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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은 왜 공적이어야만 하나(영상)
[북스앤조이] 김근주 <복음의 공공성>(비아토르)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8.08.04 13:48

"처음부터 끝까지,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복음의 진리는 공동체적이다.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적인 삶의 영역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동체적인 변화, 공적 변화가 없는, 개인 실존 차원의 고백과 그에 입각한 구원 약속은 부족하고 미흡한 복음이 아니라 잘못된 복음이다." (409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복음의 공공성 – 구약으로 읽는 복음의 본질>은 기독교 신앙에서 '개인 윤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근본적으로 신앙은 공동체적이고 공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은 '사적 신앙'과 '사적 종교'로 전락해 버린 기독교, 자기 자신을 우상숭배하는 종교가 돼 버린 기독교를 고발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채로 복음 전파와 개인의 영적 문제에만 집중하여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는 개인적 신앙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다.

저자는 한국 개신교가 신앙의 공공성을 잃어버린 주요한 이유 중 하나를 성경 읽기에서 찾는다. 흔히 "구약은 율법, 신약은 복음"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하고, 신약성경이 전제하는 구약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구약을 읽는다 하더라도 신약의 관점에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못된 구약 읽기와, 구약성경에서부터 내려오는 핵심 주제 '하나님나라' 및 '하나님의 통치'를 배제한 잘못된 신약 읽기는 기독교를 개인의 미래를 약속하는 종교로 제한하고 말았다.

<복음의 공공성>은 본문의 본래 의미와 오늘날 현실을 연결한 '구약 다시 읽기'를 통해 복음의 공동체적이고 공적인 측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구약 여러 본문을 사려 깊게 주석하면서 성경이 줄기차게 전하고 있는 복음의 본질을 되새길 것을 촉구한다. 본문을 다루면서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난민 등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조명하기도 한다. 책 전체에서 기독교 신앙의 공적 영역을 회복하고 복음의 근본 내용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와 공의는 구약의 중심에 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정의와 공의를 요구하셨고, 다윗은 그것을 실행하였다. 시편과 에언서들은 정의와 공의의 중요성을 뚜렷이 보여 주며, 레위기를 비롯한 오경도 그러하다. 이것은 욥기와 잠언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가 정의와 공의를 잃어버렸는가? 우리는 기껏해야 주변적인 요소의 하나로 정의와 공의를 다룰 뿐이다.

유대인들이 이 세상 나라를 잃어버리면서 참된 나라, 즉 하나님나라가 또렷해졌는데, 이와 더불어 신앙의 개인화도 진정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을 넘겨 버린 유대인들의 외침, 즉 자기들에게는 가이사 외에는 왕이 없다는 말에 반영되어 있다. 구약 신앙이 철저하게 비역사화되면서, 하나님을 믿고 왕으로 섬기는 것은 하나의 종교로 전락했고, 종교는 내면을 치료하고 위로하며 혹독한 현실을 견뎌 내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되었다." (33쪽)

<복음의 공공성 - 구약으로 읽는 복음의 본질> / 김근주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446쪽 / 1만 9000원. 뉴스앤조이 경소영

성경이 말하는 신앙인은
이웃 긍휼히 여기며
많은 이에게 유익 끼치는 사람

이 책이 시도하는 '구약 다시 읽기'는 성경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다. 본문과 현실을 고려한 독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성경을 읽어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아브라함과 요셉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을 일부 살펴보자.

창세기 18장에는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려는 하나님에게 비는 장면이 나온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 열 사람이라도 찾으면 그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아 낸다. 억울한 죽음, 억울한 눈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브라함 역시 나그네였기에 나그네의 설움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정의와 공의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소돔과 고모라는 결국 심판을 받지만, 그 이유로 나그네를 대하는 태도가 주요하게 부각된다. 소돔 사람들은 나그네를 향해 집단 성욕을 폭력적으로 발현하면서 자기 욕망만 채우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 아브라함의 모습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18장 19절 아브라함이 요구받은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삶"과 18장 20절 소돔과 고모라의 "부르짖음"이 대조되는 것과 전후 맥락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본문은 정의와 공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때 의인이냐 아니냐는 떠돌이이자 약자인 나그네를 환대하느냐 환대하지 않느냐로 결정된다.

정의와 공의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닮아 이웃을 긍휼히 여기고 이웃의 슬픔과 괴로움에 동참하는 것으로 구체화한다. 저자는 하나님이 주신 기업과 자유를 누리면서 연약한 이웃을 돕는 삶이 하나님이 명령한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기독교인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은 한 가족이나 한 민족에만 국한할 수 없다. 성경에서 아브라함과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인해 만민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요셉 이야기는 어떤가. 보통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요셉이 총리가 돼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에 주목한다. 저자는 요셉의 성공담을 굶어 죽을 사람들을 살린 공적 이야기라고 풀이한다. 역정 가운데 일상의 순종을 실천해 온 요셉은 애굽 왕 바로의 꿈을 해석한 것을 계기로 국정을 맡는다. 하나님이 요셉에게 바로의 꿈을 해석하도록 한 목적은 다가올 흉년에 대비하는 것으로, 애굽에 있는 불평등을 제하고, 의로운 토지 제도를 통해 많은 생명을 구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성경을 잘 읽어 보면, 요셉은 흉년 대책으로 애굽인을 일종의 국가 소작인으로 만들어 소작료로 1/5을 걷게 한다. 흉년을 통해 애굽 국민이 평등해지고 국가의 땅을 소작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당시 소작료 1/5은 파격적 조건이었다. 소유가 아닌 경작에 토지의 목적을 둔 것인데, 저자는 요셉의 정책이 레위기 25장에서 말하는 희년 토지법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요셉을 통해 애굽인들이 레위기 말씀을 실천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저자는, 요셉이 공적 영역에서 열심을 다한 신앙인이라고 말한다. 토지 사유화와 독점 그리고 사회 불평등과 구조화를 막은 것이 요셉 신앙의 결론이라는 것이다. 성경이 제시하는 참된 신앙인은 따로 구별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을 닮아 가는 거룩함은 무엇으로 드러나는가? 레위기 19장에 따르면 농부의 거룩함은 수확할 때 자기 밭의 한 모퉁이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남겨 놓는 데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레 19:9-10), 고용주의 거룩함은 자기가 고용한 이들의 일당을 제시간에 정확하게 지급하는 데서 실질적으로 드러난다(레 19:13). 재판관의 거룩함은 외모를 보지 않는 정의로운 판결에서 나타나며(레 19:15), 장사하는 이들의 거룩함은 공정한 저울과 추에서 나타난다(레 19:35-36), 기도나 말씀 읽기, 예배 같은 행위가 아니라 일상의 현장에서 행하는 노동이 거룩함을 구현한다." (66쪽)

약자를 편애하는 하나님
"이스라엘 멸망 원인은 사적 신앙"

하나님은 성경에서 약자를 편애하는 분으로 드러난다. 故 이근삼 전 고신대 총장은 성경이 말하는 정의를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끈질긴 편애'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쓸모'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오늘날 사회 모습과 다르다. 사무엘상 30장에는 다윗 부대가 아말렉과의 전투를 앞둔 급박한 상황에서, 병들고 쓸모가 없어져 아말렉이 버리고 간 소년을 거두어 먹고 마시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에서 돌아온 뒤에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전리품을 나눠 준다.

"주목할 것은, 정의와 공의가 고아, 과부, 나그네와 같은 약자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중략) 정의와 공의가 우리 신앙이 지닌 공적 차원, 공공성을 보여 준다고 했는데, 공적 차원을 고려한다는 것의 의미가 이 사회의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개인의 성실함이 도리어 거대한 사회악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이미 언급했는데, 이런 경우 우리는 개인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 거대한 구조를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개인을 둘러싼 구조를 인식하게 합당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순종과 실천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연약한 이들을 지켜 내고 보호하는지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 가장 약한 이들을 생각하며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때, 그 결정과 선택은 공적일 수 있다." (142쪽)

저자는 사적 신앙, 자기 집착적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자기애는 탐욕의 근원이자 죄의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예언서들은 우상숭배를 언급하면서 힘없는 약자들이 짓밟히는 사회경제적 불의를 계속해서 고발한다. 저자는 이스라엘 멸망이 신앙의 사사화私事化에서 비롯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이스라엘 위기 상황에서 예언자들이 외친 하나님의 모습은 특별히 선택받은 이들만 건지는 분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이렇게 공적인 신앙을 지극히 사사로운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한 데서 비롯되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앙의 사사화私事化는 부족하거나 미흡한 신앙이 아니라, 잘못된 신앙이다.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수많은 우상숭배와 종교 수준으로 격하해 버린 것이 '사적私的인 신앙', '신앙의 사사화'다.

(중략) 하나님을 떠난 삶을 고발하며 돌이킬 것을 요구한 예언자들의 외침은 고아와 과부, 나그네, 가난한 자에 대한 긍휼로 이어진다. 사회의 약자들을 중심에 둔 사고방식과 실천과 행동이야말로 야훼 신앙의 본질이며, 공적 신앙의 핵심이다." (342~343쪽)

이로 보건대 기독교인이 추구할 신앙의 방향은 분명하다. 어떻게 신앙해야 할까.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복음은 '회개'와 함께 선포된다. 한국 사회 공공 영역에서 죄를 짓고도 사적 차원의 회개만 해 공분을 산 기독교 인사가 적지 않다. 저자는 회개를 하나님나라 복음의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잘못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왕으로 인정해야 할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살아온 삶에서 돌이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명령한 질서를 이 땅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회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일제강점기를 예로 든다. 일제 백성과 관료로서 살아가는 사람이 개인의 불성실만을 회개해 부지런하고 치밀하게 된다면, 당시 일제의 광범위한 수탈을 돕는 결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종교가 압제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개인의 불성실, 음란, 게으름을 뉘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암담한 현실 가운데 일제 지배를 당연하게 여겨 협력하고 살아간 데서 돌이키는 것이 핵심이다.

기독교인은 홀로 고고하게 완덕을 향해 나아가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이들을 품어 안는 실천을 통해 온전한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

"다들 죄를 짓는 중에도 홀로 죄짓지 않는 한 사람이 기독교 신앙의 목표는 아니다. 그럴 때도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은 함께 여호와의 율법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를 찾으신다. 하나님의 율법은 처음부터 공적 삶을 위한 것이므로, 개인 윤리를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나님 은혜 가운데 함께 살아갈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율법을 따라 살아갈 때 완덕完德의 '개인'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되며, 이것이 바로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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