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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결산②] 동성애가 무서운 교단들
토론·질의 없이 'NAP 반대' 결의…반동성애 진영 입장 그대로 수용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9.22 16:45

"NAP(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때문에 큰일났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 공산당이나 동성애가 나쁘다고 말하면 징역 1년을 살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을 교육하고, (사회가) 동물의 왕국이 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맞는 내용이 하나도 없는 이 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3회 총회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다. 김수읍 목사(서울남노회)는 명성교회 세습 논의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던 중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저렇게 말했다. 황당한 발언에 반응은 어땠을까. 총대들은 김 목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동성애 때문에 한국교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느껴진 총회였다. 예장통합뿐 아니라 모든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그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승희 총회장)·통합(림형석 총회장)·고신(김성복 총회장)·합신(홍동필 총회장)·백석대신(이주훈 총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NAP 반대'를 결의했다.

NAP는 한국 정부가 각 분야 인권 증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명시한 로드맵이다. '계획'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2018년 교단 총회에서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NAP를 꼭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

대부분 교단 총대들은 '계획'에 불과한 NAP가 한국교회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NAP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만 해도 징역을 살거나, 동성애를 반대하면 경찰에 잡혀갈 것이라는 반동성애 진영 주장에 끊임없이 노출된 결과다. 위기감은 공포심으로 이어졌고, 공포심은 논의를 불가능하게 했다. 모든 교단이 NAP에 대해 한마디 토론도 없이 반대를 결의했다.

총회 현장에는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가 등장했다. 예장백석대신·합신 총회에 나타난 길 교수는 "NAP에 '차별금지법'과 '성평등'이라는 두 가지 독소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NAP를 통해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을 국민에게 교육하고 세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총대들은 아무 비판 없이 길 교수 말을 그대로 수용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총회 임원들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예장통합 김태영 목사부총회장은 "NAP, 동성애를 허용하는 사회 흐름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고신 김성복 총회장은 "인권을 강조한다고 하는 NAP에 성경 원리와 국민 윤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 한국교회와 함께 반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예장합신 홍동필 총회장은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NAP 관련한 방향과 지침을 총회가 바로 제시해 교회뿐 아니라 나라까지 바로 세우는 교단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만의 '섀도복싱'
목사와 교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성애자는 '추방' 가능
신학교 총장들도 사상 검증

동성애 반대를 결의한 이유는 대부분 소속 목사와 교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예장합동은 "동성애자의 주례를 거부할 수 있으며, 동성애자를 추방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신설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목사가 동성애자의 주례를 거부할 때 경찰에 잡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교단 헌법에 못 박아 목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예장통합 총회에서는 돌발 상황도 벌어졌다. 교단 소속 신학교 총장들이 인사하고 내려갔는데, 총회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가 각 총장에게 한 명씩 나와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고 목사는 "우리 교단 모든 교회가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을 이단이라고 결의한 예장백석대신은 보고서 말미에 임 목사와 퀴어신학에서 소속 교회와 교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썼다. 예장통합은 '퀴어신학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퀴어신학은 이단성이 매우 높은 신학이다. 본 교단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퀴어신학의 논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퀴어신학을 옹호하는 어떤 신학적 입장도 용납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국교회가 느끼는 위기감은 예장합신이 채택한 '종교인 과세와 NAP에 대한 총회 선언문'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선언문을 채택할 때 총대 양일남 장로(서서울노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지금 공무원들은 이미 교회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시급한 문제다. 빨리 통과시키고 대책을 세워서 총회에서 대처 방안을 지교회들에 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건국 이래 최초로 신앙을 부인하거나 투옥을 각오하지 않고는 교회 밖에서 복음을 전할 수 없는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중략) 위정자들이 자유라는 개념을 오해하여,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가치관이나 행동을 차별받지 않고 보호하겠다고 종교와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도 국가가 정한 가치관을 강제하려고 한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깨고, 가정을 파괴하는 시도들이 강해지며, 인권을 편향적으로 잘못 옹호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며, 이념들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여 국론이 분열하고, 역사 인식과 역사 서술을 왜곡한다. (중략)

종교의 근간에는 가정을 안전하게 확립하여 건강한 자손으로 역사를 이어 가게 하는 사명이 있는데, 동성 결혼을 합법화시키는 논리로 사용되는 성평등과 일부다처제 및 낙태 합법화는 가정을 해체하고 자녀 생산을 방해하며 역사를 단절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현재의 헌법 제36조 ①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②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를 그대로 준수하기를 희망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3회 총회에서는 교단 산하 신학교 총장들에게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나마 토론 가능했던 기장
성소수자 목회 지침 연구 시작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는 다른 교단들과 조금 달랐다. 물론 기장 총회에서도 반동성애 진영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총대들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기장 목회자들에게도,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이 먹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양성'과 '성'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윤리 강령에 '성'이 등장하는 건 부당하다. 양성은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지만, 성에는 50가지가 있다. 성차별이라는 단어를 허락한다면 '수간'까지 허락한다는 얘기다." - 차장현 목사(경기중부노회)

"'성평등'이라고 하면 동성은 물론 수간, 성 이상 행동, 페티시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성에는 생리적 성과 심리적 성이 있다. 이 단어를 그대로 통과시키면 나중에 같은 성이 같은 성을 차별하는 것까지 해석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 임진한 목사(강원노회)

다른 교단 같으면 이 같은 발언은 박수를 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장 총회 현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김희헌 목사(서울노회)는 이 같은 주장을 듣고 "더 이상 다른 회원의 궤변을 듣지 말고 표결에 부쳐 달라"고 말했다.

기장은 국내 교단 중 처음으로 성소수자 목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계획을 승인했다. 임보라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한 목회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타 교단에서 '이단'으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교단 차원에서 다양한 방향의 연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총회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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