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6월 29일 새누리당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 방해 말라! 성역 없는 진상 규명 보장하라! 진상 규명 특별법을 개정하라!"

"순수한 시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호를 외치거나 피케팅 등의 행위는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에 해당됩니다.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집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자진 해산을 요청합니다. 지금 즉시 자진 해산해 주시기 바랍니다."

▲ 경찰은 '질서 유지선'이라고 쓰인 바리케이드를 쳐 놨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노숙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6월 29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사 이후 계속해서 진상 조사에 훼방을 놓다가 급기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 활동을 강제 종료하는 데에 찬성하는 새누리당을 규탄하러 온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제(28일) 일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국회 앞에서 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경찰들이 불법 집회라며 길을 막고 유가족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 20여 분간 충돌이 벌어졌고, 국회의원들의 만류로 겨우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사 앞은 경찰 버스 세 대가 가로막고 있었고, 경찰 100여 명은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유가족들 피켓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두 차례 경고 방송을 하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 경찰은 새누리당사 문 앞을 버스로 막고 후문 등에 방패를 들고 포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순수한 시위'를 하라는 말에 대해 창현 아빠 이남석 씨는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 같다. 그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 여야를 떠나 본연의 임무를 해서 존경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가족들은 뙤약볕을 맞아 가며 농성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자를 보호하지 못할망정 차양막과 은박지 깔개를 가지고 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더한 동의가 필요한가

세월호 유가족이 특별히 여당을 싫어하고 야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참사의 진실을 밝혀 줄 사람을 지지하고 진실을 가리려 하는 사람을 규탄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참사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2014년 특별법을 만들 때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자는 650만 명의 서명에도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구성되고 나서도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다른 위원들과 계속해서 마찰을 일으켰다. 이들은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 범위에 포함하지 않게 하려는 공작을 벌였고, 집단 사퇴하겠다고 특조위를 압박했다. 회의에도 나오지 않고 두 차례 진행된 청문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황전원·석동현 위원은 특조위에 사퇴 의사를 표하고 4·13 총선 전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 총선이 끝난 후 새누리당은 황전원 위원을 다시 특조위원으로 추천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그의 출근을 저지하며 반발했으나, 지난 6월 17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황전원 위원에게 특조위원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외에도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하거나 유가족들에게 시체 장사한다는 등 막말을 일삼은 국회의원은 모두 새누리당 출신이다.

▲ 세월호 유가족이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이유가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참사 특검도 새누리당 의원들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5월, 19대 국회에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야당 의원들도 동의했지만, 결국 안건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넘지 못해 본회의에서 다뤄지지도 않았다. 새누리당은 특별법 제정 전 특검에 충분히 합의했으면서 법사위에서는 특검을 반대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도 새누리당 때문에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9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농해수위)에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한 안이 상정되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회의 불참으로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들에게도 전과 다른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월 3일 취임 한 달 기자 간담회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안다. 특별히 기한을 연장해야 할 만큼 남은 과제가 있다는 데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까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은 참사 이후 꾸준히 세월호 진실 규명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416연대 김혜진 상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650만 명이 서명했고, 이번에 특조위 조사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서명에 한 달 만에 3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국회의원 절반이 넘는 153명이 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동의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한가"라고 규탄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의원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특조위 조사 활동 기간을 연장하자"고 우 의원에게 제안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새누리당이 특별법 개정 상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의 동의가 아니라 '청와대의 동의'에 관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더 이상 세월호 피해자와 그 가족들 가슴에 못질을 해서는 안 된다. 7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통과될 수 있도록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새누리당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서면이라도 전달하겠다는 뜻도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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