지 않은 결정으로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라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켜 달라.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되게 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저마다 손 팻말을 들어 보였다. 친구를 향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세요.", "이란에서 온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편견에 가려진 진실을 봐 주세요",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친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이란 난민 친구를 위해 학생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인솔한 A중학교 오 아무개 교사는 "(알리가) 난민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당분간 언론에 노출하는 일을 삼가고 있다"고 했다. 알리는 이날 친구들을 통해 난민 인정을 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알리는 편지에서, 당초 출입국사무소가 난민 불인정 처분한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출입국사무소가 밝힌 불인정 사유는 두 가지였다. 알리 나이가 어려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과 알리가 이란 당국이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알리는 "수련회에 참가해 울며 기도하고, 미사에 참석해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를 감사하고, 힘들 때 기도 속에서 위안을 얻는 것. 이것이 내 신앙생활이다. 신앙이란 양심과 사상과 자유의 문제인데, 나이로 이를 따지는 건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랫동안 재판을 진행해 왔고 언론에도 100건이 넘게 노출됐기 때문에 박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억울하고 상처받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한다. 왜 철없는 초등학생 무슬림을 기독교로 전도해 일을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이에 알리는 "나는 대답한다. 나를 교회로 처음 이끈 건 친구지만, 교회를 선택한 건 나 자신이고, 나를 부른 건 하나님과 예수님이라고. 신앙을 지키며 나를 돕는 소중한 이들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이 고난을 반드시 이겨 낼 것이다"고 썼다.

기자회견을 마친 학생들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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