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정부의 공정한 난민 심사와 난민법 준수를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던 이집트인 아나스 엘 아살이 9월 13일 단식을 종료했다. 농성을 시작한 지 28일 만이다.

이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최 위원장은 아나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난민이 겪는 고통을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나스를 포함한 공동 단식 농성자들은 정부의 보호가 필요한 모든 난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나스는 9월 1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난민 혐오 반대 집회에서, 함께 단식 농성을 했던 이들과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내 모든 난민 신청자가 신뢰할 만한 난민 심사를 바라고 난민 혐오에서 보호받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요청했다.

난민 신청자 9942명, 심사관 37명
이의 신청 후 1년간 '묵묵부답'
"기약 없이 불안정한 삶
목숨 걸고 단식해야 언론에 실려"

아나스(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공정한 난민 심사를 촉구하며 28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그는 정부가 난민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난민 신청자 아나스는 지금까지 법무부의 난민 심사 과정에 불공정한 점이 많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심사관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고, 심사에 너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조서가 왜곡되는가 하면,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들이 모욕과 멸시를 받는다고 했다. 1차 심사에서 난민 불인정 판결을 받은 아나스는 이의 신청을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무부에서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아나스와 함께 20일 넘게 단식했던 난민 신청자 자이드도 1년간 이의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 달 동안 단식 농성을 해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집트 난민을 도왔던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정부가 난민들 처지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특혜가 아니다. 정부가 난민법을 제대로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난민 심사관이 턱없이 부족해 난민 신청자가 기약 없이 심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심사 적체 현상은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인권 단체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무부는 매번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들은 심의가 끝날 때까지 불안정한 삶을 지낸다. 강제로 송환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일자리나 주거지를 가질 수 없다. 김 대표는 난민 신청자들이 법적으로 안정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불안정하게 떠도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 신청자들의 실상은 정부나 사회도 관심 밖이다. 아나스처럼 누군가 목숨을 걸고 단식 농성을 벌여야 언론에 몇 줄 실리는 정도다"고 했다.

실제로 난민인권센터가 2018년 7월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가 9942명인 반면, 난민심사관은 37명이다. 난민 신청자는 2009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난민심사관은 2015년 8명이었고, 2016년 32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누적 난민 신청자 중 9557명이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난민 이슈는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누군가 목숨을 걸고 단식에 나서야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법무부 "인력·예산 한계
절차에 따라 심의 진행할 예정"

법무부 난민과 관계자는 9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심사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분기별 진행했던 심의도 두 달씩으로 변경했다. 여러 방면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제한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예산과 인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나스를 비롯한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의 이의 신청도 곧 심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절차에 따라 위원회를 소집해 공정하게 심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신청자를 소환해 면접 조사도 할 계획이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