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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 떨어뜨릴 수 없다
홍성수 교수 "소수자 혐오 표현 만연한 사회서 소수자 차별 일어나"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3.25 23:23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에서 표현의자유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표현의자유가 위축된다고 해서 혐오 표현까지 같이 잠잠한 것은 아니다. 2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 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 1,014명 중 70% 이상이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이들을 향한 혐오 표현에는 한계가 없다. 이주민을 향해 "너네 나라 사람은 원래 그렇게 무식하고 게으르냐"고 하거나, 발달장애인을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표현하며 "왜 내 자식과 같이 학교 다녀야 하느냐, 찝찝하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특정 소수자 집단을 겨냥하는 혐오 표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등 한국 내 소수자를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은 3월 24일 '혐오, 표현, 자유'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 표현 실태 조사' 연구 책임자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가 강사로 섰다. 홍성수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 사회 혐오 실태, 국제 사회의 혐오 표현 대응 방법, 앞으로 규제 방향 등을 설명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이 주최한 '혐오, 표현, 자유' 강의에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가 강사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의 혐오 표현,
노골적 비하 아닌
종교·과학 개념 탑재

홍 교수는 한국에서 '혐오 표현'이 신조어 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다수 집단을 상대로 비하 섞인 발언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혐오 표현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혐오 표현은 소수자로 이루어진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노동자 무리가 종로 한복판에서 '한국인은 냄새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한다고 가정하자. 지나가는 한국인들이 위협을 느낄까. 하지만 두 집단의 입장을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인들이 파키스탄 노동자가 몰려 있는 지역에 가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피켓을 든다면 어떨까. 이들은 밖에 나오는 일이 두려워질 것이다."

그는 혐오 표현에 여러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력 관계에서 나오는 '차별적 괴롭힘' △소수 집단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혐오를 선동하는 '증오 선동' △공개적인 차별 표현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수자를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행동이 모두 혐오 표현에 속한다.

여전히 '혐오 표현'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홍성수 교수는 이런 표현을 다수자가 혐오라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소수자 집단에 물어보면 '혐오 표현'이라고 인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때로는 다수 동의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를 쓰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혐오'라는 단어를 번역을 잘못한 게 아니다. 서구에서도 똑같이 '증오 발언(hate speech)인가 아닌가' 하는 논의는 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차별인 건 맞지만 '혐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나는 저게 차별이라고는 보는데 헤이트(증오)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실제로는 저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같은 얘기들을 한다. 그럼에도 '헤이트 스피치'라는 말을 고수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필요한 선택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단순한 편견에서 시작한 피라미드는 '집단 학살'(제노사이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혐오의 피라미드.

홍성수 교수는 한국에 와서 '혐오 표현'이 조금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소수자 집단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언어를 사용했다면, 이제는 표현도 신경 쓰고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혐오 표현은 과학적·종교적 견해인 것처럼 위장한다. 과학자들이 성소수자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거나,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 해서 덜 혐오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혐오와 차별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도 혐오 표현은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 대부분 나라는 혐오 표현을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검찰청장에 혐오 표현 기소권이 있는 호주는 모든 개개인에 이 법안을 적용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유명 인사가 혐오 표현을 했을 경우 상징적으로 선택·적용한다. 미국은 공동체 단위로 혐오 표현에 대응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홍성수 교수는 한국 같이 혐오 표현이 난무한 곳에서는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차별'이라는 단어로 시작한 혐오 표현이 어떻게 제노사이드(집단 학살)까지 이어지는지 '혐오의 피라미드'를 설명했다. 교묘한 차별 행위가 차별과 편견이 담긴 행위로 이동해 구조적 차별을 만들고, 결국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동성애 차별이 만연한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동성애자가 옆에 없어도 그들을 경멸하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환경이다. 어느날 동성애자가 그 기업에 지원한다. 평소 동성애자를 혐오하던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리는 평소 동성애자가 싫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차별하지 않아'라고 하지만 동성애자를 채용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혐오 표현과 차별이 다를 수 없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혐오와 차별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그렇기에 무의미하다고 홍성수 교수는 말한다. 소수자 혐오 표현은 쓰지만 실제로 소수자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여성 차별적인 언어를 거리낌 없이 쓰면서 "혐오하는 것 아니다. 나 여자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홍 교수는 차별은 결국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며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고 봤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 표현이 소수자를 향했을 때 제3자가 소수자와 연대해 혐오 세력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혐오 표현 집단 고립 방안,
당사자·시민이 맞대응하는 것

홍성수 교수는 난무하는 혐오 표현을 막을 길을 '연대'에서 찾았다. 혐오 표현을 일삼는 집단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처럼 혐오 표현에는 '더 많은 표현'으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혐오 표현을 들은 당사자들이 맞받아쳐야 한다고 전제했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질문이 남는다. 홍 교수는 그룹마다 대응 방법이 다를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일본 혐한 세력이 재일 동포 밀집 지역에 가서 시위를 열었다. 이때 양심적인 시민들이 가서 맞시위를 열었다. '카운터 행동'이라고 불렀다. 재일 동포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일본 다수는 당신들 편'이라고 외쳤다. 당사자들을 안심시킨 뒤에는 다수 일본인을 향해 '일본인은 어느 세력과 함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인종주의자를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택한 것도 같은 방법이었다. 이들은 혐오 범죄가 일어난 곳에 가 소수자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이라고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혔다. 홍 교수는 "혐오의 편에 서지 말고 차별 반대편에 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보수 기독교의 눈치를 보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나중에'를 말하는 정치인들이 아쉽다고 했다.

홍성수 교수는 개개인이 있는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혐오 표현이 등장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방법은 공동체마다 다 다를 것이다.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 표현을 고립하기 위한 작은 실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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