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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돼도 설교 제약 없을 것"
청어람아카데미 '동성애, 사랑과 혐오 사이를 묻다'…종교적 예외와 규제에 대한 논의 필요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4.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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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지난 20대 총선에서 63만 표를 얻은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반대'를 정강 정책으로 내걸었다. 창당 취지문과 당 홍보물에서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 발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동성애가 확산되면 교회가 곧 무너질 것이라며 기독자유당을 국회로 보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정말 기독교는 무너지고 마는 걸까. 기독자유당이 드는 예처럼, 목사가 교회에서 설교할 때 "성경에 써 있기 때문에 동성애는 가증한 죄"라고 발언하면 처벌받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노(no)'다. 차별 금지에는 종교적 예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청어람아카데미(양희송 대표)가 '동성애 혐오'를 주제로 월례 강좌를 개최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이사(가운데)와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맨 오른쪽)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4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미디어카페 후에서 '동성애, 사랑과 혐오 사이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강좌가 열렸다. 이 강좌는 청어람아카데미(양희송 대표)가 한국교회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를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와 한채윤 이사(비온뒤무지개재단)가 강사로 초대됐다. 홍 교수와 한 이사는 각각 '혐오 표현의 사회적 현실과 법적 규제의 쟁점',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 - 혐오에 대처하는 기독교인에 대한 열두 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혐오 표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홍 교수는 먼저 혐오 표현이 무엇인지 정의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을 밖으로 표출하는 행동이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소수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발언도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고 했다.

   
▲ 혐오 표현 처벌 여부는 미국과 유럽, 나라마다 사례가 다르게 나타난다. 유럽에서 혐오 표현은 '형사' 처벌 대상이지만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된다. 대신 혐오 표현이 실제 차별 행위로 옮겨졌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해외에서는 지역에 따라 혐오 표현을 규제하기도 하고 놓아두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혐오 표현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미국 같은 경우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 영국에서 "동성애 중단"이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설교한 전도사는 벌금 300파운드를 받았지만, 미국에서 "이 (동성애자) 군인을 죽게 한 신에게 감사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혐오 표현을 '형사' 처벌하지 않을 뿐이다. 형사처벌을 제외하고는 다 한다고 했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적 지향을 매개로 혐오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칙이 있다. 성소수자차별법을 제정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상대로 사회 각계가 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홍 교수는 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사회 지도자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통과돼도 종교적 예외 있다

미국에서는 혐오 표현을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별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혐오 발언은 용인해도 혐오감을 갖고 사람을 차별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차별당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때 근간이 되는 게 차별금지법이다.

   
▲ 홍성수 교수는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소수자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부정적 의견 표시나 동성애자 차별·적대가 혐오 표현의 한 유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러니까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안 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홍성수 교수의 의견은 다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 해도 현재 목사들이 하고 있는 목회 활동 내 차별 발언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종교적인 예외가 있다. 이준일 교수(고려대 법학과)도 '차별금지법은 기독교인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하지만 기독교 교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직업, 기독교인의 종교적 감수성을 침해할 수 있는 직업의 경우에는 예외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적용하는 데 종교적 예외를 둔다. 종교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차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종교 기관에서 종교의 통합성을 위해 신자만 고용한다든가 하는 경우다. 다만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유럽 같은 경우 혐오 표현은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사자가 혐오감을 느끼더라도 예배에서 그 발언이 나왔다든지, 목회자가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범주 내에서 했다면 법적인 처벌은 힘들 것이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금지법 모두 종교적인 신념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관련될 때 비로소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믿는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면 그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 교계에서 자주 예로 드는 미국 기독교 제빵사가 그 범주에 속한다. 자신의 기독교 신앙으로 동성 결혼에 쓰일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됐다. 상업 행위는 모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하는데, 개인의 신앙을 이유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혐오 표현도 개인이 속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외부로 표출했을 때 문제 삼는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종교적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명확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을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느 선에서 규제할 수밖에 없는지 토론해야 한다.

종교인은 아예 규제할 수 없다고 하면 나라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더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논쟁을 진행해야 할 단계가 되지 않았나. 차별금지법을 막연하게 찬성·반대하는 단계는 지났다."

   
▲ 한채윤 이사는 동성애자로서 기독교인에게 던지는 열두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그는 동성애 반대와 동성애 혐오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침묵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자신의 입장은 어떠한지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 '혐오'도 옳은가

한채윤 이사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2007년에 입법 예고했지만 번번이 교계 반대에 무산되고 그렇게 9년이 지났다. 한국에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은 없다. 차별금지법이 거부되는 바람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먼저 만들었지만 남녀차별금지법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한 이사는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와 동성애 혐오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른 부분인데 기독교인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성경에 써 있기 때문에 "동성애는 죄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를 향해 '혐오 표현'하는 것도 용인할 수 있는지, 기독교인들의 대답이 궁금하다고 했다. (한채윤 이사 발제문 보기)

강의 화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혐오'였다. 청어람아카데미(양희송 대표)는 한국교회에서 이슬람·동성애·여성·종북 이 네 가지 키워드를 관통하는 단어를 '혐오'라 정의하고, 한 키워드씩 선정해 월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강좌 키워드는 '여성'으로, 6월 3일 저녁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날 강좌에는 목사 외에 주로 청년들이 많이 참석했다. 50여 명이 참석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강의를 경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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