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가 2016년 기사 시정 권고 현황을 발표했다. 자극적인 보도, 공공성이 낮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보도, 광고성 기사 등이 주요 제재 대상이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박용상 위원장)가 2016년 시정 권고 결정 현황을 12월 27일 공개했다. 한 해 동안 중앙 일간지 22곳, 방송사 10곳, 인터넷 신문 301곳 총 399개 매체가 912건의 시정 권고를 받았다.

주요 사유로 고소·고발 보도가 전체 28.7%로 1위, 기사형 광고 보도가 19%로 2위, 사생활 침해가 14.7%로 3위를 차지했다. 자살 관련 보도가 13.6%로 뒤를 이었다.

시정 권고 사항을 살펴보면, 한국 언론 특유의 문화인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 전송)과 베껴 쓰기(속칭 우라까이) 현상이 발견된다. 광고가 주 수입원인 인터넷 매체로서는 트래픽(조회 수)을 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간 키워드를 집어넣은 기사를 몇 분 단위로 반복해 내보내거나, 특정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싣는다.

자극적 제목으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클릭을 유도했다.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 강간' (<인터넷헤럴드경제>), '지하철서 중요 부위에 손대고 신음 소리 내는 여성 영상'(<놀이미디어 오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시정 권고를 받았다.

특히 엄태웅·박유천 등 유명 연예인의 성폭행 의혹은, 제목만 조금씩 다른 기사 수백 건이 쏟아졌다. 부천 아동 학대 치사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신대 교수 출신 A 목사와 아내 B 씨의 신원이 무차별적으로 드러나 최초 보도 몇 시간 만에 신상이 공개됐다. 특히 이 사건으로 시정 권고를 받은 매체 중 상당수가 A 목사 페이스북에 게시됐던 두 딸의 어릴 적 사진을 내보냈다.

기사형 광고도 주요 시정 권고 대상이었다. 주로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관해 서술한 후 기사 말미에 특정 병원장 등 의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업체를 홍보한다. "코 성형이 부담스럽다면? '코 필러'로 해결 - 더시크릿의원 유창헌 원장"이라는 기사는 3월 9일 같은 제목으로 11개 매체에 동시 등록됐다.

<크리스천투데이>, 시정 권고에도 광고성 기사 지속 게재

교계 언론도 있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교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언중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부천 아동 치사 사건을 △'부천 백골 여중생 시신', 범인은 목사인 아버지…'기도하면 부활하리라 믿어' △'딸 죽인 목사, '촛불 켜고 기도하면 부활'? 어떻게 봐야 하나 △딸 타살한 목사가 시신 은폐한 이유는 '사회적 지위 상실 우려'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써 시정 권고를 받았다.

기사형 광고도 문제가 됐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구안와사 환자의 한의원, 한방병원 진료 증가…빠른 치료로 후유증 예방해야 △탈모 유형에 맞는 '올바른 모발 이식 병원 선택법' △양계환 원장, 맑은숲한의원 세종점 10월 24일 오픈이라는 제목의 기사 3건에 대해 시정 권고를 받았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보도, 기사형 광고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가독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언론 전체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시정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어서 강제성이 없다. <크리스천투데이>는 1월 25일 구안와사 기사로 시정 권고를 받은 후 5월, 7월, 8월, 11월에도 비슷한 기사를 내보냈다. 모두 '맑은숲한의원' 지점 원장들 말을 인용한 광고성 기사였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광고성 기사를 게재해 시정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동일한 행위를 반복해도 제재 조치는 없다.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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