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주, 제주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를 돕고 있는 난민인권범도민위원회(위원회) 관계자 A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실무자 입장에서 한국교회가 제주에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놨다. "제발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A는 예멘 난민 신청자 권익을 위해 법무부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들과 매일같이 싸우는 사람이다. 위원회의 노력으로, 제주에 있는 예멘인들이 임시로 취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난민 문제에서 교회 역할을 누구보다 고민하는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사석에서밖에 털어놓을 수 없는 고충을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나니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멘 난민 신청자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교회를 포함한 여러 종교 기관이 난민들을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 제주에 내려와 직접 예멘인들을 접촉해 구호 활동을 펼치는 곳도 있다. 창구를 일원화해 필요한 것들을 필요한 때에 지원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지금은 단체도 제각각이고 숫자도 많아져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갖고 있는 태도다. 난민들을 단순히 구제 대상으로 여기며 일방적 시혜를 베푸는 데 그치고 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목사가 예멘 난민들을 데리고 살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난민을 향한 특별한 소명을 허락해 줬다고 말했다. 사비를 털어 같이 살 집도 이미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 A는 당사자 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함께 살고 싶다고 고집하는 목사의 선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같이 산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계획도 없었다.

예멘 난민 신청자를 불러다 모아 식사를 대접하고 '용돈'을 쥐어 주거나, 마트에 데리고 가서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집으라고 하는 교회도 있었다. 심지어는 타 종교 기관이 운영하는 예멘인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가 먹을거리와 함께 전도지를 배포하는 교회도 있었다. A는 교회가 나그네를 품고 환대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저자 김현경은 '환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환대는 여기서 자리 없는 자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무권리인 자에게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적극적인 행위다." 미국 신학자 레티 M. 러셀의 말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공정한 환대>(대한기독교서회)에서 "환대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우리의 자선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중략)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 즉 그들 그대로 만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제주에 있는 일부 교회는 육지에 있는 교회와 함께 기금을 모아,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인 예멘 난민 신청자를 긴급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난민 심사 기간에라도 제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먹을 것과 잠잘 곳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예멘인들이 장기적으로 거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계 차원에서 모금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짜 뉴스'에 경도돼 예멘인들을 가짜 난민으로 취급하는 교회가 많은 가운데, 이들을 돕고자 하는 교회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친다는 것이다. 당장 먹을 것과 잠잘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숙소를 지원하는 것. A는 교회의 환대가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에 그친다면, 그 환대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경제활동을 허용했다. 근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일해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근로 시간이 많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 물고기만 주는 방식은 이미 충분하다.

'환대'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우리와 동일한 존재로 여기며 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행위다. 시혜와 전도의 대상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말씀을 받아들인 그리스도인들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