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5월 17일은 여성으로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절대 잊지 못할 슬픈 날로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여성들은, 페미니스트들은 더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혼자서 나를 억압해 온 폭력에 맞서야 한다면 두렵고 외로울 것이다." 
"한 걸음씩 내디뎌 온 여성들의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 길을 찾았고, 깨어나기 이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대학교 축제가 한창인 5월,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는 교내 처음으로 '인권 축제'를 열었다. 장애인, 성소수자, 페미니즘, NGO 학회 및 단체가 함께 17일, 교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페미니즘기획대장 '앨리스'와 페미니스트네트워크 'Y-FL'은 '강남역 사건 1주기, 여성 혐오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페이지를 통해 대학생들 발언을 미리 받아 대독, 자유 발언,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글귀 등을 읽으며 5시간가량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1년 전 강남역 사건 직후에도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필리버스터를 했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에 보면, 필리버스터라는 공간에서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문제를 함께 나누고, 그것이 '내가 재수가 없어서', '잘못해서'가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다는 대목이 나온다. 교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가진 학생이 참여하면 좋겠다 싶어서 (필리버스터를) 기획하게 됐다. 

당사자의 문제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다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당사자 혹은 관심 있는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런 행동을 이기주의나 여성 우월주의로 취급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들이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슬퍼한다. 무조건 돌부터 던지기 전에, 왜 우리가 거리에 나왔는지 한 번만 생각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문화인류학과 14학번 홍현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도 자유 발언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의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한다는 '행동주의 원칙'은, 법에도 의존하지 않고 제도에도 의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권위에도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운동이다. 앨리스가 하고 있는 광장 정치가 페미니즘을 교내에 중요한 삶의 철학으로 운반하고 현실화하는 중요한 정치 행위라고 생각한다.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자긍심을 가져라. 우리 모두가 함께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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