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목 독서대들이 4월 10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 전시됐다. 직접 나무를 자르고 다듬은 사람은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 그는 희생자 유예은 양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로, 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해 왔다.

독서대는 희생자 304명과 단원고 교감이었던 강민규 선생님,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 것까지 총 306개다. 나무를 있는 그대로 살려 하나하나 모양이 다르다. 화단 둘레로 죽 전시된 독서대들에는 박인환 목사가 친필로 쓴 메시지가 하나씩 붙어 있다. 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적기 위해 <416 단원고 약전>(굿플러스북)을 읽었다. 

"유예은을 기억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교회 앞 논과 밭에서,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언니 동생들 친구들과 뛰어놀던 너의 해맑은 얼굴을, 고은 선생님이 무슨 제안이라도 하면 언제나 제일 먼저 손을 들며 '좋아요 선생님' 하며 선생님 마음을 시원케 해 주던 너의 어여쁜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겠니? 온유하면서도 활달하였던 예은이, 얌전하면서도 적극적이었던 예은이, 금방이라도 두손 들고 뛰어올 것 같은 마음에 더욱 그립구나."

전시 현장에서 박인환 목사와 만나 대화할 수 있었다.

- 독서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작년 9월, 세월호특조위가 강제해산되는 걸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약 6개월간 설교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독서대 만드는 데 집중했다.

- 메시지가 하나씩 붙어 있던데.

아이들도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한 명 한 명 천하보다 귀한 생명 아닌가. 그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라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아이들은 편지를 쓰고, 모르는 아이들은 약전을 보고 썼다.

예은이 독서대를 들고 있는 박인환 목사.

- 세월호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가족들도 고마워한다. 나도 유족들이 '우리 아이를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구나' 느끼도록 보여 주는 거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누군가 노력하고 있다는 건 계속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세월호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배가 올라오니까 가족들이 한시름 놓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만나서 얘기를 들어 보니까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도 3주기가 다가오니까. 다들 몸이 망가져서, 한의원 가서 맥을 짚어 보면 맥이 안 잡힌다는 사람이 많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더라. 이제 진실 규명의 시작일 뿐인데, 가족들이 마음도 그렇고 몸도 너무 힘드니까…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둘째 치고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그냥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박인환 목사는 독서대를 둘러보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사연을 소개해 주었다.

독서대는 판매하지 않고 후원한 사람에게 하나씩 보내 주는 방법을 택했다. 후원금은 전액 416국민조사단에 기부된다. 독서대는 세월호 3주기이자 부활주일 4월 16일, 합동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다시 한 번 전시될 예정이다.

문의: 010-3746-8193(박인환 목사)
후원 계좌: 하나은행 495-810195-30907(예금주: 박인환)

사진.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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