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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문 목사가 여성 청년 3명 성추행
문제 제기로 교회 문 닫았다 다시 열어…성폭력 사실 인정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2.14 17:28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지난해, 부산의 한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가 여성 청년을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교회 문을 닫은 곳이었다. 청년들이 주로 모이는 이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은 부산에서 청소년 사역·상담으로 알려진 이 아무개 목사다.

이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최기학 총회장) ㅊ교회 담임으로, 아내 김 아무개 씨와 함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사회 적응과 회복을 돕는 ㅇ센터와 상담·철학·교회사 등을 강의하는 ㅂ상담센터도 운영했다. 지역의 대학교에서 계절학기에 상담 수업을 맡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ㅊ교회를 찾아온 청년들은 대부분 외부 상담 수업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기성 교회에서 청년부 사역에 염증을 느끼던 이들에게 이 목사는 신선한 이야기를 해 줬다. 대형 교회와 목사를 비판하고 다른 결의 신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청년들은 개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 목사를 신뢰했다.

외부 상담 수업에서 만난 청년들은 하나둘 이 목사가 센터장으로 있던 ㅂ상담교육센터로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심리 상담 수업을 들으며 이 목사를 따랐다. 이 목사의 청소년 사역 철학에 감화한 이들은 ㅇ센터에서 생활지도사로 근무하거나, ㅂ센터에서 상담 수업을 들었다. 주말에는 ㅊ교회 사역에 함께했다.

피해를 입은 청년들은 상담 수업에서 이 아무개 목사(서 있는 사람)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목사가 강제 추행한 교회 청년은 세 명이다. 피해 시기는 제각각이었다. <뉴스앤조이>는 2월 10일 부산에서 피해자 세 사람을 만나, 이 목사를 신뢰하게 되기까지 과정, 사건 경위, 이후 이 목사의 대처 등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다른 목회자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이 목사가 피해자들을 성추행하기까지는 일련의 단계가 있었다. 이 목사는 상담 전문가라는 점을 이용해 청년들을 추행했다. 피해자들은 "사건이 발생한 뒤 우리를 도와줄 것처럼 하던 사람들이 결국 다 입을 다물고 어떻게든 자신들과 선을 그으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상담 관심 있던 청년들 노려
추행 후 "상담의 일환"이라 변명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성추행 피해자 세 명은 이 목사가 담임하던 ㅊ교회를 다니고 ㅂ상담센터에서 수업을 듣던 이들이었다. 사회복지, 청소년 사역, 심리 상담에 관심이 있어 이 목사를 알게 됐다.

A는 2015년 초 추행을 당했다. 이 목사는 A를 개인 사무실로 불러 자기 옆에 앉히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A에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라고 권한 것도 이 목사였고, 상담도 많이 해 왔기에 별다른 의심 없었다. 이 목사는 "너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황당해서 눈만 껌뻑거리는 A에게 이 목사는 "싫으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런 거 아니다. 네가 나처럼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A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짜로 일어난 일인지도 헛갈렸다. 내가 잘못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얼마 뒤, 이 목사는 또 A를 개인 사무실로 불렀다. A는 '설마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 목사는 "공부 열심히 해서 강의 많이 하고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더니 또 입을 맞췄다.

수개월 후, 이 목사는 또 다른 청년 B를 강제로 추행했다. B는 평소 갈 곳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지역에서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이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B의 필요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자기 밑으로 들어와 일을 배우라고 했다.

2015년 12월경, B를 개인 사무실로 부른 이 목사는 연애하지 않는 B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왜 남자 친구를 사귀지 않느냐", "너는 너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B의 겨드랑이 쪽을 잡고 가슴을 모으면서 "너는 이렇게 가슴이 큰데 왜 여자가 아니라고 하냐"고 말했다. 얼어 있는 B에게 이 목사는 "너는 여자다"라는 말을 반복하더니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이 목사는 상담하자고 부른 다음 조금씩 스킨십 강도를 높여 가다 갑자기 입을 맞추는 방법으로 추행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C는 2017년 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 타 지역에 살던 C는 이 목사가 진행하는 상담 수업에 관심이 많았다. 이 목사는 자기 비하에 빠져 있는 C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며 "성욕은 있느냐", "자위를 해 보라"고 하는가 하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는지 확인해야겠다"며 동영상을 찍어 오라고도 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 목사는 일대일 상담을 해 주겠다며 C를 따로 만났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수업 전에 C를 카페로 불러냈다. 그 카페는 칸막이가 있어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껴안는 것으로 시작한 추행은 점점 강도가 높아졌다.

C는 "이 목사가 '여자는 자궁이 따뜻해야 한다'면서 맨손으로 아랫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만나면 그 행동은 그냥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속옷 안으로까지 손을 넣었다. 그 후에는 더 노골적으로 얼굴과 목에 입을 맞췄다.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이 목사는 '너는 싫다고도 못하는 상태라 내가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상담으로 알게 된 상황 이용

이 목사는 목사이자 상담사라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추행했다. 그는 심리 상담을 통해 A, B, C가 취약한 부분이 뭔지 알고 있었다.

B는 이 목사를 만나기 전 안 좋은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이 목사는 여러 차례 상담을 통해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B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가 그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러 차례 나무랐다.

C도 이 목사를 만나기 전 심각한 가정 문제를 겪었다. C는 "당시는 마음도 몸도, 어디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 목사가 자꾸 '같이 일해 보자'고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안 그러는데 너한테만 그러는 거'라고 하고…. '내가 너를 딸같이 생각하고 있다', '내 딸 하자'는 말을 정말 자주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목사를 신뢰하고 전적으로 의지하던 C는 설마 그가 자신에게 해를 가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 스킨십 강도가 조금씩 심해질 때마다 불편한 내색을 하면 이 목사는 오히려 C에게 면박을 줬다. C는 "이 목사가 '야 내가 너를 여자로 보는 것 같으냐. 나는 너한테 상담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피해를 입은 C는 #Metoo 운동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심리적 친밀감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리게 만들었다. A는 처음 입맞춤을 당하고 난 뒤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 5년을 알고 지낸 이 목사가 나쁜 짓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B 역시 입맞춤을 당한 뒤 제대로 사리분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했다. 이 목사가 평소 자신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한 B는 "내가 이상해서 목사님이 충격 요법을 쓴 거라고 하던데, 진짜로 그런 심리 치료 방법이 있을까"라고 친구에게 물었다가 "미쳤느냐"는 대답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A·B 문제 제기 후 사라진 교회
1년 만에 다시 시작, 또다시 추행
피해자들, #MeToo 운동에 용기 얻어

2015년 12월 이후 ㅊ교회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이 목사가 성추행한 사실을 인지한 아내 김 아무개 씨는, A·B 두 사람을 만나 이 목사가 더 이상 목회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대신 사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ㅇ센터에 머물고 있는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 목사 일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침묵한 A·B와 달리 이 목사는 약속을 지키기 않았다. 2017년 1월, 목회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새롭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다시 교회를 시작했다. 부산 지역에서 하는 청년 연합 수련회에 강사로 참가하고 책도 썼다. 각종 언론에도 청소년 회복 센터를 운영하는 아내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은 이 목사가 다시 교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C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시기상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A는 자신이 처음에 제대로 문제 제기했더라면, B와 C는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인터뷰 중간에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C는 얼마 전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보고 자기가 겪은 일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서지현 검사의 말처럼 그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C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어 올렸다. 목사이자 상담가라는 직책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추행하던 이 목사의 비행은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정신적 문제 있었다
치유된 줄 알고 다시 시작한 내 잘못"

이 목사는 2015년 뒤 각 센터장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교인 10명이 되지 않던 ㅊ교회는, 지난해 말 이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된 교인들이 모두 떠나면서 문을 닫았다.

이 목사가 시무하던 ㅊ교회는 청년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목사는 2월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 친구들에게 잘해 주고 싶었는데… 모두 내 잘못"이라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성추행 사실이 발각된 후 목회와 상담을 그만두겠다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뒤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다 치료된 줄 알았다. 회복된 줄 알고 목회를 다시 시작한 건데 그게 내 착각이고 방심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사람을 모은 게 아니고, 예배하자고 모이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에게, 현재 자신이 속한 노회에 목사직을 내려놓겠다고 얘기했고 동료 목사들에게도 은퇴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앞으로 목회는 물론 일대일 상담도 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믿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3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고, 목회도 안 하고 상담도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저렇게 이야기하지만 또 어디서 상담하고 있을 수 있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도 후, 이 아무개 목사는 기사에 자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연락해 왔다. 그는 성추행한 사실은 맞지만, 성추행이 발생하기까지 과정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들어갔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자신이 먼저 상담해 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아픔과 어려운 가정 환경을 호소하며 찾아온 사람들을 상담해 준 것이라고 했다.(2월 14일 23시 13분 현재)


※<뉴스앤조이> 2018년 연중 기획 #교회_내_성폭력 OUT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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