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불경건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한국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건물주는 직접 일을 하지 않음에도 매달 일정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 많은 사람은 불로소득을 얻는 건물주를 부러워한다. 심지어 한 설문 조사에서는 초등학생 꿈 1위가 '건물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의미래공작소(김준영 대표)가 기독 청년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이 2월 9일 '크리스천, 올바른 토지 정의를 말하다'는 주제로 강의했다. 남 소장은 토지 문제 외에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남기업 소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토지 분배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남 소장은 강의 당일, 세월호 문제를 알리는 피켓을 매고 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나님나라는 곧 희년
추상적이거나 공허한 것 아냐
토지 영구 매매 금하신 하나님

"하나님나라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성경은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정의가 다 제각각이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얼마나 하나님나라와 동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남기업 소장은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빈곤·빈부 격차를 이야기하기 전 해결책부터 먼저 제시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나라'를 돌파구로 꼽았다. 하나님나라는 예수 믿어 구원받는 게 아니다. 추상적이거나 공허하지도 않다. 그가 아는 하나님나라는 '희년'으로 풀이된다.

성경을 보자. 예수가 사명 선언문으로 삼았던 누가복음 4장 18-19절에서 희년을 찾을 수 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남 소장은 "은혜의 해가 곧 희년"이라고 말했다.

희년은 이스라엘에서 50년마다 공포된 안식의 해를 뜻한다. 희년의 해가 되면 억눌린 자를 자유롭게 한다. 토지사용권을 원래 주인에게 넘긴다. 부채를 탕감해 주고 노예를 해방해 준다. 남 소장은 "예수가 살았던 로마 시대의 제도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했다. 억눌린 사람을 더 억압했다. 반면 예수는 로마 제도와 달리 억압된 사람에게 자유와 해방을, 은혜의 해를 선포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말했다.

희년은 예수가 메시아라고 예언하는 구약시대에서 자세하게 드러난다. 구약시대에서 하나님은 출애굽을 한 지파에게 토지를 분배한 후 "땅을 영영히 팔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토지 매매의 영구 금지는 현재 시장경제 체제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남 소장은 "자유로운 거래를 하게 되면, 나중에 토지 소유가 편중된다. 한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고 치자. 입원해도 낫지를 않는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진다. 이런 서클이 반복되면 이 사람은 회생이 불가능하다. 잘사는 사람은 계속 잘살게 된다. 토지로 인한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것을 금지하셨다"라고 했다.

남 소장은 참가자들에게 반희년적 제도에 저항하기를 부탁했다. 특히 여유가 있는 교회는 부채 탕감 운동을 하기를 권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기독교인이여, 저항하라
반(反)희년적 사상 벗어나라
부채 탕감 운동 함께해야

하나님을 따르는 기독교인은, 반(反)희년적 제도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남 소장은 신약에 나오는 '돌보라'는 구절을 희년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야고보서 1장 27절,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이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에 대한 말씀의 의미를 설명했다.

여기서 '경건'은 방 안에 앉아 기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남 소장은, 기독교인이 누군가를 돕는 행위를 넘어 고아와 과부를 만드는 사회시스템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남 소장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이 발 딛고 사는 한국 사회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생존경쟁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 년간 반희년적 이데올로기인 사회진화론이 사람들을 지배했다. 남 소장은 반희년적 이데올로기가 극복되지 않는 이유로 '저항하지 않는 신앙'을 꼽았다. 아무도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사회가 하는 말이 진리인 양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극소수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회에 '희년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체 인구 1%에 해당하는 50만 명이 개인 토지의 55.2%를 소유하고 있다. 나아가 인구 10%가 개인 토지의 97.6%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를 1평도 갖고 있지 않는 세대는 40% 정도 된다. 토지 소유가 불평등하게 이뤄져 있다. 남 소장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나라와 완전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기업 소장은 '부채 탕감'을 꼽았다. 그가 알고 있는 한 교회는 800만 원가량의 부채가 있는 구성원의 빚을 대신 갚아 줬다. 남 소장은 교회 구성원이 돈을 모아 도와줄 수도 있고, 그게 어렵다면 고금리 채무가 있는 청년에게 무이자 전환 대출을 해 주는 희년은행과 연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남 소장은 무엇보다 교회가 토지를 매매하고 큰 차익을 거뒀을 때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했다.

"교인이 늘어나서 교회 위치를 옮기는 경우가 있다. 살 때는 10억 줬는데, 팔 때는 60억이 됐다고 해 보자. 그럼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토지 차익을 어디에 써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 축복으로 땅값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걸로 교회 건물 짓자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이건 범죄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는 범죄라고 하지 않지만, 하나님 관점에서는 범죄이고 회개해야 할 영역이다. 나는 차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가 자발적으로 솔선수범해야 우리가 희년에 가까운 제도를 만들자고 했을 때 사회가 동의할 수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토지·소비·취업에 대해 강의하는 '나의미래공작소' 포럼은 2월 16일과 2월 21일 두 차례 더 진행된다. 16일에는 이다니엘 소셜코디네이터가 '소비'에 대해, 21일에는 은수미 전 국회의원이 '노동과 취업'에 대해 강의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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