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백석 교단과 백석대학교 설립자 장종현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팔은 안으로 굽는다. 기독교계 신문에서 이 속담이 제대로 통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교단지'다. 교단지는 교단 총회에서 만들고 운영하기 때문에 교단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하기 어렵다. 자기 교단 문제는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교계 언론사 대부분 경제적으로 열악하지만 교단지는 예외다. 월급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높다. 교단 지원금과 소속 교회의 신문 구독이 비빌 언덕이다. 물론 기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기 교단 문제라고 펜대가 휜다면 교단으로부터 받는 지원은 '대가' 성격이 된다.

현직 총회장 수감, 교단지는 침묵

2015년 12월, 현직 총회장이 징역을 살게 됐다. 예장대신(구 백석) 전 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백석대 건물 공사 대금을 부풀린 후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약 60억 원을 횡령했다. 장종현 목사는 백석 교단과 백석대학교 설립자다. '백석'은 그의 아호다.

현직 총회장이 구속되었으니 당연히 기사감이다. <뉴스앤조이>는 판결문을 입수해 장종현 목사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는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예장대신 교단지 <기독교연합신문>은 이와 관련해 어떤 보도도 하지 않았다.

장종현 목사는 이번 8·15특사로 풀려났다. <기독교연합신문>은 장 목사가 특사로 풀려났다는 기사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장 목사가 어느 예배에서 어떤 말을 했다는 식의 보도를 시작했다.

▲ 장종현 목사의 8월 25일 백석대 개강 예배 설교 기사. 광복절특사로 풀려났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기독교연합신문 인터넷판 갈무리)

당시 지면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독교연합신문>은 장종현 목사가 특사로 풀려났다는 소식 대신,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발표한 8·15특사 환영 논평을 기사화했다. 장종현 목사는 풀려난 이후 8월 24일 기사에 처음 등장하는데, 기사 제목은 '꿈꾸는 것 같은 기적 일어났다'이다. 장 목사가 풀려났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부총회장) 이종승 목사는 '하나님께서 기적을 일으켜 주셔서 이번에는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기도회를 열게 됐다'며 '총회가 어려울 때에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도움 주신 증경총회장님들과 각 부총회장님, 목사님들과 임원들, 그리고 가슴을 찢고 눈물을 쏟으며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주기철, 손양원 목사의 순교를 예로 들면서 '죽는 것까지도 주님을 위해 죽어야 한다'고 말한 이종승 목사는 '하나님께서 꿈꾸는 것과 같은 기적을 주신 것은 우리 총회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며…"

"장종현 총회장은 '부족한 종이 영적으로 다시 무장하도록 깨닫게 하시고, 눈물을 닦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성경이 답이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길을 찾고 하나님을 본받는 주의 종들이 되길 바라며, 오직 여호와 안에서만 승리하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물론 대법원 판결이라도 100% 진실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교단 구성원 상당수는 장종현 목사가 억울하게 옥살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독교연합신문>은 사건 판결이 어떻게 잘못됐고 진실은 무엇인지 보도하는 대신 완전한 침묵을 택했다.

'고난' 이긴 장종현 목사를 찬양하라

이후로 <기독교연합신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장종현 목사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9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예장대신 총회 관련 기사에서 <기독교연합신문>은 장종현 목사를 찬양하기 바빴다. 다음은 총회 개회 예배 기사 일부다.

"지난 고난의 시간을 담담히 간증한 장종현 총회장은 '평생 학교를 세우고 총회 일을 해 왔지만 마치 내 자신이 한 것처럼 생각했고, 겸손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세상적인 생각 등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영적 지도자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죄를 지어서 받은 벌을 '고난'으로 둔갑시키는 기술은 다른 목사들과 다를 바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목사들은 스스로 그렇게 말하거나 동료 목사들이 그렇게 말해 주는데, 장종현 목사의 경우 신문기자가 써 줬다는 것이다.

'특집//장종현 총회장 임기 3년, 총회 어떻게 달라졌나' 기사는 가히 '백석찬가'라고 부를 만하다. "총회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장종현 총회장이 교단 통합을 강조하며 실천한 것은 미래를 위한 결단이었다", "장종현 총회장의 차별성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총회장의 리더십은 총회 곳곳에 숨은 가능성을 끌어냈다" 등의 표현이 나온다.

▲ 이번 총회에서 장종현 목사는 총회장직을 넘겼다. (기독교연합신문 갈무리)

장종현 목사가 총회장 임기 동안 교단 통합을 이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장대신 교단이 <기독교연합신문> 기사처럼 "'화해와 연합'의 상징으로" 떠오른 건 아니다. 예장백석과 예장대신의 통합은, 교단을 합치는 데 반대하는 예장대신 소속 일부 목사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졸속 통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이런 내용은 <기독교연합신문>에는 없다.

예장대신 교단지만 문제 삼았지만 다른 교단 신문들도 예외는 아니다. 교단지는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교단 홍보지'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제 교단지에 언론의 역할을 묻는 일 자체가 순진한 것처럼 보인다. 교단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일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자 말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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