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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축제 반대 집회, 개신교색 빼려 안간힘
"소리 내어 기도 금지" 등 행동 지침…대중가요 부르고 CCM은 영어로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6.25 19:46

대구 퀴어 문화 축제는 반동성애 진영의 방해로 퀴어 퍼레이드를 마치지 못했다. 길바닥저널리스트 유튜브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구 퀴어 문화 축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대구는 서울을 제외한 광역 시·도 단위에서 처음으로 퀴어 관련 행사가 열린 곳이다. 6월 23일 열린 '퀴어풀 대구'(Queerful Daegu)에는 성소수자와 지지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 중심부 동성로 일대에 부스를 설치했다. 시내 일대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도 예정돼 있었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언제나 이를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이 있다. 퀴어 문화 축제에 반대하는 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지 벌써 수년째다. 지난해에는 처음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지방 도시가 많았다. 9월 열린 부산 퀴어 문화 축제, 10월 열린 제주 퀴어 문화 축제 등도 지역 교계와 충돌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원 교회에 공문
반동성애 진영, 관광버스 대절해 집결
행진 막기 위해 사전 행동 지침 전달
대중가요 부르는 등 개신교색 최소화

부산 지역 개신교인들은 지난해,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항해서 '레알 러브 시민 축제'를 개최했다. '레알 러브'는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6월 23일에 열린 대구 퀴어 문화 축제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는 대구로 가는 '레알 러브 버스'가 전국 각지에 준비돼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행사 당일, 서울·인천·경남·포항 등지에서 출발한 '레알 러브 버스'는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대구 지역 개신교인들은 이전과 다른 형식으로 반동성애 집회를 준비했다. '생명·사랑·가족 캠페인'이라 이름 붙인 반동성애 콘서트에는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알려진 가수 박지헌 씨가 참석해 CCM 대신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주로 청년들이 무대에 올라 신나는 영어 CCM을 틀어 놓고 워십 댄스를 추고, 대중가요를 부르고, 랩을 했다.

2017년 7월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반동성애 집회는 기도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목사들이 주도하는 설교와 기도는 없었다. '동성애는 죄',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신다'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도 등장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Come back 레알 LOVE', 'U can Ex-Gay 꼭 돌아와요', 'Good News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해요. 꼭 돌아와요'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동성애 독재 반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얼핏 보면 종교와 상관없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구시민들의 모임인 듯하지만, 대구 교계는 대구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교인들이 반동성애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6월 15일 각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주보에 광고를 요청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태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구·경북 지역 대형 교회들은 반동성애 행사를 홍보했다. 경산중앙교회, 대구동신교회, 대구동일교회 등은 6월 17일 자 주보에 광고를 게재했다. 행사 장소에서 차로 약 40분 걸리는 위치에 있는 경산중앙교회는 "반대 시위에 성도님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교회 차량을 이용할 사람은 로비에서 신청해 달라"고 안내했다. 대구동신교회, 대구동일교회 역시 행사를 안내하며 교인들 참여를 독려했다.

반동성애 집회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행동 지침'도 등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산하 기독청장년면려회 대구·경북협의회는 지역에서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서 왔던 단체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행동 지침을 공지했다. 지침은 구체적이었다. 행사 당일 참석자들이 뭘 입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명시했다.

"티를 미리 지급받은 교회는 티를 입고 옵니다. 현장에서 받더라도 개인 흰 티를 입고 옵니다. 2·28기념공원 퀴어대책본부 부스로 옵니다. 탈의실 천막 운용합니다. 본부에 들러서 티셔츠, 물, 피켓 수령 및 행동 요령 전달."

시간대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안내했다. 2시부터 4시까지는 대구 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하고, 4시 이후에는 멈추라고 했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4시 이후에는 행진하지 못하도록 어느 교회가 어느 골목으로 가야 하는지까지 지도를 첨부해 설명했다. 지도에는 경산중앙교회, 기독교청장년면려회, 대구동신교회, 대구동일교회, CCC, 성덕교회, 순복음영산교회 등이 맡을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목록에 없는 교회 교인은 본부에 가서 확인하고,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줬다.

"퍼레이드가 진행하면 우리는 도로 가운데로 모여들어서 퀴어 측에 등을 돌린 상태로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행하는 한 사람은 앞을 바라보고, 다른 분은 뒤를 바라보고 서로를 번갈아 가며 지켜 줍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는 "소리 내어 기도(극우 보수 기독교 언론 프레임, 퀴어 측이 가장 좋아하는 대응 방법), 퀴어 측을 향해 소리 지르며 충동 금지" 등을 언급했다.

개신교색을 빼려 했지만 개개인의 일탈(?)은 막을 수 없었다. 붉은색 십자가를 들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퍼레이드 행진을 가로막은 앞줄의 교인들은 통성으로 기도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는 6월 2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대규모 기도회도 없고 큰 소리로 찬양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길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도 보이고, 교인들을 실어 나르는 교회 차량도 많이 보였다. 전국에서 대구 오는 버스도 운영하고 티셔츠도 단체로 맞춰 입고 왔던데, 그런 돈은 결국 다 교인들이 낸 헌금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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