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등을위한특별법(특별법) 개정안이 이슈로 떠올랐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 활동 기간은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최대 1년 6개월이다. 정부는 이를 올해 6월로, 야당들과 특조위는 적어도 올해 6월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활동 기간을 논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특조위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나. 특조위에 부여된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참사의 진상 규명 △안전 사회 종합 대책 수립 △피해자 지원 점검 대책 수립. 온도 차는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대책을 세우는 것은 온 국민이 원하는 바다.

▲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대한민국이 안전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 과제들은 얼마나 진행됐을까. 특별법은 2015년 1월 1일 시행됐지만, 특조위가 실제로 인원을 뽑고 예산을 받은 건 8월 말이다. 법이 시행되고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인원과 예산을 받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다. 특조위는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총 239건의 조사 신청을 받았고, 그중 비슷한 내용을 병합해 176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청문회를 열었다. 특조위가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기간은 이제 9개월째다.

활동 기간도 짧은데 그 조사마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 권영빈 위원은 지난 5월 3일 '세월호 참사 2년, 진상 규명의 현황과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그동안 정부가 압박하고 방해한 탓에 특조위 활동이 난항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 박종운 변호사를 5월 10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특조위 활동이 어떻게 방해받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한국 같은 대통령 중심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이 행정부에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겠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이 무단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관계 부처는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는 등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종운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5월 10일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를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대통령의 뜻

- 4·13 총선 후 특히 세월호와 관련해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다.

아무래도 총선 전에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선거 후에는 좀 나아졌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가 되어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처럼 일방적으로 하기는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특조위 상황도 좀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법 개정이나 정치적인 합의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여소야대가 됐다고 뭐가 확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 마음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SNS만 보더라도, 그 전에는 세월호 가족들에 우호적인 말을 하고 싶어도 참았다면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 특조위 활동이 그동안 난항을 겪었다고 들었다. 정부가 비협조적이었다고 하던데.

'정부'라는 단어로 통째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행정부는 대통령의 의지, 뜻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확실하게 지시하고 특조위를 돕고 지원하라고 했다면, 우리가 요청하는 것에 각 부처가 순순히 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렇지 않으니 다들 굳어서 협조를 안 하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공문을 보내도 답이 늦게 오거나 안 오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 중심 국가이다 보니 각 부처 공무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세월호를 얘기할 때 왜 자꾸 대통령을 들먹이느냐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대통령 의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대통령의 태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인력 문제부터 그렇다.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 중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진상조사국장'의 경우, 벌써 작년에 인사 평가가 끝나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까지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 모든 절차가 끝나고 대통령 임명만 남은 상황인가.

그렇다. 대통령이 임명장만 주면 된다. 근데 안 한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언론사 관계자들 만나서 "세월호특조위에 그동안 들어간 돈이 150억이다", "연장하는 건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다"라고 했다. 국회에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하긴 했지만, 빨리 끝내라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했다. 대통령은 그렇게 말한 것뿐이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영향이 큰 거다. 여당이 우리가 낸 특검 요청안을 본회의에 상정 못 하게 한다거나, 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제 국가의 특성인 것 같다. 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공정하게 한다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된다. 문제는 대통령 중심 국가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는 게 저 말단에까지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꼭 대통령 개인이라기보다는 대통령과 그분의 뜻을 따른다고 하는 그룹이 있고, 공무원들을 통해 그 권력 그룹의 뜻이 관철된다. 그동안 특조위 활동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그렇다.

특조위원들도 임명장을 작년 3월에야 받았다. 작년 1월 특별법이 시행됐을 때 바로 임명장 주고, 인원 채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예산 다 줬다면, 실질적인 조사를 9월부터 시작하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거 아닌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물론 대통령이 디테일하게, 계속 시간 끌다가 8월에나 예산 주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처음에는 세월호 가족에게 유화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대통령이 특조위 활동이나 가족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그 뜻을 추종하는 권력 그룹에서 특조위를 방해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우리는 1월 안으로 예산안·시행령안을 만들고 빨리빨리 진행하려고 했다. 그때는 해수부 공무원들도 금방 특조위가 설립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데 1월 중순,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특조위더러 "세금 도둑이다"라고 얘기하니, 그 다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세금 도둑들', '저 사람들에게 왜 월급을 주냐' 이런 식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 특별법이 통과된 2015년 1월 중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특조위를 두고 '세금 도둑'이라며 비난했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 예산 문제가 떠오른 적이 있었다. 종편과 보수 신문들을 중심으로 특조위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우리가 당시 공무원들이랑 얘기 다 해서 예산안을 만들어 놨는데, 무슨 큰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도하더라.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받는 복지 혜택을 똑같이 특조위 소속 공무원들이 받게끔 예산을 짠 건데, 그게 비난의 대상이 됐다.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다른 공무원과 똑같이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당연한 것을 비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실상 특조위는 신청한 예산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받았다. 작년 1월, 특조위 설립준비단은 2015년 예산으로 240억 원을 편성하려 했으나, 여러 압박을 받아 160억 원으로 축소 신청했다. 그러나 실제로 배정된 예산은 89억 원이었다. 특조위는 2016년 예산으로 198억 7,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올해 6월까지의 예산 61억 7,000만 원을 배정했다. 이 중 진상규명국 예산으로 6억 7,000만 원이 배정됐는데, 이는 특조위가 요구한 73억 5,300만 원의 9%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시간을 끌다가 3월에야 임명장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이제 곧 출범하겠다 싶었는데, 시행령은 5월에나 통과됐다. 시행령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금방 예산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산은 또 8월 4일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리고 8월 말에 특조위로 예산이 내려왔다.

이런 과정을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분의 뜻을 따른다고 하는 그룹이 상당 시간을 까먹게 놔둔 거 같다. 8월까지는 맨날 정부·여당과의 싸움 속에서 조사를 제대로 못 했다.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중립·객관적인 위치에 서기보다 권력의 흐름에 따라가는 게 문제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

권력기관일수록 협력 안 해

- 9개월간 조사하면서는 어땠나. 실제로 기관들이 협조를 잘 안 했나.

신청 사건 대부분이 진상규명국과 관련한 일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가장 많이 느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예산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가 아무리 법원·검찰·감사원에 자료를 요청해도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예산 나오기 전에 상임위원과 민간 전문위원들이 사전 준비 작업을 해 놓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된 이유다. 8월 이후에 조금씩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해서 수사 기록, 재판 기록, 감사원 기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곳일수록 정보·자료 제공 요청하면 협력이 잘 안 된다. 총선 전에는 언론인들도 청문회에 출석하라고 해도 회사 방침이니 뭐니 하면서 안 나왔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동행 명령장을 의뢰하기도 했다.

- 특조위에 아직도 공무원 18명이 파견되지 않았다고 하던데.

상임위원까지 포함해 120명이 시행령상 정원인데 실제 인원은 100명이 안 된다. 파견 공무원도 상당 부분 안 왔고, 별정직 중에서도 채용이 안 된 것이다. 시행령을 보면 특조위는 1차 인원과 2차 인원으로 나뉘어 충원하게 돼 있다. 1차 인원은 작년 9월까지, 2차 인원은 12월까지, 별정직은 채용하고 파견은 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2차 파견하기로 한 공무원은 한 명도 안 왔다.

별정직이야 우리가 뽑는 거니까 계속 채용하고는 있지만, 활동 기간이 불안정하다 보니 사람 뽑기가 쉽지 않다. 6월 말에 끝난다고 하면 누가 여기 응시해서 들어오려 하겠나. 여러 차례 임용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되거나 채용됐다가도 그만두는 경우가 있었다. 인원 채용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작년 3~4월 시행령 싸움할 때 처음부터 120명 다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12월에 관계 부처에서 공무원을 왜 한 명도 파견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그 당시 조사 항목으로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적에 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처'가 전원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경색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상임위원을 제외한 여당 추천 위원들은 다 그만둔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자격 상실하고, 두 사람은 사퇴서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장기간 결근하는 꼴이다.

▲ 대통령 행적 조사를 세월호 진상 조사와 별개의 문제로 보는 이들이 많다. (MBN 뉴스 영상 갈무리)

- 그때 이후로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계속 안 나온 건가.

계속 그런 상태로 온 거다. 게다가 각 부처에서는 당연히 보냈어야 할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런 게 분위기, 큰 흐름이다. 왜 안 보낼까. 각 장관이 만장일치로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렇다면 왜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 이유를 권력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진상규명국장을 임명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런 흐름들이 정부·여당 내에 존재하고, 인력도 임명·파견하지 않았으며, 예산도 6월까지밖에 배정되지 않았다. 권력의 흐름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특조위를 만만하게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청문회를 해도 제대로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사람보다는, 모른다거나 자기가 할 바를 다 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의 기대에 비하면, 특조위가 조사 내용이나 결과 면에서 아직까지 열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죄송스럽고, 가족들 입장에서는 아직 실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활동 기간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

- 지금 특조위는 어떤 상황인가.

작년 7월 27일, 별정직 공무원과 파견 공무원 일부가 와서 그때부터 각 기관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예산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사전에 수사·재판·감사원 기록들이라도 검토하자는 이유였다.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사 신청을 접수했다. 각 기관에서 받은 자료들을 정리하고 조사 신청을 받는 과정 중에 12월 1차 청문회가 있었다. 올해 3월, 접수를 마감하고 신청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지금은 공무원들이 과거의 기록들도 대부분 습득했고, 조사 기법이라든가 전체적인 틀에 대한 감각이라든가 이런 게 많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은 시동을 걸고 속도가 나기 전이었다. 이제 속도가 나기 때문에 몇 개월이 지나면 가속이 붙어서 성과가 빨리빨리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정확하게 우리에게 조사 기간이 보장된다면, 수사권이 없으니 100%까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6월까지밖에 예산이 없고,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쟁만 계속되면, 세월호특조위는 중간에 붕 뜨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데, 특조위가 무엇을 조사하겠다고 하면 선뜻 협력하려 하는 권력기관이 어디 있을까. 다 눈치나 보는 거지.

- '이제 나올 건 다 나온 거 아니냐. 그동안 한국 사회에 쌓여 온 폐단이 일시에 터져서 이렇게 된 거지 더 이상 밝혀질 진실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거론된 것은 수사·재판·감사 결과다. 수사·재판은 기본적으로 '범죄행위'에 대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전체적인 진실 규명을 위한 목적이 아니고, 단지 가해자로서 범죄행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한 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게 주된 관점이다. 감사원 결과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징계 사유가 없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월호 참사의 전체적인 진실을 규명하거나, 안전 사회 종합 대책을 수립하거나, 피해자 지원 점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은 아니다.

진상 규명 측면만 보더라도 범죄행위와 징계받을 만한 행위에 대해서만 수사·감사가 된 거지, 전체적인 침몰 원인이나 구조 수색의 실패 이유가 무엇인지는 접근하지도 못했다. 지금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확답을 못하지 않나. '김어준의 파파이스' 이런 거 보면 여러 가지 설이 나온다. 선체를 인양해서 내부를 좀 봐야, 이게 밖에서 안으로 충격이 온 건지, 안에서 밖으로 뭔가 터져 나갔는지 알 수 있을 거 아닌가.

안전 사회 종합 대책은 지금까지 진행된 게 거의 없다. 다만 대통령이 갑자기 해경을 해체한다고 하면서 '국민안전처'가 생긴 것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양경비안전본부'라는 이름으로 해경이 사실상 그대로 국민안전처에 들어가 있다. 이렇게 조직 하나 바꿔서 뭐가 해결되나. 이제는 해양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대책을 세웠고 실제로 그렇게 이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목적을 부여했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대충 이제 알 거 다 알지 않았느냐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특조위의 세 가지 큰 임무 △진상 규명 △안전 사회 종합 대책 수립 △피해자 지원 점검 대책 수립 중 진상 규명 하나, 그거 중에도 일부가 밝혀진 것이다.

- 민감한 부분이 '대통령의 7시간'이다. 괜히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중요한 것은 사생활 차원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일 뿐 아니라 대형 사고, 국가 안보, 국민 안전에 책임을 지는 최종적인 책임자다. 그것이 법적인 의무인가라는 점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건 맞다. 그러니까 대통령도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던 것 아닌가.

안전사회소위원회 입장에서는, 그런 참사가 났을 때 어떤 시스템에 의해 대통령께 보고되고, 대통령은 그런 과정을 통해 어떻게 대책을 수립해서 본인의 역할을 다 해야 하는 것인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했다면, 과연 그게 제대로 작동이 된 것인가, 보고는 제대로 된 건가, 보고서만 올라가고 대통령이 그걸 못 본 건 아닌가, 이런 걸 따져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대통령은 그렇게 무수히 많은 보고를 받았다고 하는데 팽목항에 와서는 딴소리를 했다. 뭔가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보고를 받았더라도 제대로 대책 협의를 못했거나, 지시·판단할 만큼 자료가 없었거나 하지 않았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방영하지 않았나. 사람을 구해야 할 순간에, 청와대에서는 자꾸 보고하고 사진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했으면 대통령이 상황을 다 파악했어야 했다. 근데 대통령은 팽목항에 와서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구하기가 그렇게 힘드냐"고 했다. 배는 이미 다 침몰했는데.

▲ 세월호 참사 당시 배가 다 침몰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들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라고 반문했다. (MBC 뉴스 영상 갈무리)

-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지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건 시스템 문제다. 대통령 개인의 잘잘못도 따져 볼 문제이긴 하지만, 시스템상으로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거다. 몇 번 보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 내용이 뭐였는지, 보고를 받았으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했는지, 그냥 '구조 잘하라'고 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관계 전문가를 불러 모아서 대책을 협의해야 했는지, 예컨대 심해 잠수를 할 수 있는 해군을 동원하라고 지시했어야 하는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 분명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와대에서 제대로 된 사고 대처를 못 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 왜 사고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까. 대통령 개인의 잘못인지 시스템 문제인지, 시스템 문제라면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건지, 컨트롤타워는 대체 어디에 있었어야 하는 건지, 그런 걸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다음에 또 사고 나면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하다가 시간 다 보낼 건가.

나는 세월호 참사가 특정 정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규제 완화나 민관 유착이 꼭 박근혜 정부에서만 일어난 건 아니다. 전부터 쌓여 온 거지. 그러니까 대통령도 '적폐'라고 표현했던 것 아닌가. 세월호 참사가 불행히도 이 정부에서 났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건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이 자기 할 일을 다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특조위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그래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나는 이 정부의 대단한 성과가 될 거라고 본다.

근데 특조위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일하기 어렵게 이끌어 오고 빨리 문 닫으라는 투로 얘기하면, 진짜 돈만 아까운 거다. 이제 좀 조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만약 다음 달까지 하고 그만하라고 하면 그거야 말로 진짜 예산 낭비다.

▲ 박종운 변호사는 특조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충분한 활동 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특조위가 바라는 활동 기간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인가.

어떤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예산과 인력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작년 8월 4일에 국무회의에서 예산이 통과됐다. 그때를 기점으로 1년 6개월이면 내년 2월 3일까지라고 봐야 한다.

활동 기간은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어떻게 정밀 조사할 건지와도 연결된다. 배가 7월에 올라오면 해수부에서 세척·방역도 해야 하고, 미수습자도 수습해야 하고, 이런 거까지 예상하면 실제로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내년 1월 말, 2월 초까지는 조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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