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잉글랜드성공회(The Church of England)가 영국 정부의 동성애 전환 치료 금지안 발표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잉글랜드성공회는 7월 3일, "이 나라에서 동성애 전환 치료를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를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밝혔다. 잉글랜드성공회는 지난해 열린 총회에서 "현대사회에는 비윤리적인 (동성애) 전환 치료를 위한 자리가 없다"고 결의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7월 3일 '성소수자 실행 계획'(LGBT Action Plan)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영국 사회 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고 그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 △교육 현장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어린이 괴롭힘 금지 △성소수자 당사자가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 느낄 수 있는 방안 마련 △성별 이분법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간성'의 이해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기반해 계획안을 수립했다. 정부평등국(Government Equalities Office)이 실행한 설문 조사에는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양성애자 등 성소수자 10만 8000여 명이 응답했다. 성소수자 당사자 대상 설문 조사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영국 정부는 '전환 치료 금지'를 포함한 '성소수자 실행 계획'을 7월 3일 발표했다.

실행 계획안에는 정부 차원에서 전환 치료 금지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환 치료는 약물·전기치료 등 물리적 치료 외에 종교 단체에서 주도하는 종교적 행위를 의미한다.

설문 조사 응답자의 5%(약 5400명)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전환 치료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2%(약 2160명)는 성적 지향을 '치료'하기 위한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환 치료를 경험한 성소수자 절반 이상이 종교 단체에서 받았다고 답했다.

영국은 2013년 4월 동성 결혼 제도를 합법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를 중심으로 한 전환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동성애자 딘(Dean)은 7월 3일 보도된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교회에서 행하는 전환 치료에 참여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전환 치료는 대부분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하며 찬양을 부른 뒤, 설교를 듣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순서를 거친다. 교회에서 하는 전환 치료에서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부정하기 위해 '동성애'라는 단어 대신 '동성 간 끌림'(Same-sex attraction)이라는 표현을 쓴다. 동성애와 연결된 모든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즐겨 입던 옷, 듣는 음악 등 좋아하던 모든 것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내려놓고 불태워야 한다고 말한다."

딘이 경험한 전환 치료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딘은 매번 똑같은 죄를 계속 고백하는 일은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고 했다. 모임에 참석해서는 언젠가는 동성애를 '극복'할 것이라 말하지만 계속 같은 상태가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룹의 다른 동성애자들과 이야기해 보니 나아졌다고 고백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고 했다.

2014년 커밍아웃한 찬양 사역자 비키 비칭(Vicky Beeching)도 평소 전환 치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비칭은 6월 발표한 저서 <언디바이디드 Undivied>에서 자신이 겪은 다양한 전환 치료를 설명하며, 이는 사람의 영혼을 다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16살에 겪은 전환 치료는 퇴마 형식이었다. 20대에는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조금 더 온화한 전환 치료 과정을 밟았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죄인이며 깨어진 존재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하나님께 사랑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런 경험은 자아와 분리된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전환 치료를 금지해야 한다."

영국의 모든 개신교 교회가 잉글랜드성공회와 같은 입장을 보이는 건 아니다.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에서 자주 인용하는 영국 개신교 단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 안드레아 윌리엄스 변호사는 "'치료'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대화나 기도도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금지를 제안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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