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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3장'이 발목을 잡는다
하나님이 세운 권세 사람이 거스르지 못한다? 신학자들 "무식함 표현하는 것"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1.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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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5%대를 기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5% 중 개신교인이 다수인 것 같다. '박근혜 하야 반대' 메시지가 오가는 채팅방도 기독교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를 외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기도회를 열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독교인이 근거로 삼는 것이 바로 로마서 13장이다. 최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신학교 총신대학교에서 불이 붙었다. 11월 20일 총신대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총신대학교 대나무숲'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로마서 13장 1-2절을 예로 들며 하야에 찬성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님은 사람이 세우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셨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님은 잘못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고 계십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세를 사람이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하야가 아닌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절은 역사적으로 위정자가 권력을 합당화할 때 계속 인용해 온 구절이다. 일본에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제강점기 기독교인들도 이 구절을 인용했다. 과거 김종필 자민당 총재도 박정희 정권을 하나님의 정권이라고 말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 정권을 이어갈 때 한경직 목사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사용한 구절도 로마서 13장이다.

로마서 13장 1~2절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고 말한다.

한 신학자는 국정 농단이 현실로 드러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은 신학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헷갈려 하는 독자들을 위해, <뉴스앤조이>는 이 구절을 현 시국에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인지 교계 여러 학자의 견해를 정리했다.

로마서 13장은 이번 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바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세윤 교수는 이 구절을 당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2009년 5월 <복음과상황> 인터뷰에서 "이 구절은 AD 56~57년의 로마 교회의 현실, 유대 반란이 일어나려고 하는 현실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 반란이 일어나려고 하는데 바울은 그에 합류하지 말라며 이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바울은 그 반란이 실패할 줄 알았다. 뿐만 아니라 바울은 임박한 종말을 믿었다. 그때까지 바울은 땅 끝까지 복음을 선포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바울에게는 로마제국의 정치·군사적 안정과 비교적 공정한 로마법과 행정 체계가 자기의 세계 선교를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바울이 임박한 종말을 생각해 이 구절을 썼다는 것은 다른 교수에게도 들을 수 있는 견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소기천 교수는 짧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면서도 "이 구절은 종말론적인 말씀이다. 우리 시국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권연경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도 로마서 13장이 쓰인 당시 상황과 지금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사회에서 생각하는 왕과 국민의 관계와 현대 정부 체제에서 국가와 일반 시민 관계는 아예 다르다고 했다. 권 교수는 "'위에 있는 권세'라는 말은 그 당시와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권력 자체가 객관적으로 규정된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옛날 구약처럼 하나님이 기름 붓는 이런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투표해서 지도자를 선택한다. 지도자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 지도자를 버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권력의 주체인 국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 있는 권세'를 말하는 것은 왕권신수설을 믿는 시대에서나 가능하지 지금은 아니지 않나. 권력 자체는 국민이 합의해서 준 것이니 정당하지만 주어진 권력을 합당하게 이행할 때만 그 권력이 정당한 것이다. 13장을 그렇게 인용하는 것은 무식을 표현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하늘에서 내린 권세가 오히려 악을 조장하면 하늘에서 내린 권세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사진 출처 청와대

감리교신학대학교 조경철 교수(신약학)도 로마서 13장을 현 시국에 비유하는 것은 "성경에 대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자들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마서 13장 1절부터 7절까지 찬찬히 살펴보면 위에서 권세를 내린 이유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내려 준 권세는 권선징악을 위해서다. 그런데 그 권세가 악을 행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문제다. 악을 행한 권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울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하늘에서 내린 권세가 오히려 악을 조장하면 하늘에서 내린 권세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당연히 그런 정권에 저항하고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

<하나님나라>(대장간) 저자 박철수 목사도 로마서 13장을 둘러싼 문자적 해석을 가리켜 "단 하나의 구절을 전체적 맥락에서 분리해 절대화하려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수 목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로 삼았던 구절이라고 했다. 통치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옹호할 때 이 구절을 사용했다. 박철수 목사는 지난 10월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폭력적인 수단으로 잡은 권력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악한 정권들에 주는 신적 인가를 말하는 구절인가? 성경은 마치 독재정치를 조장하는 책인 것처럼, 그리고 권력가들에게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하는 백지 위임장인 것처럼 끊임없이 잘못 이용되어 왔다. 다행히도 오늘에 들어오면서 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도 이 본문은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총신대 신현우 교수(신약학)도 로마서 13장을 지금 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신 교수는 "로마서 13장은 권세의 판단 기준을 '정의를 위해 칼을 사용하는가'에 있다고 제시한다. 이 본문을 적용하면 불의한 정권에까지 순복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삼권분립 체제에서는 국회도 권세이므로 정의로운 탄핵을 시행할 수 있다. 이것은 로마서 13장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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