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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와 유교의 공통점 '가부장제'
[서평] 강남순 <페미니즘과 기독교>(동녘)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1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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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마무리하면서 교계 안팎으로 목회 세습이 논란이다. 세습한 교회들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또 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버지 목사의 교회를 딸 목사가 이어받았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아버지의 영적 기업을 이을 사람은 딸이 아닌 아들이나 사위다.

남자가 가업을 잇는다.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 잡은 가부장제는 한국교회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목회자를 비유하는 말도 그렇다. 영적 아버지. 한국교회 절대다수가 남성 목사인 탓이 크겠으나, '영적 아버지'라는 말은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과 함께 한국교회 가부장제를 공고히 해 왔다.

한국교회 뿌리내린 가부장제
여성과 소수자 배척의 무기

유독 한국교회 안에 가부장제가 깊게 뿌리내린 이유는 뭘까. 강남순 교수(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신학대학원)는 최근 <페미니즘과 기독교>(동녘) 개정판을 내면서, '유교'를 그 이유로 꼽았다. 가부장제의 근원 유교가 기독교와 잘못 만나면서 한국교회의 가부장제가 고착화했다고 말한다.

<페미니즘과 기독교> / 강남순 지음 / 동녘 펴냄 / 408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개신교가 지니고 있는 남성우월주의는 유교와 합쳐져 더 강력한 가부장제를 형성했다. 개신교는 토착화 과정에서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제를 떨치지 못했다. 강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유교 영향으로 △가족주의와 교파주의 △남성우월주의와 성차별주의 △보수주의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썼다.

이 주장은 한국이라는 특수성,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될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다. '유교'가 지닌 기본 개념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개념이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적용되고 드러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한국 기독교는 그 자체로 가부장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유교와 결합해 더욱 강한 가부장주의적 억압적 특성을 강화함으로써, 강력한 남성중심주의와 배타적 교단주의 그리고 보수주의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유교와 한국 기독교의 만남을 '불행'이라고 규정한다. 한국 기독교는 교단 간의 배타적 관계가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며, 교회의 지도력을 중산층 남성이 독점하고, 신학과 목회의 장에서 여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차별적 기독교로 남아 있다. 특히 지도력의 독점과 배타성은 한국 기독교가 극복해야 할 가장 커다란 병 중 하나라고 나는 본다." (110쪽)

그동안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던 한국교회는 이제 그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동성애자를 선택했다. 최근 한국교회가 펼치는 반동성애 운동을 보면 신학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 "남성 동성애자는 항문 섹스를 하고, 항문 섹스를 하면 에이즈 환자가 된다"는 논리를 더 많이 펼친다. 반동성애·탈동성애를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여기서도 또 한 번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작동한다.

기독교의 반동성애 운동이 '남성 동성애자'를 겨냥하고 혐오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뿌리내린 가부장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개신교가 전파될 무렵, 양반 남성은 당시 사회에서 '정상' 범주의 기준이었다. 가부장제는 남성우월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이성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남성', '자녀가 있는 화목한 가정을 이끄는 남성'이 '정상 남성'으로 분류되고, 그렇지 않은 남성은 열등하며 혐오할 만한 존재가 된다. 강남순 교수는 모든 혐오는 '열등함'을 수반한다고 설명한다.

19년 전 출간된 책
여전히 유효한 이유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를 강타한 페미니즘 열풍에, 교계에서도 신앙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동녘)는 개신교와 페미니즘의 상관성을 조명한 원조 격인 책이다. 이 책은 한국 교계에 나온 책들 중에 몇 안 되는, 한국인 신학자가 한국어로 쓴 페미니즘과 기독교 입문서다. '교과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역할을 해 왔다.

강남순 교수는 페미니즘의 수용으로 한국교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역할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19년 전 내용이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거의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단 차원에서 '여성 고용, 여성 참여 할당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 교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만큼 교회 구조·문화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돼 있다. 위에 언급한 유교 부분은 그중 한 챕터일 뿐이다. 페미니스트 신학이 언제 출현했는지부터 시작해, 교회 현장에서 페미니스트 신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여성운동, 에코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개념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논한다.

<페미니즘과 기독교>에서 설명하는 페미니즘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 성별 이분법에만 해당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그는 개신교에서 '여성 차별'만 극복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비인간적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금의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 개신교의 혐오는 올해 더 강력해졌다. 남성 목회자가 여성 교인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각 교단 총회에서는 여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개신교와 페미니즘, 개신교와 여성 혐오, 개신교와 성소수자 같은 주제를 놓고 씨름 중인 크리스천이라면, 이 책은 세부적인 주제로 들어가기 전 작은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모든 혐오와 차별은 결국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똑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페미니스트가 필요하고, 페미니즘을 더 자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과 정의,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페미니즘은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기독교가 차별과 배제의 종교가 아닌 '포괄과 평등 그리고 연대성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서 명시된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라고 나는 본다. 그렇지 않다면 기독교는 성, 인종, 사회적 계층을 초월해 모든 인간 개별인을 귀한 존재로 받아들인 예수 정신을 상실하는 종교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이러한 예수 정신을 실천하는 데 한몫을 담당하는 운동과 이론이 되어, 페미니즘을 수용하는 한국교회와 사회가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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