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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은행
[사회적 금융 국제 컨퍼런스 1] 스페인 몬드라곤 라보랄쿠차, 스웨덴 야크은행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6.10.27 11:13

전 세계 사회적 금융기관이 참석해 각 사례를 발표하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국제 컨퍼런스'가 10월 25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따복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따복공동체란, 사람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경기도는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여러 사례를 참고하고자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했습니다.

<뉴스앤조이>도 컨퍼런스에 참석해 다양한 단체를 만났습니다. △전 세계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리는 스페인 몬드라곤 △무이자 대출과 저축으로 대안 은행 시스템을 보여 준 스웨덴 야크은행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협동조합 운동의 표본, 이태리 협동조합 연맹체 레가코프 △저소득층·소수민족·여성·장애인 등 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여성·시민 커뮤니티 은행 △국가 주도로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공공투자은행 등 다양한 사회적 금융기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네 번의 걸쳐 이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출판·복지·문화 사역 등 다방면으로 기독교 가치를 사회에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들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 주

 "2009년 금융 위기는 오늘날 금융계의 부패와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금융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대안은 바로 사회적 경제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개인·이윤만을 추구했던 사회를 인간·연대·가치를 강조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10월 25일, 국제 컨퍼런스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클리포드 로젠탈 미국지역신협연맹(CDFI) 전 대표가 한목소리로 사회적 경제를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는 공익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모든 사업에는 자금이 요구된다. 일반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본금을 빌릴 수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자본금 확충이 어려운 편이다. 주요 사업이 공익사업이라 재무 건전성이 불안하다며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금융기관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민간이 자금을 모아 기금을 운용하는 방식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고 직접 운용하는 형태 △기금은 정부가 운영은 민간이 맡는 형태 등 기금 성격, 운영 주체, 지원 대상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처음으로 소개할 사회적 금융기관은 민간 주도로 기금을 형성하고 운용하는 사례다. 협동조합 지원을 위해 조합원들이 만든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그룹의 카하라보랄(현재 라보랄쿠차)과 소시민들이 자생으로 펼친 무이자 대출 운동이 이후 은행으로 성장한 스웨덴 야크은행이다.

   
▲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의 라보랄쿠차(왼쪽)와 스웨덴 야크은행(오른쪽)은 민간이 주도해서 만든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원칙을 지킨 노동자 신용금고

몬드라곤그룹은 금융·제조업·유통·지식 등 4개 부문 약 260개 회사를 보유하는 거대 협동조합 연합체다. 매출액은 한 해 22조 원. 자산 규모는 53조 원으로 스페인에서 7번째로 크다. 2008년 금융 위기가 유럽을 휩쓸 때, 몬드라곤그룹은 노동자를 단 한 명도 해임하지 않고 되레 고용을 창출했다. 그만큼 내실이 튼튼하다. 이 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카하라보랄(Caja Laboral·노동자 신용금고)의 역할이 컸다.

카하라보랄은 몬드라곤을 설립한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1950년대 중반,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는 경영진에 협동조합 은행을 제안했다. 은행이 협동조합을 위한 기금을 운용할 수 있고, 협동조합 간 연대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

조합원들은 카하라보랄에 예금하며 협동조합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협동조합을 활성화해 자본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는 카하라보랄 취지에 동의한 것이다.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토지와 기기를 매입하고,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창업할 때 무이자로 자금을 대출했다. 자본금을 모두 카하라보랄에 맡기며, 몬드라곤그룹에 합류하는 협동조합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예상처럼,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몬드라곤그룹 정관과 급료 등 내부 체제 기획을 도맡으며 이를 모든 소속 단체에 반영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사실상 카하라보랄이 그룹을 이끄는 선두주자였던 것. 이 모델은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전까지 25년이 넘게 유지됐다. 오늘날 몬드라곤그룹을 이루는 대다수 협동조합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 후안 마리 오타에기(Juan Maria Otaegui) 라보랄쿠차 전 대표가 카하라보랄 설립 배경과 역사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카하라보랄은 이후 변화를 모색했다. 대출 대상을 일반 시민과 중소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일부 경영진은 카하라보랄이 창설 이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지켜 나갔다. 그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다. 2007년 경제 위기가 스페인에 닥칠 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시민과 기업들을 길거리로 내몬 은행들과 달리, 카하라보랄은 끝까지 채무자를 보호했다.

결국, 카하라보랄은 높은 신용과 수익성을 자랑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2년 카하라보랄은 신용조합 이파르쿠차와 합병하며 라보랄쿠차로 재탄생했다. 라보랄쿠차는 현재 스페인 안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조합이며, 유럽에서는 유일한 노동자 협동조합 은행이다. 현재, 110개 협동조합 기업이 파트너로 참석하고 있고, 1,950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창립자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가 경영진에게 수없이 강조한 말이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는 사람들은 이상주의적 오류를 범하거나 그 원칙을 최소 영역에만 적용하는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원칙들은 이상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소시민이 만든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인 야크(JAK)은행은 기존 은행 시스템에 대항하면서 만들어진 협동조합 은행이다. 일반 은행은 자본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부과해, 막대한 소득을 챙긴다. 야크은행은 이러한 시스템을 지적하며, 복리 이자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 불평등을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자금이 없는 채무자는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채권자에게 상환하고, 채권자는 이자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논리다.

야크은행이 지향하는 금융의 역할은, 여유 있는 사람의 돈을 재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동등한 값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1931년, 덴마크에서 출범한 야크은행은 자금 유동성 문제로 두 차례 파산을 겪는다. 이후, 1965년 스웨덴 농촌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과 활동가를 중심으로 야크은행을 만들었다. 1993년에 들어서는 정부로부터 정식 은행 인가를 받았다.

야크은행은 조합원들 저축으로 기금을 조성해, 다시 조합원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예금액 크기와 예치 기간에 따라 대출할 수 있는 금액도 다르다. 2001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확장해, 사회적 기업·비영리단체에게도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 야크은행은 한국 개신교 시민단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델이다. 얀-마리 스벤손(Ann-Marie Svensson) 조합관리자가 야크은행 경영 철학과 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야크은행은 조합원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조합원이 야크은행 경영 철학과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조합원을 교육한다.

스웨덴 농촌 지역에서 시작한 야크은행은 현재 3만 9,000명의 조합원과 20개의 조합사를 둘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은 여러 국가에서 야크은행을 모델로 한 대안 금융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희년함께 등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음에는 정부가 예산을 출연해서 직접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돕는 사례를 소개한다.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낙후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미국지역신협연맹(CDFI)과 2013년 발족한 프랑스공공투자은행(Bpifra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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