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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동성 성행위 금지는 가부장제 유지 위한 것"
이화여대 박경미 교수 "성소수자 혐오는 자기중심적 성서 해석 결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12.09 13:32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경이 동성애를 금하고 있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은 창세기·레위기·로마서에서 관련 구절을 찾는다. 이들은 그 구절들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현대에 적용한다. 하지만 성결 법전으로 분류되는 레위기에서 언급하는 수많은 금지 규정은 왜 지금도 지키지 않느냐고 물으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범하는 오류는 경우에 따라 성서 해석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성서 해석의 결을 달리한다. 역사에서 권력과 결탁한 기독교는 똑같은 오류를 범해 왔다.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을 억압한 스페인 신학자들, 여성 차별을 정당화한 교회 권력자들, 인종차별을 묵인한 백인 복음주의자들 등 유사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박경미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는 성서 구절의 취사선택은 "자기중심적인 성서 해석의 결과"라고 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찾아서 "성서가 금하고 있다"는 말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12월 8일 한국YMCA전국연맹이 주최한 토론회 '한국 사회 성소수자 의제,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에서 이 같은 내용을으로 발제했다. 토론회는 한국YMCA가 성소수자 문제를 더 연구하고 배우기 위해 주최한 행사였다.

개신교인 동성애 혐오
성서 구절 취사선택해
자기 편견 정당화하려는 것

박경미 교수는 어떻게 성서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읽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성소수자 문제만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와 관련해 기독교 관점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결론부터 거칠게 말하자면 성서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미 교수는 기독교인이 편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서 구절을 취사선택하는 행위는 역사에서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서가 틀릴 수 있다"는 말은 축자영감설을 믿는 이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전제다. 하지만 성서가 일점일획 무오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레위기에서 금한 돼지고기는 먹는다. 일부다처제·노예제를 정당화하는 구절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경미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나름대로 자기 입장에서 '해석된 성서'를 읽고 있다. 그리고 취사선택해서 성서를 적용하는 많은 경우 집단 혹은 개인적인 편견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현실 세계의 잘못된 관습이나 정책, 이데올로기를 성서 구절로 정당화해 온 경우가 많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스페인의 신학자 세풀베다는,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은 하나님이 부여한 신성이 없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대해도 괜찮다는 논지를 펼쳤다. 자유와 평등이 아니라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서를 들이댔다. 이것은 외견상으로 성서를 하나님 말씀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실제로는 성서 해석을 독점한 지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성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박경미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성서 본문을 들이대며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기독교인들의 오류를 지적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편한 구절만 취사선택해 "동성애는 죄"라고 말하기 전에, 편견을 버리고 성서를 대해야 한다고 했다.

"소돔의 죄는 동성애 아냐… 
예수처럼 성소수자 친구 되자"

박경미 교수는, 성서에서 동성애를 금하는 구절들은 전부 당시 강력하게 작동했던 가부장주의와 관련 있다고 봤다. 그는 "가부장주의처럼 역사가 긴 억압 구조는 과거 성서가 쓰일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문제가 된다. 가부장제가 지배적인 문화라는 점에서 성서가 기술될 당시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자대로 읽는다면 성서는 오늘날에도 가부장주의를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미 교수와 박한희 변호사(오른쪽)와 참석자들은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한 토론을 주고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창세기 19장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는 동성애가 아니라 나그네 환대에 관한 본문임을 이미 여러 신학자가 밝혔다. 신학계 일부의 주장이 아니다. 창세기와 레위기에서 언급한 동성애적 강간의 문제점은 남성을 여성처럼 취급하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고대 문화에서 남성에게 가장 부끄러운 경험은 여성처럼 취급당하는 것이었고 남성을 강간하는 것이 가장 난폭한 처우였다"고 말했다.

가부장 사회에서 볼 때 남성이 여성처럼 인식되는 것은 막아야 했다. 따라서 자신의 집을 찾아온 남성 손님이 강간당하는 것을 막고, 여성인 딸이나 아내를 대신 내어 주는 폭력적인 이야기가 성서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박경미 교수는 "동성애 금지와 여성에 대한 차별은 유대 민족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가부장제 유지를 위한 작동 기제"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후에 예언자와 예수가 소돔을 언급할 때 '동성애'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사야서·에스겔서·예레미야·누가복음에서 말하는 소돔의 죄는 압제와 불공정, 지나친 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 등 개인·사회적 악을 가리킨다. 예수는 여행 중인 제자를 환대하지 않는 도시를 심판하는 맥락에서 소돔을 언급했다.

박경미 교수는 예수가 일으킨 하나님나라 운동의 관점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예수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더러운 죄인이라 낙인찍힌 세리와 창녀를 이웃으로 바꾸는 사랑의 기적을 일으켰다. 예수는 기존 사회 법과 통념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찍힌 사람을 다시 한 번 죄인으로 규정하면서 다수성에 근거한 도덕적 우월감에 편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류 사회, 다수의 편견과 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성소수자를 품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도 예수처럼 하나님의 심정과 사랑, 하나님의 눈으로 성소수자들의 심정과 처지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수께서 세리와 창녀의 친구가 되셨듯이 우리도 성소수자의 친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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