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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반대 뚫고 승소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
비영리법인 등록 놓고 법정 다툼…동성애 반대 세력, 탄원서 4만여 장 제출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3.16 19:21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는 많다. 장애인·여성·이주민·한부모 등 특정 그룹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에 아직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주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무부가 설립 불가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비온뒤무지개재단(이신영 이사장)은 2014년 1월 창립 준비를 마쳤다. 비영리법인 등록에 필요한 창립 회원 343명과 창립 기금 1억 원을 모은 뒤였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우산 역할을 꿈꿨다. 전문적인 모금 활동을 벌여 모은 기금으로, 어렵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소규모 단체에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을 추진해 왔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홈페이지 갈무리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려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번번이 등록이 좌절됐다. 가장 먼저 찾은 서울시는 "미풍양속에 저해되기 때문에 어느 과에서도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며 비온뒤무지개재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찾은 국가인권위원회도 "어느 상임위원회에서도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해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에 사단법인 등록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법무부마저 재단 설립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법무부는 불허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모순된 의견을 내놨다. 성소수자 인권 증진은 인권 옹호와 관계가 없다는 식이었다.

"법무부는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인권 옹호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관장하고 있다. 귀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 설립 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여 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니 널리 양해해 주기 바란다."

설립 불허 통보를 받은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6월 28일 승소했다. 당시 법무부는 "우리는 '전반적' 인권을 다루는 곳이지 성소수자의 '구체적' 인권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법무부가 그동안 성소수자와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기 때문에 주무관청이라고 인정했다.

"법무부는 2012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및 그 시정 방안'과 관련해 외부 단체에 연구 용역을 주고, 연구 보고서를 제출받았고(연구 보고서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관한 국내외 동향과 그로 인한 차별 실태 및 차별 방지 방안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법무부 인권국은 2014년도 국가 인권 정책 기본 계획 이행 사항으로써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과제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3월 15일 또 한 번 법무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비온뒤무지개재단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성애 확산 단체 설립 막아라"
조직적 탄원서 작성한 교계
"통과 시 레위기·로마서 개정 시도"

김지연 약사는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과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 과정에서 보수 기독교계는 비온뒤무지개재단 설립을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동성애 반대'를 외친 기독교계 시민단체 건강과가정을위한학무보연합(이신희 총무),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김지연 대표), 한국가족보건협회(김지연 대표·이신희 총무)를 중심으로, 무려 탄원서 4만 2,400여 장을 받아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이 작성한 탄원서에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이 '동성애 확산 단체'라고 나온다. "동성 간 성행위를 옹호·조장하여 문란한 성행위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한다"고 묘사했다. 그뿐 아니라 "법무부가 비온뒤무지개재단 설립을 허락해 준다면 '마약자들을 위한 인권 단체', '사이코패스를 위한 인권 단체' 등의 설립을 제지할 수 없는 선례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2016년 총선에서 기독자유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김지연 대표는 2심 판결 전 한국가족보건협회 이름으로 협조문을 작성해 개교회에 발송했다. 그는 이 협조문에서 비온뒤무지개재단이 2심에서도 승소해 법인 설립이 된다면 "프로젝트를 공모해 동성애의 악한 씨앗을 적극 유포시킬 운동가를 발굴하고 그들을 육성시켜 대한민국 사회에 파송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기독교 변호사가 동성애 반대 인사 소송을 수임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하는 규정을 변호사협회와 제정 △법인 차원의 국민 캠페인을 벌여 성경 소지 금지 운동, 레위기·로마서 개정 운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탄원서 작성을 호소했다.

총회 차원에서 적극 탄원서 작성을 권장한 곳도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지난해 12월 "강원노회에서 발송한 '동성애 단체(비온뒤무지개재단)의 불허 서명에 관한 협조 요청'(강노 제127-027호)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여 전국 교회에 동성애 단체의 법무부 산하 단체 인가를 반대하는 탄원서 날인 및 서명운동 동참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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