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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역대 최대 규모 퀴어 축제
성소수자 긍정하는 교회 공개…반대 교인 30여 명, 도로 누워 퍼레이드 방해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7.14 21:19

19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7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7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aound)'. 당신 주변 어디에나 성소수자가 있다는 뜻이다. 

서울광장에 자리 잡은 부스 개수, 현장을 찾은 사람 숫자, 퀴어 퍼레이드 행진 규모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다. 이번 축제에는 부스 105개가 들어섰다. 사전 심사에서 44개가 탈락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주한 외국 대사관 13개를 비롯해 구글, 닷페이스, 러쉬코리아 등 기업체, 서울 소재 각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각종 인권 단체, 성소수자부모모임, 개신교 관련 부스 등이 저마다 프로그램을 준비해 성소수자와 지지자를 맞았다. 

이른 오전부터 서울광장에는 각양각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후 1시쯤부터는 각 부스 앞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약간의 습도가 만나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그럼에도 축제에는 지난해 참석자 수 5만 명을 뛰어넘는 인원이 몰렸을 것이라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우리 주는 예쁜 예수'라는 주제로 부스를 차리고 참가자들을 맞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개신교에서는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교회'라는 수식어가 붙는 로뎀나무그늘교회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와 단체 연합 '무지개예수'가 부스로 참여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는 <성소수자 바로 알기>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소개했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Voice of Queer'라는 메모판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_______해 주는 예쁜 예수"라고 적힌 포스트잇의 빈칸을 채워 문장을 만들었다. 

"모든 자를 사랑하시는 예쁜 예수"
"모두의 다름 이해해 주시는 예쁜 예수"
"나를 지으신 예쁜 예수"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교회와 개신교 단체들의 모임 '무지개예수' 부스에서는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이 열렸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이 목회자들과 함께 기도문을 나눠 읽었다. 목사들은 준비한 꽃잎을 뿌리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복했다. 참석자들은 각자 받은 무지개 끈의 끝과 끝을 묶어 긴 하나의 끈으로 만든 뒤, 이 끈을 잡고 임보라 목사의 기도를 들었다. 

무지개예수 부스에서는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로에게 이어져 있는 이 무지개 끈의 의미를 기억하게 하시고, 어느 한쪽이 아프면 다른 쪽도 아픔을 기억하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를 보듬으며 더욱더 사랑으로, 축복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세워 갈 수 있도록 주님 우리와 함께해 주옵소서. 차별 없고 서로가 존중받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 이 세상 짓는 일에 우리가 연대와 실천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저희에게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무지개예수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고도 신앙생활할 수 있는 교회 19곳을 공개했다.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향린 공동체 네 곳, 성공회 길찾는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에 더해 청년이행복한교회, 맑은샘교회, 문수산성교회 등이 있었다. 

역대 최장 거리 퀴어 퍼레이드
남성들 반대에 세 차례 막혀

서울 퀴어 문화 축제 하이라이트는 서울 강북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퀴어 퍼레이드다. 참가자들은 이날만큼은 본인의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고 도심을 걸으며 자긍심을 느낀다. 퍼레이드를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성소수자들도 있을 정도로 축제의 절정이다. 

올해 퀴어 퍼레이드는 약 4km로 역대 최장 거리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올해 퀴어 퍼레이드는 역대 최장 구간이었다.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명동역을 돌아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약 4km 거리였다. 퍼레이드 선두에는 오토바이를 타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 '레인보우라이더스'가 섰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오후 4시 30분, 알록달록한 오토바이 십여 대가 출발해 수백 미터를 전진했지만 이내 멈춰 섰다. 퍼레이드 진행 방향인 을지로입구역에는 남성 교인 30여 명이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이 "여러분은 사전 신고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해산하라"고 수차례 방송했지만 이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하자 이를 가로막는 남성 30여 명이 도로 한가운데 누웠다.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0여 분간 대치 끝에 결국 경찰은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퍼레이드 길이 열리고 '레인보우라이더스'가 다시 수백 미터 전진했지만, 교인 30여 명은 경찰 사이를 뚫고 다시 한 번 바닥에 누웠다. 이들은 누워서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 반대한다.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바닥에 드러누워 움직이지 않는 남성 한 명 한 명을 경찰 여러 명이 들어 인도로 보냈다. 

이들은 한 차례 더 같은 행동을 반복한 후에야 퍼레이드를 가로막는 행동을 멈췄다. 남성 교인들이 도로에 누워 있는 동안, 인도에는 여성 교인들이 이들을 지켜보며 "동성애 반대한다", "동성애는 죄다"를 외쳤다. 누워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하는 교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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