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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희년 제도가 망가뜨린 한국 사회
일산은혜교회 희년 실천 특강 "기회균등, 자유경쟁, 노력 소득 보장 필요"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3.24 16:21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희년(jubilee)은 나팔을 의미한다. 희년이 도래하면 나팔을 불어 알렸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레위기에는 희년이 되면 빚을 탕감하고,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노예를 해방하라고 나온다.

희년 제도에 감명한 기독교인들은 그 정신을 계승해 오늘날에 맞게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다. 빚을 탕감하거나, 다른 이의 부채를 대신 갚거나, 전세금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거나,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산은혜교회(강경민 목사)가 올해 '희년실천위원회'를 만든 것도 희년 제도를 오늘날 현실에 맞게 실천하기 위해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희년실천위원회는 일단 분기별로 강연을 한 번씩 열 계획이다. 희년이 갖는 가치, 정신, 의미 등을 교인들과 공부하기 위해서다. 이후 교회 상황에 맞는 실천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첫 번째 강연은 3월 18일 일산은혜교회 비전홀에서 열렸다. 강사는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 그는 희년 정신을 반영한 토지제도, 조세제도 등을 연구하고 정치권에 제안해 왔다.

남기업 소장은 희년 정신을 반영한 토지제도, 조세제도 등을 연구하고 정치권에 제안하는 일을 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희년은 하나님나라 정신

기독교인은 삶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라는 사명을 가진다. 그러나 정작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나라가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대답한다고 남기업 소장은 말했다. 똑같이 하나님나라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삶은 상반될 때도 있다. 어떤 기독교인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사드를 반대하는데, 또 어떤 기독교인은 사드를 찬성하고 세월호 진상 규명에 반대한다.

남기업 소장은 기독교인이 삶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할 때 '희년'이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500년 전, 종교개혁자가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종교가 성경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희년을 완성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희년은 이 땅에서 기독교인의 저항 근거가 되고, 하나님나라를 형성할 때 목표가 됩니다."

희년은 자유와 해방의 해였다. 50년마다 토지를 돌려주고 부채를 없애고 노예를 해방했다.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인간은 땅이 없으면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땅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서로 공평하게 땅을 분배하고, 영구 매매를 금지했습니다. 영구 매매가 이뤄지면, 토지와 재산의 편중이 생기고 소작농이 지주에게 예속되기 때문입니다."

남 소장은 자신의 조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 소장의 조부는 소작농이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이승만 정권이 토지개혁을 단행할 때 처음으로 자기 땅을 얻었다. 소작농은 지주에게 예속돼 있었다. 길에서 지주를 만나면 괜히 위축됐고, 지주 집에 잔치가 있으면 가서 무상으로 도왔다. 밉보이면 다음 해에 땅을 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부는, 풍족하지 않더라도 자기 땅을 얻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얻은 것 같았다고 남 소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은 반희년 사회

남기업 소장은 대한민국이 희년과 반대되는 제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기 두 편을 소개했다. 하나는 한 청년이 쓴 글이다. 대학교 입학과 함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졸업 후 취업과 함께 대출을 상환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빚에 쫓기며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글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글이다. 어른이 일하는 시간보다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왜 어른이 일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남 소장은 높은 학자금, 주거비, 입시 경쟁 등 반희년 제도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이 사실상 노예로 살고 있다고 했다.

반희년 제도는 사람들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입주자 대표로 지내면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입주자 회의에서 동대표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부과해 주민들 돈을 뜯으려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저는 그들에게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몇 번이나 저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했지만, 법원은 제 손을 들어 줬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들의 심성이 왜 저렇게 망가졌을까. 개별적으로 잘못된 제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고통을 받으면 사람이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된 제도 뒤에 악한 세력이 역사하고 있었습니다."

남 소장은 반희년 제도가 사람들 마음을 강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국민에 실질적 자유를
희년 정신 공정 국가

자유와 해방을 허락한다는 것은 다음 세 가지가 지켜진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허락한다(기회균등의 원칙) △진정한 자유경쟁을 지킨다(자유경쟁의 원칙) △노력에 따른 소득을 보장한다(노력 소득 보장의 원칙). 남 소장은 이 세 원칙을 소개하며, 이를 구현한 나라를 '공정 국가'라고 표현했다.

기회균등은 기본 소득을 제도화해 달성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든 사람에게 토지를 분배했다. 땅은 생존에 필수 요소다. 오늘날은 땅을 1/n로 똑같이 나눠 줄 수 없다. 그러나 땅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다.

땅값이 오르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지역사회 발전에 달려 있다. 그런데 오늘날은 지역사회의 부가가치를 개인이 가져가는 구조다. 남 소장은 그런 가치를 국민 모두에게 돌려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토에 대한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토지 배당금을 근거로 한 기본 소득이 성경의 토지 정의 사상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경쟁의 원칙은 말 그대로 진정한 자유경쟁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남 소장은 오늘날 시장에 반칙과 특권이 많다고 지적했다. 똑같을 일을 했는데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간다. 지난 20년 동안 기업 소득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노동자 소득 비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간 비대칭이 심해지는 것이다. "자유경쟁이라고 하기에는 반칙이 난무하고 특권이 구조화됐습니다. 진정한 자유경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노력 소득 보장 원칙은 조세제도의 허점을 인식하는 데서 나왔다. 사회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전혀 기여하지 않는 소득이 있다. 상속, 부동산 투기 같은 불로소득이다. 남 소장은 불로소득은 완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법인세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 국가 원칙이 현실에 반영되면 많은 효과가 예상됩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어 주거 대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 자유를 보장해 줄 것입니다."

일산은혜교회 희년실천위원회는 청년 금융 문제를 돕는 희년은행의 단체 조합원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지고 제도화하는 데는 수년이 소요된다.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정책은 모두 폐기되기도 한다. 희년 정신이 반영된 진정한 공정 국가를 세우는 것은 장기 과제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희년 정신을 바탕으로 실천할 만한 것은 없을까.

남기업 소장은 '희년은행'을 소개했다. 희년은행은 무이자 은행이다. 조합원들이 무이자로 저축하면, 그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무이자로 대출한다. 고이자 대출, 다중 채무 등으로 허덕이는 청년 계층을 돕기 위해 기독교 단체 희년함께가 고안한 시스템이다. 스웨덴 야크은행을 모델로 하고 있다.

"희년은행에 교회나 기독교인이 예금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돕기 위해 교회가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시중 은행에 예금한 내 돈은 어디에 쓰이는지 모릅니다. 기업 자금으로 쓰이는지, 부동산 투기에 투자금으로 활용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년은행은 내 돈이 의미 있는 일에 쓰이고 있다는 걸 알려 줍니다."

마지막으로 남 소장은 희년에 관심 있고 이를 실천하고 싶은 교회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사십시오 △계속해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모험을 시도하십시오 △긍휼을 바탕으로 반희년 제도에 분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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