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 기도회 참석자들. 태극기를 흔들며, 통성으로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금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에 흑암의 권세, 어둠의 권세, 공중의 권세가 사람을 붙들고 대통령을 하야시키려고 한다. 불의한 세력이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고 하는데, 하야하라고 외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이번 싸움은 혈과 육이 아닌 영적 싸움이다. 이 나라를 무너뜨리는 하늘의 악한 영들과의 싸움인 줄 믿는다."

"아멘!"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5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야를 외치던 시간. 서울역 광장에서는 박 대통령을 위로·지지하는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

11월 26일 국가기도연합이 주관한 '미스바 구국 연합 기도회'에는 1,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임했다. 몇몇 참석자는 "하야 반대", "대북·안보 정책 계승", "헌정 질서 파괴 결사 반대", "지키자 대한민국" 팻말을 들었다.

임금(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기도회 취지는 플래카드에서 드러났다.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을 위해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기도회를 이끈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박 대통령이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해 달라고 중보했다.

이용희 대표는, 박 대통령이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통령이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소서. 무엇보다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하소서. 성령을 모시고 날마다 말씀 보고 기도하게 하소서. 대통령이 (예수를) 믿으면 개인도 구원·축복을 받지만, 모든 국정 운영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나타날 것이다.

대통령이 야곱처럼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소서. 구원을 맛보게 하소서. 황교안 국무총리도 바르게 동역하게 하소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도 장로인데, 기도하며 잘 동역하게 하소서. 올바른 지혜와 조언이 있게 하시고, 대통령과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태현 목사(새원주교회)는 촛불 집회를 영적 싸움으로 인식했다.

박태현 목사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흑암의 세력에 비유했다. 무릎 꿇고 기도하는 박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에게는 촛불을 끌 수 있는 힘이 없다.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두 손 들고 나아가자. 하나님은 우리를 중보자로 불렀을 뿐만 아니라, 영적 전쟁 용사로 부른 줄 믿는다. 우리 싸움은 혈과 육이 아니라 정사와 통치자 이 세상 어둠의 지도자, 악의 영들과의 싸움이다. (중략)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맨 처음 나온 때가 언제였는가. 박 대통령이 북한 사람에게 남한으로 오라고 했을 때다. 통일의 문이 열릴 즈음, 흑암의 권세가 통일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믿는다. 그분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탈북민의 마음을 닦아 준 유일한 대통령이다. 다 같이 일어나자. 광화문을 바라보자. 그곳에 역사하는 흑암의 세력에 예수님의 보혈을 뿌리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광화문 방향으로 틀었다. 두 손을 높이 들고 통성으로 기도했다.

시국에 동참하는 젊은 세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분별력을 잃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으로 봤다. 참석자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공동으로 기도했다.

"주님, 다음 세대가 거짓과 선동에 속아 혼란 가운데 헤매고 있으니, 진리의 빛을 비춰 주소서. 분별없이 그저 대세만을 따라 시국 선언하는 대학교 총학생회가 없도록 보호하소서.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뒤에서 부추기는 악한 세력을 막아 주소서. 선전 선동 여론 몰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판단과 행동으로 국가 안전에 기여하는 다음 세대가 되도록 하소서."

국가기도연합이 주관한 기도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제법 추운 날씨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용희 대표는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집에 가서도 기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이여 안심하라, 우리가 기도한다. 성도가 기도한다. 쉬지 않고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우리가 기도함으로 복음 통일로 가게 하소서. 선교 한국으로, 예수 한국으로 가게 하소서. 이 나라에 부는 광풍, 악한 영들은 떠나갈지어다. 광화문과 청와대를 덮고 있는, 그 가운데 역사하는 악한 영은 떠나갈지어다, 잠잠할지어다."

박근혜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울부짖으며 기도했지만 대중의 공감을 사지는 못한 듯했다. 처연한 외침에도 지나가는 시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대통령 퇴진 찬성 집회냐고 물었다. 퇴진 반대 집회라고 답하자 "정신 나갔네"라고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다른 시민은 "꼭 신천지가 집회하는 것 같다"며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광화문 촛불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몇몇 시민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지나갔다.

"하야 반대" 팻말과 태극기를 든 참석자의 뒷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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