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보수 개신교 단체를 이끄는 목사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동성애 반대'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들은 '사상 검증'하듯 유력 대선 후보에게 동성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한다.

한기총·한교연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두 동성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커밍아웃(?)해야 했다. 다른 대선 후보가 두 단체를 방문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동성애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가, 충청 보수 개신교의 항의와 실력 행사 협박을 받고 있다.

이런 장단에 춤이라도 추듯, 한 기독교 신문은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기준으로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표를 만들기도 했다. 동성애를 확실하게 반대하는 인물이 기독교 정신과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던진다. 반대로 우유부단하거나, 안희정 지사처럼 '리버럴'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낙제점이다.

사람들은 비웃는다. '사랑'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인들이 '혐오'를 검증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기독교가 예수의 사랑을 기준으로 대선 후보를 검증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은 헬조선, 대한민국이 지옥과 비견되는 시대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뽑은 책임을 현재 국민 모두가 지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를 인터뷰한 기자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학교, 가족, 동아리 등 그 활동가가 경험한 집단 중, 성소수자 집단의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개인 경험에 근거한 집계이긴 하지만, 1996년부터 인권 활동의 중심에 있던 그가 만난 사람 수로 따지면 무시 못 할 수치다. 기독교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동성애 찬반 여부를 공공연하게 물으며, 기독교인 성소수자들을 두 번 죽인다. 보수 교계의 조직력을 아는 정치인들은 한껏 몸을 사린다. 그들의 프레임에 걸려, "동성애는 지지하지 않지만 성소수자는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같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나온다.

보수 개신교인이나 정치인이 동성애를 반대하든 찬성하든, 성소수자는 이미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존재는 찬반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존재를 이유로 차별받아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리스도인과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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