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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청춘에게 돈 빌려주는 곳
[사회적 금융 국제 컨퍼런스 3] 관계 기반으로 만들어진 청년 자조 금융 단체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6.10.29 11:55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헬조선(지옥+조선)', '지옥불반도(지옥불+한반도)', '망한민국'. 오늘날 청년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칭하는 말이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 학자금이라는 수백만 원 빚을 떠안고 사회로 내몰린다. 낯선 사회에서 만나는 건 최저 시급과 좁은 취업문.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아니면 계약직이다. 주거비는 더 말해 무엇하랴.

구직 기간 장기화, 불안정한 일자리, 비싼 주거비 등으로 저소득, 고비용, 저신용의 악순환에 빠지는 청년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인 회생을 신청한 이들 중에서 20대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유일하게 늘었다. 30% 안팎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다가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20대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일부 청년은 이러한 현실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바로 청년연대은행토닥(토닥)·키다리은행·희년은행·공동체은행빈고(빈고)다. 이들은 자본이 아닌 관계에 기반한 금융 모델을 내세우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 청년들이 겪는 부채 문제, 주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조 금융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시는 다섯 단체에 4,350만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사회연대은행)

돈도 빌리고 재무 교육도 받고

토닥과 키다리은행은 청년들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준다. 이들은 담보·보증보다 대출자와의 상담과 관계를 요구한다. 대출자가 돈이 필요한 이유를 말하면, 대출위원회가 심사 후 승인하는 방식이다. 이자는 대출자가 자율로 정한다.

관계를 요구한다는 말은 조합원이 된다는 의미다. 토닥과 키다리은행 모두 조합원에게만 대출을 제공한다. 키다리은행에 가입하려면 가입비 1만 원을 내야 한다. 토닥은 1구좌(5,000원) 이상을 출자해야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신규 조합원은 조합원 기초 교육인 토닥학개론을 이수해야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그리 높지 않다. 키다리은행은 최대 30만 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토닥은 3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다. 출자 금액·횟수에 따라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대출 기금은 조합원들이 지급하는 출자금으로 마련한다. 조합원은 탈퇴 시 출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키다리은행은 출자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토닥은 한 조합원이 최대 40구좌까지 출자할 수 있다. 이들은 올해 8월 서울시로부터 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키다리은행은 대학교 중심으로 활동한다. 2015년 한양대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 9월에는 서울시립대와 단국대에 분점을 냈다. 현재, 조합원 151명과 누적 출자금 1,306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창립한 토닥은 조합원이 470명, 누적 출작금은 1억 100만 원이다(2016년 9월 기준).

올해 초 출범한 희년은행은 이자가 없는 은행이다. 저축 또는 대출에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스웨덴 야크은행을 모델로 한 방식이다. 조합원들이 무이자로 자금을 출자하면, 무이자 대출권을 얻는다.

희년은행은 고금리 채무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무이자 전환 대출을 제공한다. 청년연대은행과 토닥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무이자 전환 대출은 높은 이자로 채무자의 빚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걸 막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희년은행은 대출자를 위한 재무 상담도 병행하며 상환 기간을 채무자에 맞게 조정한다.

키다리은행, 토닥, 희년은행 세 은행은 모두 재무 교육과 자조 모임을 활성화한다.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가 아닌 같은 협동조합이라는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재무 교육으로 청년들이 또다시 빚을 지는 것을 방지하고, 재정 관리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자조 모임으로는 조합원들이 금전 관계를 넘어서 끈끈한 연대를 맺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도모한다.

   
▲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청년 자조 금융 모임 관계자들. 이들의 초기 목표는 한 가지. 일단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주거난 해결 앞장서는 공동체은행빈고

빈고는 높은 주거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보증금을 빌려준다. 빈고는 2010년 서울 용산구에서 함께 살던 청년들이 매년 치솟는 보증금을 위해 돈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조합원들이 일회성 예금, 정기 적금 등으로 출자한 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금융 협동조합이다.

3인 이상 조합원들이 함께 살겠다고 대출을 요청하면 3~7% 비율로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이자와 상환 기간은 조합원 재무 상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

빈고는 보증금뿐만 아니라 개인 대출도 제공한다. 조합원이 이용 계획서를 빈고 활동가회에 제출하면 돈을 빌려주는 형식이다. 주로, 긴급 자금, 채무 전환, 병원비 등이 목적이다.

도시 안에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빈고의 장기 비전이다. 빈고는 토지나 집을 매입해 공동주택을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6년 차에 접어든 빈고는 조합원 305명을 보유하고 있다. 10곳에 2억 9,2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3억 2,607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2016년 8월 기준).

관계에 기반한 자조 금융 단체들은 모두 공통 과제를 갖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금융 단체라 하기에는 적다. 많게는 2~3억, 적게는 수천만 원 정도다.

관계자들은 자금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조합원과 출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하지만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조합원이 많아지면 기반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위해 위한 제도는 없을까. 마지막 기사에서는 국내 사회적 기업 지원 제도와 기업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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